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 5살 아이 장기간 굶기고 방치한 친모·외조모에 '실형'
선처 호소에 "열악한 상황이라고 학대 정당화할 수 없어" 일침
여자 아동 방치 (PG) |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독일의 교육 사상가인 프뢰벨은 '어린이는 5세까지 그 일생 동안 배우는 모든 것을 익혀버린다'라고 말했습니다."
29일 오후 2시 춘천지법 101호 법정. 고개를 푹 숙인 채 법정에 선 아동학대 사건 피고인 안모(54·구속)씨와 이모(28)씨의 양형이유를 설명하던 박진영 부장판사의 입에서 독일 교육 사상가의 이름과 그의 명언이 나왔다.
박 부장판사는 "그 말을 떠나서라도 부모나 조부모의 언행이 그 보호 아래 있는 어린 자녀나 손자녀의 심리, 자아, 인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것에는 반론이 없을 것"이라며 선처를 꿈꾼 피고인들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피고인들이 초범인 점과 친모 이씨가 아이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양육 당시 열악한 경제 사정, 외조모 안씨의 우울증, 친조모의 처벌불원 의사 표시 등이 참작 사유로 언급됐으나 죗값을 낮출 수는 없었다.
박 부장판사는 "사람이 견디기 힘든 열악한 상황에 있었다고 해서 그 보호 아래에 있는 어린 아동에 대한 위해나 학대 등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들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피고인들은 그 누구보다도 피해 아동의 건강, 행복, 안전을 지켜주며, 피해 아동에게 선한 영향을 미쳐야 할 사람들임에도 피해 아동에게 유언을 강요하며 욕설하고, 혹독한 말을 해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만 5세를 갓 넘긴 피해 아동은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해 여전히 그 심리적 결핍과 혼란이 중하고, 장기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선처가 어렵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여성 재판 선고(PG) |
박 부장판사는 앞서 선고한 사건들보다 긴 시간을 들여 양형 이유를 설명한 끝에 안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이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 각 6개월 높았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씨에게는 실형 선고 후 그 자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렇게 다섯 살에 불과한 어린 여자아이에게 약 1년 반 동안 가해진 아동학대 사건의 1심 재판은 막을 내렸다.
두 사람은 2019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A(5)양이 바지를 입은 채로 소변을 보는 등 말썽을 부린다는 이유로 굶기고, 영양결핍과 성장 부진 상태에 빠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A양이 말썽을 피운다는 이유로, 친할머니 집에 간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잠을 재우지 않는 등 학대했다.
안씨의 학대 행위가 있을 때마다 엄마 이씨는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등 두 사람은 오랜 기간 A양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다.
안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소동을 벌이면서 이들의 범행은 덜미가 잡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된 A양은 또래 아이들보다 5㎏가량 적은, 두 살배기 아이들의 평균인 10㎏에 불과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발견 직후 키 97㎝, 체중 10㎏에 불과했던 피해 아동은 4개월여 만에 키 101.5㎝, 체중 15.7㎏으로 늘었으며, 영양결핍 증상과 빈혈과 간 기능도 호전됐다.
한편 사건이 알려지면서 재판부에는 두 사람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와 진정서 130여 통이 들어왔다.
춘천지방법원 |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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