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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때리고, 감금하고, 촬영하고…반복되는 '데이트폭력', 미약한 처벌에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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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피해자 간절히 호소해야만 구속되나

5년간 형사입건 4만7755명…구속은 4.2%

전문가 "피해자 보호 적극적으로 해야"

아시아경제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에게 폭행 당해 사망한 고(故) 황예진씨 사건 관련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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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얼마 전 퇴근길 지하철 4호선에서 "가족이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했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하는 방송이 울려퍼졌다. 안내방송을 한 기관사는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숨진 고(故) 황예진씨의 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송은 당시 지하철에 있던 한 시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 퍼지며 알려졌고 많은 시민의 안타까움을 샀다. 황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가해자 A씨는 두 번의 영장실질심사 끝에 지난 16일 구속됐다. 당초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등 이유로 A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었다.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조치와 처벌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발생한 육군 중위의 데이트폭력 사건도 군검찰로 송치된 이후 보름이 지나서야 가해자가 구속됐다. 전문가는 데이트폭력 범죄에 대한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 가중처벌 등 적극적인 법 적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지난 7월25일 A씨에게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당했다. A씨의 폭행으로 황씨는 위장출혈과 갈비뼈 골절, 폐 손상 등이 발생해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지난달 17일 결국 외상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했다. 당초 법원은 도주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들어 A씨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황씨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리고, 황씨의 실명과 얼굴, 폭행 당시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공개하며 반발했다. 데이트폭력 범죄의 심각성과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간절한 호소였다. A씨는 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 50여 일 만인 지난 16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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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숨진 고(故) 황예진씨 어머니가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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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대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발생한 육군 중위 데이트폭력 사건의 피해자 B씨는 C중위에게 폭행·강간상해·리벤지포르노(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 사진이나 영상물) 등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는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B씨에 따르면, 경찰에 데이트폭력 신고를 한 이후 C중위에 대한 어떠한 조치나 통제는 없었다. B씨는 당시 C중위가 집 앞에 찾아오고 신고 취하 압박을 하는 등 2차 가해가 이뤄진 사실을 군사경찰 담당 수사관에게 알렸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B씨는 피해 사실을 알린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서 "왜 피해자가 숨어 지내야만 하는지···. 제발 똑바로 진실한 수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C중위는 B씨가 경찰에 신고한 지 두 달이 지난 6월24일 구속됐다.

가해자에 대한 약한 처벌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데이트폭력 유형별 신고 건수, 입건, 조치 현황'에 따르면, 2016∼2020년 살인·살인미수, 폭행·상해, 체포·감금·협박, 성폭력 등 데이트폭력 사건은 총 4만775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된 가해자는 227명에 달했다.

그러나 입건된 4만7755명 중 구속된 인원은 2007명으로, 전체의 4.2%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상대를 죽이거나 죽을 때까지 때리지 않고선 구속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끔찍한 범죄는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데이트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에 대한 소극적 대응에 시민들은 공분하고 있다. 20대 직장인 허모씨는 "데이트폭력을 단순히 남녀 사이의 사소한 다툼으로만 바라보는 것 아닌가 싶다"라며 "피해당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힘겨운 피해자가 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명하고 처벌해달라고 호소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는 데이트폭력 범죄에 대한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 가중처벌 등 적극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는 "아동학대, 가정폭력의 경우 특별법이 있지만, 데이트폭력은 폭행죄나 상해죄 등 일반 형법이 적용된다. 데이트폭력은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의 보복 등 신고 후에도 2차 가해 가능성이 큰 만큼,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데이트폭력뿐 아니라 우리나라는 폭행·협박 등 물리적 폭력에 관해 구속률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관련 통계 자료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특히 살인, 상해로 분류된 사건에 대한 구속 비율 등 통계치를 법원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발표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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