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폴인인사이트]국민예능 ‘유퀴즈’에 '다큐 팀'이 있는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 Editor’s Note

매주 수요일 저녁, 우리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 4~5명의 ‘자기님’(‘유퀴즈’에서 출연자를 지칭하는 표현)을 만납니다. 각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들이 15~20분 간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데요, 보고 나면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유퀴즈’가 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기 때문인데요, 그만큼 촬영 분량도 많습니다. 현재 방송 중인 시즌 3는 시즌 1에 비해 촬영 분량이 몇 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제작 과정도 독특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제작진에 다큐멘터리 촬영팀(이하 ‘다큐 팀’)이 따로 있습니다. ‘다큐 3일’ 등을 제작했던 다큐멘터리 전문 PD가 시즌 2부터 합류해, 추가 인터뷰 등의 촬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예능과 교양 사이, 절묘한 포지셔닝에 성공한 ‘유퀴즈’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이 단독 공개합니다.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이 발행한 ‘팀 유퀴즈 : 지금의 유퀴즈를 만든 사람들’ 5화의 일부입니다.

중앙일보

코로나 19 이전 '유퀴즈' 촬영 현장의 모습. [사진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퀴즈' PD 팀의 2주 루틴



'유퀴즈' PD는 모두 14명입니다. 시즌1일 때 10명의 PD가 일했던 것을 감안하면 PD의 수가 많이 늘었죠. 14명의 PD는 두 팀으로 나누어 격주로 프로그램을 맡습니다. 촬영을 한 번 하면 2주 후에 방송이 나가게 되는 건데요. 저와 공동연출인 박근형 PD는 두 팀을 오갑니다. 각자 맡은 편집 분량 외에도 언제 생길지 모르는 후배들의 공백을 메워주는 일을 하죠.

촬영일인 수요일을 기준으로 PD의 2주 루틴을 간략히 소개해드릴게요.

아침 일찍 녹화를 시작해서 6~7시간 동안 한 회를 촬영합니다. 한 회차의 출연진을 하루에 모두 촬영하고 있어요. 두 MC가 그날의 감정을 계속 유지하는 게 좋다는 제작진의 판단 때문이죠. 회차당 4~5분이 출연하시고, 출연자 한 분당 60~9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촬영 후 화면의 싱크를 맞추는 작업이 끝나는 시점이 목요일 오후인데요. 그때부터 본격적인 편집 작업이 시작됩니다.

중앙일보

'유퀴즈' PD들의 단체 채팅방. 회차별 업무 분장이 이루어진다. [사진 제공: '유퀴즈' 김민석 메인 PD]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메인 PD인 제가 편집 업무 분장을 합니다. 한 회당 4~5분이 출연하시는데요. PD 1명이 1명의 출연자를 전담하게 됩니다. 누가 어떤 분을 담당할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누가 편집할지를 단체 채팅방에 공지하죠.

금요일부터는 각 PD가 편집실에서 편집에 매달리는 시간입니다. 그 다음 주 수요일이 방송이니까, 13일의 시간이 있는 거죠.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방송 당일까지 편집 작업이 끝나지 않을 때도 많아요. 영상 편집이 끝나면 자막 삽입 등 후반 작업을 이어갑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 여러분이 보시는 영상이 바로 이 후반 작업을 마친 편집본입니다.

중앙일보

2주 단위로 운영되는 유퀴즈 PD팀의 한 회차 제작 일정


모든 회차에 2주의 시간이 확보되지는 않아요. 99회 'BTS 특집'이나 105회 '유재석 데뷔 30주년 특집'의 경우, 촬영 바로 다음 주에 방송이 나가야 하는 스케줄이었어요. 편집 시간이 반으로 줄어든 셈인데요. 이런 경우 2배 더 긴박하게 편집 작업을 하게 됩니다.



'유퀴즈스러움'을 만드는 제작 가이드



1. 현장의 '첫 느낌'을 지켜낸다

프로그램의 콘셉트나 기획, MC 등에 따라 촬영장에서 PD의 역할이 많이 달라집니다. 제가 이전에 담당했던 ‘1박 2일’의 경우, PD가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유퀴즈' PD의 일은 ‘잘 듣고 잘 웃는 것’입니다(웃음).

현장에서 이어폰을 끼고 모니터링을 하다 보면, 출연자가 귀에다 대고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릴 때가 많아요. 현장에서의 온도를 오롯이 느끼고, 그 기억을 그대로 편집실로 가져와야 합니다. 편집 과정에서 여러 번 촬영분을 볼수록 이 장면을 처음 마주하는 시청자의 마음과 거리가 생기기 쉬워요.

자신을 객관화하려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촬영장에서 처음 들었던 목소리와 장면의 첫 느낌을 어느 정도 기억해놓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촬영할 때 어떤 자막이나 음악 없이도 눈물이 났다면, 편집을 반복해도 이 감정을 지켜내야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죠. 그래서 업무 분장을 할 때도 되도록 현장에 있었던 PD가 편집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2. 다큐 감독 세 명이 만들어내는 볼거리

'사람 여행'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유퀴즈'는 시즌 1~3 모두 사람을 다뤘지만, 그 깊이가 달라졌어요. 시즌 1의 경우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분들을 인터뷰했기 때문에 현장의 촬영분이 전부였죠. 그럼에도 제작진 모두가 '따뜻함'을 느꼈는데요. 우연히 만난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시는 데서 오는 따뜻함이었죠.

이런 점이 더 부각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언주 작가와 인연이 있었던 다큐멘터리 감독님들께 협업 제안을 드렸어요. 시즌 2부터 다큐 팀이 합류하게 됐죠. 덕분에 촬영 소스가 다양해졌고, 볼거리가 풍성해졌습니다.

지금은 총 박지현, 신광연, 이영훈 다큐 감독님 세 분이 촬영을 함께하고 있어요. '다큐3일' 같은 굵직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찍어 오신 분들이에요. 촬영은 물론 인터뷰 내공 또한 깊은 분들이죠.

스튜디오 인터뷰가 끝나면, 사진 촬영 후 사후 인터뷰가 이루어집니다. 이 사후 인터뷰를 다큐 팀이 담당해요. 직업적 특성을 가진 출연자의 경우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며칠에 걸쳐 추가 촬영을 하고 있어요. 추가 촬영도 다큐 팀이 주로 담당하는 업무예요. 주변 인물 인터뷰가 필요하지 않은 추가 촬영의 경우, 1년 차 후배들이 담당하기도 하고요.

중앙일보

세 번의 심장 수술을 이겨낸 신승건 의사와 심장병 환우들의 등산길. '유퀴즈' 다큐팀이 동행 촬영했다. [사진 '유 퀴즈 온더 튜브' 캡쳐)


109화에서 세 번의 심장 수술을 이겨내고 의사가 된 신승건님을 모셨는데요. 3일 동안 추가촬영을 진행했어요. 건강관리를 위해 규칙적으로 등산을 하셔서, 다큐 팀이 함께 등산을 하며 촬영했죠. 또, 근무지인 부산 보건소에 가서 업무하시는 모습도 찍었고요.



3. 방송 직전까지 퀄리티를 포기하지 않는다

촬영 소스가 늘어나다 보니, 2주의 간격을 둬도 항상 긴박해요. 매주 방송이 시작되면 시청자들은 매끄럽게 흘러가는 100분짜리 한 편을 보게 되는데요. 여기에는 비밀이 숨어 있어요. 100분짜리 한 편이 결코 '한 편'이 아니라는 거죠. 각 회차 앞부분이 방송되는 동안에도 PD는 편집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40분 분량의 편집본을 먼저 전달해요. 40분짜리 화면이 재생되는 동안 20분 분량을 편집하죠. 뒤이어 20분짜리 화면이 재생되는 동안, 40분 분량을 다시 편집하고요. 이런 식으로 한 회당 많게는 4개의 편집본을 만들게 됩니다. 방송이 끝나는 순간까지 최고의 퀄리티를 위해 편집을 하는 거죠.

촬영 일주일 후에 방송이 나가야 하는 회차들도 있어요. 최근에는 두 편이 그랬는데요. 'BTS 특집'과 '유재석 데뷔 30주년 특집'이에요. 편집 시간이 2배로 줄어들다 보니, 제작과정도 2배로 험난했죠(웃음).

'유재석 데뷔 30주년'의 경우, 방송시간이 48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제작방향이 바뀌었어요. 그 다음 주가 '인생 N주년' 특집이었는데요. 이 특집 안에 유재석 MC의 데뷔 30주년 스토리를 넣을지, 독립된 회차로 갈지를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했거든요.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전에 가편본을 가지고 함께 보는 '시사'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시사를 하는데 두 개의 부캐가 서로 분리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시청자로서의 '나'와 제작진으로서의 '나'였죠. 양옆이 잘린 비디오테이프 자료를 보고 있는데, 시청자로서의 '나'가 묘하게 울림이 느껴지는 거예요.

중앙일보

'유재석 데뷔 30주년 특집'에 사용된 1990년대~2000년대 자료화면들. 현재 TV와 비율이 달라, 양옆이 잘려 있다. 이 특집의 자료화면에 4000만원의 자료비가 쓰였다. (사진 제공: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일요일 밤에 '유재석 데뷔 30주년' 특집을 독립된 회차로 꾸미자는 방향이 결정됐어요. 프롤로그, 에필로그도 통째로 바꿨죠.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BTS 특집' 다음으로 높은 시청률이 나왔어요. 그때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이 나요.



4.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한다





(후략)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이 발행한 ‘
팀 유퀴즈 : 지금의 유퀴즈를 만든 사람들’ 5화의 일부입니다. ‘팀 유퀴즈’의 김민석 메인 PD와 작가진들의 인터뷰 전문이 궁금하다면 폴인에서 확인하세요.

■ ■ 더 자세한 콘텐트를 보고 싶다면?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팀 유퀴즈’가 일하는 법!

전체 스태프 100여 명, 평균 나이 29세의 젊은 PD와 20년차 베테랑 작가들이 함께 만드는 ‘유퀴즈’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폴인이 단독 공개합니다. 김민석·박근형 PD와 김나라·이향란 작가와 나눈 인터뷰 전문을 폴인에서 읽어보세요.

▶ 폴인 바로가기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폴인 기자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