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델리오 난민촌 규모 1만5천→3천명…"곧 비워질 것"
자국 추방 피해 멕시코행…멕시코 망명도 '난항'
지난 21일(현지시간) 추방 위험을 피하고자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멕시코쪽으로 가는 아이티인들 |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이재영 기자 = 미국 텍사스주 델리오 난민촌에 모인 아이티인들이 자국으로 추방되거나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면서 정점 때의 20% 수준으로 인원이 급감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국토안보부는 이날 오후까지 델리오 난민촌에 남은 사람들이 3천명 정도라고 밝혔다.
대부분 아이티인인 델리오 난민촌 인원은 지난 18일 한때 약 1만5천명에 달했으나 며칠 만에 빠르게 줄었다.
국토안보부는 19일부터 이날까지 난민촌에 있던 아이티인 2천명 가까이 여객기로 본국에 송환했다. 다른 3천900명은 수용시설로 보냈으며 이들은 곧 아이티로 송환되거나 이민법원에 넘겨질 예정이다.
이외 4천명이 이민당국에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거나 이민법원 출석일자를 잡은 뒤 미국 내로 풀려났고 또 다른 수천 명이 당국과 인터뷰를 진행 중이라고 AP와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이틀 내 난민촌이 비워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NYT는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에 있는 수천 가구의 아이티인들의 삶을 바꾸는 결정을 미국 국경 요원들이 내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경에서 미국 체류허가와 추방 중 어떤 결정이 내려지는지에 따라 아이티인들의 운명이 바뀐다는 것이다.
일부 아이티인은 추방을 피해 리오그란데강을 도로 건너 멕시코로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로 '일보 후퇴'하는 것이 아이티로 추방돼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멕시코 시우다드아쿠냐 천막촌의 아이티인들 |
아이티에서 남미로, 남미에서 정글을 통과해 중미를 거슬러 오르는 험난한 여정을 마치고 멕시코 코아우일라주의 시우다드아쿠냐로 새로 들어오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멕시코에서 망명을 신청하고 머물지, 아니면 미국행을 강행할지 고민에 빠져있다.
미국에 간다고 하면 운이 좋으면 망명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아이티로 추방되는 '모 아니면 도'의 상황을 마주한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 당국은 미국으로 넘어가려는 이민자들에게 월경을 단념하고 멕시코 쪽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멕시코 이민청(INM)은 이민자를 남부 치아파스주 타파출라로 돌려보내 그곳에서 망명 신청을 하도록 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민청 관계자들이 난민촌을 돌아다니며 타파출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하는 한편 "리오그란데강을 건나는 이들은 모두 바로 아이티로 송환될 것"이라고 경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과테말라에서 멕시코로 들어오는 관문인 타파출라는 현재 이민자들 망명신청이 급증해 인터뷰가 내년까지 밀린 상황이다.
멕시코에 머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디든 아이티보단 낫다는 생각에 미국행을 단념하고 멕시코에 망명을 신청하는 이들도 늘지만 언제쯤 체류 자격을 얻게 될지는 기약이 없다.
체류자격이 없어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는 이민자는 망명 허가가 날 때까지 천막이나 낡은 숙소에서 버텨야 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에 망명을 신청한 아이티인 가운데 22%만 승인을 받았다.
올해는 승인율이 조금 상승해 31%다.
아이티인 망명 승인율은 베네수엘라인(98%), 온두라스인(85%), 엘살바도르인(83%), 쿠바인(44%) 등에 견줘 크게 낮다.
멕시코에 머무는 쪽을 택한 이민자 쥘리아나는 "사람들과 모여서 북쪽으로 이동할 생각이었으나 추방당할까 너무 무서워졌다"며 "멕시코에서 일할 수 있게만 해주면 좋겠다. 뭐든 합법적으로 하고 싶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반면 2살 딸과 함께 멕시코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던 한 부부는 전날 텍사스에서 자유의 몸이 됐다는 사촌의 문자를 받은 후 고민 끝에 미국을 향해 강을 건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리오그란데강 건너는 아이티인들 |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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