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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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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추방 조치 비인간적"…美 아이티 특사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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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난민에 채찍 휘두르는 미 순찰대 모습 포착

바이든 난민 정책 도마위에…비판 확산 조짐

아시아경제

대니얼 푸트 미 아이티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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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미국의 아이티 특사가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미국의 추방 결정이 비인간적이라고 공개 항의하며 사임했다. 미국 고위급 외교관이 당국의 난민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난민 정책에 대한 비판이 더욱 확산할 조짐이다.

2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대니얼 푸트 미 아이티특사는 이날 공개한 사임 서한에서 "난민과 불법 이민자 수천명을 아이티로 추방하는 미국의 비인간적이고 역효과적 추방 결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티에 대한 우리의 정책적 접근은 깊은 결함이 있으며 나의 권고는 무시되고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티를 빈곤과 범죄조직의 수렁 속에 붕괴한 나라로 표현하면서 미국으로 몰리는 난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아이티는 최근 대통령 암살 사건과 함께 잇딴 지진과 갱단 폭력 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이미 최빈국이었던 상황이 더 악화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 당국은 텍사스의 난민 수용 캠프 내 1400여명의 난민들을 텍사스로 추방시켰다. 또 3200명이 넘는 난민들의 수용을 거부했다.

푸트 특사는 미 정부가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를 지지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 정부가 수십년 간 아이티의 정치를 조종해온 걸 연상시킨다면서 "미국이 승자를 또 고를 수 있다고 믿게 하는 자만심이 놀랍다"고 했다.

이 같은 비판에 국무부는 즉각 반박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별도의 성명을 배포 "푸트 특사가 해결책 모색에 참여하는 대신 사임해버리고 사임 상황을 호도해 유감"이라며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기회가 많았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이 고위 외교관을 상대로 공개 비판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난민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비난이 확산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는 최근 미국의 난민 추방 정책이 국제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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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난민에 채찍 휘두르는 미 기마순찰대 [사진출처=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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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는 기마 국경순찰대가 고삐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아이티 난민을 가축 몰듯 쫓아내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날 사진에 포착된 요원들을 행정 부서로 재배치하고 문제가 제기된 텍사스주 델 리오 지역의 기마 순찰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난민 인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푸트 특사가 사임하면서 이를 미 당국의 난민 정책에 대한 고위 외교관의 '반란'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왔다.

윌리엄 오닐 인권 부문 변호사는 "그(푸트 특사)의 사임은 매우 대담한 조치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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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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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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