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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세계 금리 흐름

헝다 · 테이퍼링 · 금리 인상…종말로 치닫는 '빚투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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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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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헝다그룹,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금리 인상, 대출억제.

추석을 전후해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이들 이슈는 '빚투의 지속 가능성'을 묻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나하나 따로 떼어 놓아도 금융시장에 악재인데 동시다발적이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면서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자산 시장에 지속적인 충격을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상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를 줄여야 하는데 대출 억제는 쉽지 않고, 주택 시장은 여전히 펄펄 끓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흐름과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려는 각국 정부·중앙은행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차입 경영'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의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에버그란데)는 20여 년 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부실 대기업들을 연상케 합니다.

350조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헝다는 중국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베일에 가려져 있던 중국 대기업의 부실 문제가 표면화하면서 금융부실을 부각할 수 있는 데다 이 기업이 안고 있는 외화 부채는 국제 금융시장에 도미노 충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점도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2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오는 11월부터 테이퍼링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고, 점도표(dot plot)에서는 18명의 연준 위원 중 9명이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해 파월 의장이 고수하고 있는 2023년보다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연준의 테이퍼링이나 조기 금리 인상이 국제 금융시장에 지난 2013년 '긴축 발작'과 같은 패닉을 몰고 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달러 자금 이탈로 신흥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습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어제(23일) '상황 점검 회의'에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10월이나 11월에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을 예고해 놓고 있습니다.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관련 대출을 조여가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6% 내에서 묶기로 했지만 이미 5%가 뚫렸습니다.

강력한 대출 억제책이 추가로 나오지 않을 경우 마지노선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금융위는 늦어도 다음 달 초엔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외 금융시장과 정책 당국의 움직임은 코로나19 이후 극심해진 실물 경제와 자산시장의 괴리, 즉 금융 불균형의 시정을 지향합니다.

이는 전대미문의 유동성 홍수 속에서 광풍을 이룬 '빚투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헝다 사태나 미국의 테이퍼링,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과 강력한 대출 억제는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시장과 실물 경제의 불균형 확대를 제어해 금융시장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과정은 헝다의 예에서 보듯 고통스럽습니다.

돈을 푸는 과정에서 빚어진 자산 거품이 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헝다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는 진정됐으나 이는 앞으로 벌어질 국내외 금융시장이나 자산시장 불안의 예고편일 수 있습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어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와 그에 따른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헝다그룹과 같은 시장 불안과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헝다 사태나 미국의 테이퍼링이 당장 대규모 자금 이탈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점차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글로벌 긴축이 초래할 수 있는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부채가 너무 많이 증가했고 채권을 비롯해 주식, 부동산 가릴 것 없이 자산시장은 모두 거품이 부풀어올랐다"면서 "조만간 큰 충격이 한 번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금리가 좀 올라도 기업실적이 받쳐주고 경기가 좋다는 점을 빌미로 자산시장이 버텼는데 경제지표가 나빠지면 거품이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용택 리서치센터장은 "자산시장이 조정을 받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고 좀 더 안전한 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성태윤 교수 역시 "향후 금리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만큼 부채를 이용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면서 "이젠 위험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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