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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 500MD 조종사들 "광주에서 무장은 했지만 사격 안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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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총에 탄약 장착 않고 싣고만 다녀…정찰·수송 비행만 했다"

"폭도 막아달라"는 31사단장 요구에 사람 없는 해남 논바닥에만 위협 사격 주장도

연합뉴스

8월 9일 재판 출석 후 부축받으며 귀가하는 전두환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전두환(90)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재판 항소심에 출석한 공격형 헬기 조종사들이 5·18 당시 광주 도심에서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들은 무장한 채 광주로 출동한 것은 맞지만 기관총에 탄약을 장착하지 않고 싣고만 다녔고 정찰·수송 업무를 했다며 해남으로 출동하면서 사람이 없는 논바닥에만 위협 사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27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의 항소심 다섯 번째 공판기일이 열렸다.

전씨는 재판부로부터 불출석 허가를 받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는 전씨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육군 506항공대 소속 500MD 헬기 조종사 4명 중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한 명을 제외한 3명이 출석했다.

당시 공격형 헬기를 운용하는 506 항공대 대대장 김모 중령은 1980년 5월 21일 오후 3시 57분 대구에서 출발해 저녁 무렵 광주에 도착했고 부대의 다른 조종사들도 21일 전후 광주로 출동했다.

정조종사 최모씨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3시 사이 광주 불로교 상공 등에서 헬기 기총소사를 했느냐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맹세코 그런 일은 없다. 시내에서 헬기가 총을 쏘면 엄청난 사람이 죽는데 정신 있는 사람이면 못 쏜다"고 거듭 부인했다.

최씨는 "500MD 헬기에 장착된 7.62mm 기관총은 1분에 2천 발, 4천 발이 나가는데 우리 국민에게 쏜다는 건 가당치 않다"며 "광주에서 5월 21일뿐 아니라 다른 날도 총을 쏘지 않았고 위협 사격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정웅 31사단장이 해남대대로 출동하면서 폭도들을 막아달라고 하길래 위험해서 헬기로 사격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면서 "다리만 쏠 수 있느냐고 물어서 그런 총이 아니라고 했고 사단장이 체념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해남으로 출동하면서 사람들이 소리만으로도 위협을 느끼리라 생각하고 논바닥에 총을 쏘는 선택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전씨의 내란 목적 살인죄 판결문에서 황영시 전 계엄사령부 부사령관이 광주 재진입 작전을 하기 전 무장헬기 및 전차를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라고 지시한 내용 등에 대해서는 "높은 분들이 무슨 일하셨는지 저는 모른다. 저희한테까지 총 쏘라는 지시가 내려온 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전두환 항소심에 증인 출석하는 헬기 조종사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27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 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헬기 조종사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1.9.27 iso64@yna.co.kr


최씨와 같은 날 광주에 출동한 500MD 부조종사 김모씨와 정조종사 박모씨도 5월 21일 오후 불로교 상공에서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내 기억에 박씨와 한 조로 5월 21일 오전 광주에 갔다. 무장은 해갔지만 안전 차원에서 탄약을 빼놓은 채 뒷좌석에 탄 박스를 싣고 다녔다"고 말했다.

박씨는 "광주 상공을 정찰 비행한 사실은 있다. 개천 위였고 많은 사람이 산재해 있다가 헬기를 보고 피했다"면서도 위협 사격이나 시민을 향한 사격은 하지 않았으며 그러한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김순현 전투교육사령부 전투발전부장의 광주천변 위협 사격 지시에 대해서는 일부 증인만이 "코브라 헬기를 운용하는 103항공대에다가 광주천에 총 쏘라고 했단 말을 들었지만 20mm 벌컨포의 위협 능력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쏠 수 없을 거라고들 했다"고 발언했다.

한편 1심 재판부는 19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각각 500MD(공격형) 헬기와 UH-1H(수송용) 헬기로 광주 도심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음이 충분히 소명됐다며 전씨가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했다.

1심에서 제출된 국방부의 500MD 헬기 촬영 영상에 따르면 500MD는 10∼15발씩 끊어 쏠 수 있으며 이날 법정에 선 증인 중 한 명도 탄약 절약을 위해 일명 '점사'를 해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8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신청으로 이날 전일빌딩 탄흔 분석과 관련한 증거조사를 하고 한 차례 더 변론기일을 연 뒤 재판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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