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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피치 韓담당 이사 "고령화에 잠재성장률 하락…중장기 국가등급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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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피치 韓등급담당 주크 총괄이사 인터뷰①

"고령화 관련 지출 늘어 중장기 재정 부담…재정준칙 시급"

"잠재성장률도 하락"…생산성 제고 정책효과에는 물음표

"2~3년 국가채무 더 늘어도 국가신용등급 영향은 제한적"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건 전(全)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아직까지는 한국의 재정 여건은 눈에 띌 정도로 나빠지진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한국에서의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좀 더 길게 보면 늘어나는 국가채무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데일리

제레미 주크 피치 한국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미국 피치(Fitch)사에서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을 총괄하면서 한국을 담당하고 있는 제레미 주크 총괄이사는 25일 이데일리와 이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으면서도 우리 경제가 맞딱뜨린 최대 난제 중 하나를 가파른 고령화로 꼽았다.

“가파른 고령화, 韓 재정·잠재성장에 최대 리스크”

그러나 주크 이사는 한국 사회에서의 빠른 인구 고령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와 관련된 정부 재정지출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채무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국가신용등급에도 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설명대로 통계청 추정에 따르면 지난 2017년까지 3757만명에 이르렀던 국내 생산가능인구는, 앞으로 50년 뒤인 2067년이 되면 1784명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5년 전 국민 중 20%, 2036년 30%로 각각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재정준칙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2025년까지 GDP 대비 60%라는 국가채무 비율 상한을 두고 GDP 대비 3%라는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한도를 설정하는 재정준칙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둔 상태다. 주크 이사도 “현재 1년 가까이 계류돼 있는 이 법안이 국회를 제대로 통과해야 한국 정부가 재정 관리를 건전하게 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도 한국 재정 전망이 양호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그는 빠른 고령화 탓에 한국의 잠재성장률도 종전 연 2.5%에서 2.3%까지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최대한으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이다. “이 같은 잠재성장률은 단기적인 추정치가 아니고 중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경제를 진단한 것”이라고 전제한 그는 “최근 들어 한국에서의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감소 우려를 반영한 것인데, 이런 고령화가 중기적으로 한국 경제 성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크 이사는 “결국 이 같은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재정지출이나 낮아지는 잠재성장률을 생산성 제고를 통해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정부도 이런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고, 이에 대응해 `한국판 뉴딜`이라는 프로젝트로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아직까진 이런 정책적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평가하긴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했다. 이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에서의 자동화를 더 늘리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정부와 민간부문에서 충분히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한국은 이미 자동화에서 있어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국가 중 하나인 만큼 최근의 정책적 노력이 얼마나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2~3년 더 국가채무 늘어도 국가등급 영향 제한”

다만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한국 경제나 재정의 펀더멘털(기본 체력)은 양호한 편으로 봤다. 주크 이사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AA-’)과 동일한 신용등급을 가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한국은 코로나19 상황 하에서도 비교적 재정을 잘 유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2~3년 정도는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는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팬데믹 이후 정부의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국가채무가 늘어난 것은 전 세계적 현상으로, 한국에서의 재정 악화나 국가채무 증가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할 만하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재정여건이 눈에 띄게 나빠지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물론 최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조금 빠르게 상승한 건 사실이지만, 한국은 역사적으로 재정 관리를 워낙 보수적이고도 안정적으로 해왔던 만큼 이런 위험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향후 2~3년 간은 국가채무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한 국가신용등급 하향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내년 예산규모도 우리가 예상했던 수준이라 지난 7월에 평가했던 국가신용등급 ‘AA-’와 등급 전망 ‘안정적(Stable)’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실제 최근 국회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추가 세수로 재원을 충당했고,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면서 국채를 일부 상환한 만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전망은 종전 올해 47.8%에서 47.1%로, 2024년의 경우 58%에서 54%로 오히려 더 낮아졌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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