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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日 100대 총리’ 기시다, 아베·스가 정책 노선 계승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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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명기 개헌 추진·중국 견제 외교정책 강화 전망

헤럴드경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당 정무조사회장.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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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7년 9개월간 장기집권한 제2차 아베 정권의 계승을 선언하고 출범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을 1년여 만에 대체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아베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변화를 추구하는 색채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전 당 정무조사회장은 29일 치러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1차 투표에서 우세를 점한 뒤 결선 투표 끝에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상을 크게 누르고 제27대 총재에 당선됐다.

기시다는 다음달 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제100대 일본 총리로 선출된 뒤 새 내각을 발족한다.

기시다 내각이 어떤 정책 노선을 취할지는 그가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발언했던 내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우선 2012년 12월 출범한 제2차 아베 내각이 본격적으로 추진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한 헌법 개정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2차 아베 내각에서 최장수 외무상을 지내기도 한 기시다는 긴급사태 조항 신설과 자위대 명기 등을 골자로 자민당이 제시해 놓은 기존 개헌안이 자신의 임기 중에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 개정 문제에서 아베 노선을 사실상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중점을 두는 자민당 보수정권의 기존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미국과 기술 패권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중국을 상대로 강경한 정책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중국을 염두에 둔 조치로 반도체 등의 중요 물자 확보 및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경제안보추진법을 제정하고 담당 각료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중국 등의 인권 침해 문제를 전담할 총리 보좌관 신설을 약속했다.

중국 해경국 선박에 의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주변 영해 침입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해상보안청법과 자위대법 개정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내년의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양국 수뇌 간의 대화 필요성도 강조해 센카쿠를 둘러싼 영토 분쟁 상대인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가 중요하다는 기존 정권의 외교 노선을 살려 나갈 공산이 크다.

적기지 공격 능력 확보와 방위비 증액 등에서는 아베 정권 수준의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과의 현안인 납치 문제를 놓고도 정상 간 만남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아베·스가 정권의 노선을 따를 전망이다.

기시다는 이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는 것도 중요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최내 국내 현안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선 한층 공세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코로나19 극복 방안으로 의료 난민 제로화 등을 내세우면서 건강위기관리청 창설안을 제시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 지원을 위해 수십조엔(수백조원) 규모의 경제대책도 공약했다.

경제 정책의 골격으로는 디플레이션 탈피에 초점을 맞춘 아베노믹스의 틀을 대체적으로 견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3대 축인 대담한 금융완화 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및 성장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아베노믹스의 혜택이 대기업으로만 쏠리고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도 지적하면서 신자유주의로부터의 전환 방침을 시사해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배증을 위한 새로운 일본식 자본주의를 주장하면서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재분배와 격차 축소도 내세우고 있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를 계기로 쟁점으로 떠 오른 탈원전 문제에 대해선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기준을 바탕으로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탈원전과는 거리를 두는 정책 방향을 예고했다.

기시다는 일본이 국내적으로 당면한 중요 현안 중 하나인 모계 일왕 인정 문제에 대해선 “고려해선 안 된다”며 보수진영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 중국 등 주변과의 외교 갈등 사안인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총리가 된 후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지를 묻는 말에 “나라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분들에게 존숭의 뜻을 나타내는 것은 정치지도자로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총리가 되면 적절한 존숭의 방식을 생각하겠다고 말해 왔다.

기시다는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외교 정책을 옹호하는 등 보수·우파 성향이 강한 자민당 내에서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그는 역사 문제에서 강경론으로 내달린 아베 정권 시절 약 4년 8개월 동안 외무상으로 재직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당사자다. 이력에 비춰보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아베·스가 정권의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는 한국과의 안보 협력 등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기도 하며 그가 갈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주목된다.

한편 자민당 내부 개혁 문제에 대해선 임원 임기를 ‘1기 1년, 3연임’ 제한을 역설했기 때문에 세대교체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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