생활고에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전화금융사기 현금 수거책 가담
경찰 "피해금 전달만 해도 구속·실형…무조건 의심해야" 당부
고액알바 |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커피숍을 운영하던 50대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입이 줄어들자 '고액 알바' 광고 문자에 속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현금 수거책으로 가담했다.
스포츠센터에서 일하던 40대 B씨는 방역지침 강화에 따른 휴업으로 실직해 일자리를 찾던 중 고액 알바 광고를 보고 마찬가지로 전화금융사기 현금 수거책으로 일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고액 알바'의 유혹에 넘어가 전과자 신세로 전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강원경찰청은 올해 1∼8월 수사한 보이스피싱 범죄 659건 중 고액 알바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현금 수거책으로 일한 280명을 붙잡아 88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659건 중 대면 편취형 범죄는 491건(75%)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74건 늘었다.
검거된 수거책 대부분은 생활정보지나 인터넷에서 '돈만 받아오면 된다'는 고액 알바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 모르고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수거책 280명의 연령대는 14세 청소년부터 74세 노인까지 다양했다.
진화하는 피싱사기…깜박하면 당한다 (CG) |
구직 활동이 빈번한 20∼50대가 252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20세 미만과 60대 이상도 각각 13명과 15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254명(91%)은 생활자금을 마련하고자 범행에 가담했고, 26명(9%)은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거짓에 속아 전과자 신세로 전락했다.
직업별로 보면 무직이 206명(73%)으로 가장 많았다. A씨와 같은 자영업자들도 10명이나 됐으며, 학생 17명, 일용직 10명, 회사원 8명, 기타 29명 등 생활고를 겪는 많은 이가 고액 알바의 덫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대출 광고를 보고 연락했다가 나체영상 유포를 빌미로 협박당하거나, 수거책 제안을 거절하자 '가족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당해 어쩔 수 없이 수거책 활동을 한 사례도 있었다.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먹튀(먹고 튀다의 줄임말) 방지'를 위해 수거책들의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하고, 영상통화를 통한 본인 인증 방식을 이용해 수거책을 선발했다.
강원경찰은 "각종 구인·구직 과정에서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 등 각종 증명서와 가족·지인 연락처, 본인 확인용 영상을 요구하거나, 하는 일에 비해 많은 대가를 약속하면 무조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피해금 전달만으로도 구속되어 실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금을 변상해야 하거나 수익을 몰수·추징 당할 수도 있어 경각심을 가지고 절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원경찰청 |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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