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서울 강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좌) 지난 9월 9일 오후 경기도청에서 경향신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인터뷰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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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5개월여 앞둔 가운데 여야 유력 후보가 얽힌 ‘고발사주’ 의혹과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으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휘하 검사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은 본격적인 수사 국면에 접어들었다. 추석 연휴 직전 불거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이 사업 개발이익 수천억원이 특정업체와 특정인사들에 배당됐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9월 19일 이 지사 측이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등을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곧 기초 사실관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
고발사주 의혹과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엔 공통점이 있다. 윤석열 전 총장, 이재명 지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입했는지는 아직 모호하다. 하지만 의혹 자체는 각자 내세워온 정체성을 뒤흔들 만한 폭발력이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은 ‘법치와 상식’, 이재명 지사는 ‘기득권 타파’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대선주자로 거듭났다. 검찰의 총선개입 혹은 부동산 특혜 몰아주기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각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이 사건의 실체에 얼마만큼 다가서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양대 의혹의 핵심 쟁점과 수사 상황을 정리했다.
■‘윤석열 관여’ 밝힐 수 있나
지난 9월 2일 신생언론 뉴스버스 보도로 제기된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의 경우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이 동시에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공수처가 빠르게 나섰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시민단체의 고발장 접수 사흘 만에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이튿날 김웅 국민의힘 의원,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최창민)도 대검찰청 감찰부로부터 자료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고발사주 의혹은 총선을 열흘여 앞둔 지난해 4월 대검찰청 간부가 범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것이 골자다. 고발장을 건넨 대검 간부로는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목됐다. 수사정보정책관은 범죄 첩보와 검찰 내외부 동향을 검찰총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자리로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린다. 검찰과 야당 간 연결고리로는 당시 미래통합당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김웅 의원이 지목됐다. 손 검사와 김 의원은 사법연수원 동기다. 김웅 의원으로부터 고발장 접수 지시를 받은 조성은 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이 이 사건 제보자다.
고발장은 지난해 4월 3일과 8일 두차례에 걸쳐 전달됐다. 4월 3일 전달된 고발장의 고발대상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당시 총선에 열린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최강욱 대표, 황희석 최고위원 등 범여권 정치인이 포함됐다. 도합 13명(성명 불상 포함)의 피고발인 중 상당수는 언론인이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취재진,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 취재진 등이 고발대상에 올랐다. 고발장은 범여권 정치인들이 총선 승리를 위해 ‘윤석열 검찰 죽이기’에 나서 이들 의혹보도를 기획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또 허위 보도로 윤 전 총장, 김건희씨, 측근 한동훈 검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적시됐다.
4월 8일 고발장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내용이다. 최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한 유튜브 방송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가 실제 인턴활동을 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는데, 이 같은 언급은 허위사실로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건의 고발장 모두 수신처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로 기재됐다. 수사가 가능한 일선 검찰청이 아니라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려 한 것이다. 이를 당시 윤 총장의 검찰 내부 장악력과 연관 짓는 해석도 있다. 그해 1월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고검장을 앉혔다. 이후 검찰의 정권 관련 수사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냈다. 실제로 김웅 의원은 이 고발장들을 조성은씨에게 보내면서 “꼭 대검 민원실에 접수해야 한다, 중앙지검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제보자인 조씨는 고발 접수를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8월에 ‘4월 8일 고발장’과 오타까지 꼭 닮은 고발장이 접수된 사실이 드러났다. 접수자인 조모 변호사와 국민의힘 측 설명을 종합하면, 이 고발장은 정점식 의원실에서 나왔다. 정 의원 측은 “고발장 초안을 받아온 보좌관이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기억을 못 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와 검찰은 문제의 고발장들이 어떻게 만들어져 누구를 거쳤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고발장 작성자→손준성 검사→김웅 의원→조성은씨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전달과정 가운데 ‘손준성→김웅’ 대목(검찰→미래통합당)만 명확히 확인돼도 검찰의 총선개입 의혹은 커지고 윤석열 전 총장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직접적 개입이 확인되지 않으면 ‘휘하 검사 관리 책임’ 이상은 묻기 어려울 수 있다.
즉 고발사주 수사의 성패는 ‘윤석열 관여’ 여부를 확인하느냐에 달렸다. 앞서 지난 9월 10일 공수처는 피의자로 윤석열 전 총장을 입건했지만, 실제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준성 검사는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다 공수처는 그가 제출한 휴대폰(아이폰) 잠금 해제도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사주 의혹과 맞물려 제기된 박지원 국정원장 배후설은 엄밀히 보자면 별개의 사안이다. 조성은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박 원장과 공모해 이번 의혹을 터뜨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조성은씨는 미래통합당에 합류하기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내면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 원장과 인연을 맺었다. ‘제보사주’로도 불리는 이 의혹의 근거는 조씨가 뉴스버스의 첫 보도 직전인 8월에 박 원장과 회동을 했다는 것이 전부다. 다만 조씨가 SBS 인터뷰에서 “9월 2일(첫 보도 시점)은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거나 배려받아 상의한 날짜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이 불길을 키웠다. 박 원장이나 조씨는 고발사주 의혹에 관한 대화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연합뉴스(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핵심 당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9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나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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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특혜 의혹 ‘수사 착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때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도 결국 검찰수사로 의혹의 진위를 가리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지사 캠프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을 고발한 사건을 9월 23일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경근)로 배당했다. 국민의힘 측의 특혜 주장이 허위사실에 해당하는지 가려내기 위해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전반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5900여세대가 입주할 ‘미니 신도시’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4년부터 추진됐다. 공공개발을 추진해 개발로 발생한 이익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간사업자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개발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사업 입찰공고를 냈고, 한달 뒤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특혜 의혹은 소수의 개인투자자들에게 과도한 이익이 분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성남의뜰’ 지분 절반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나머지 절반은 민간사업자들이 갖고 있다. 민간사업자 중 한곳인 화천대유는 ‘성남의뜰’ 지분을 1%만 보유했음에도 지난 3년간 577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지분 6%를 보유한 천화동인(SK증권을 통해 특정금전신탁 형식으로 투자)의 배당이익은 3463억원이다. 천화동인을 통한 배당금도 화천대유 대주주 김모씨와 그가 모집한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화천대유·천화동인으로 연결된 소수의 인물들이 막대한 개발이익을 누린 것이다. 화천대유·천화동인의 배당금은 ‘성남의뜰’이 전체 주주들에게 배당한 금액의 68%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7%를 쥔 이들에게 4000억원대의 배당이익이 몰린 이유는 ‘성남의뜰’ 배당구조 때문이다. 우선주 투자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사들은 일정한 이익을 ‘보장’받기로 했고, 이들의 이익을 보장하고도 생기는 추가 이익은 보통주 투자자인 화천대유 등에게 돌아가도록 했다. 이 때문에 화천대유 측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기대 이상의 이익을 거둔 것일 뿐 부정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땅 수용과 인허가 등을 성남시가 맡았고, 입지 조건을 볼 때 ‘리스크가 큰 투자’였다는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으로 연결된 개인들의 면면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화천대유 지분 100%를 소유한 김모씨는 법조계를 취재해온 언론인 출신 인사이고, 검사 출신인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다. 이렇다 할 사업실적이 없는 이 신생업체의 고문단에 박영수 전 특별검사, 강찬우 전 검사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입찰공고는 2015년 3월 26일 마감됐는데, 공모 마감 다음날인 3월 27일 성남의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에 3개 컨소시엄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 하루 만에 사업자가 결정된 것이다.
앞으로 검찰은 개발사업자 선정 과정, 이익 구조 설계 과정에서 소수에게 특혜를 몰아줬는지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그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과제다.
다만 수사결과와 상관없이 대장동 사업 의혹 자체로 이 지사가 구축해온 ‘서민 정책통’ 이미지는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사업”이라던 대장동 개발에서 소수의 개인들이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겨간 것은 사업의 의미를 빛바래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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