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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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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의 시대에서 시민권의 시대로"…대선후보들에게 보내는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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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김태은 기자] "5년마다 블랙홀…현실은 동방살해지국…MZ세대에 절망밖에"

부제 : [the300][대한민국4.0 Ⅳ: 어젠다 K-2022]<9>종합좌담회 ①"아직도 민주화 터널…대리기사정치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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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공공정책전략연구소(킵스)의 '어젠다K-2022’ 종합좌담회. 사진 오른쪽 앞부터 시계 방향으로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김관영 킵스 공동대표(전 의원), 김성식 전 국회의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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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가 자기 위치에서 대못을 박아놓고 그 경직된 신념을 홍보하면서 표를 긁어모았다" (송호근 포항공대 석좌교수)

"5년에 한 번씩 블랙홀로 빨려간다. 모든 이들이 후보들 앞에 이열종대로 설뿐 아무도 시대적 의제를 말하지 않는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

제20대 대선이 17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정치 공간에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자고 나면 쏟아지는 각종 의혹 제기와 넘쳐나는 네거티브 공세에 비해 국가적 어젠다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선거에서 한번 이기면 독점적 권한을 휘두르는 '대권'의 시대에서 타협과 공존의 공론장이 작동하는 '시민권'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묻혀 버린다.

우리나라 정치·사회학계를 대표하는 석학들은 "문제의 핵심을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며 현재 정치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리기사에게 운전대를 넘겨버리듯 대한민국호의 운명을 제왕적 대통령제에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는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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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반만에 기대가 실망으로…"아직도 민주화의 터널"

머니투데이는 이달 6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공공정책전략연구소(킵스·KIPPS)와 함께 '어젠다K-2022' 종합좌담회를 열고 대선을 앞둔 현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점검했다. 이날 좌담회는 김관영 킵스 공동대표(제19·20대 국회의원)의 진행으로 송호근 포스텍(포항공대) 석좌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김성식 전 국회의원(제18·20대)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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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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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4년 반 만에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버린 현실을 진단했다. 박 교수는 "6월 항쟁 이후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민주화와 자유화가 진행될수록 사회의 인간화나 통합화는 점점 멀어지고 칸트식 표현을 빌리면 국가의 번영과 인간의 불행이 공존하는 상황이었다"며 "6.29 선언이 민주주의를 세웠다면 촛불시위로는 공화국의 모습을 갖추기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연립정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책연대, 입법연대만 했었어도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텐데 그러기는커녕 더 강력하게 진보 노선을 강화하다가 결국은 공공성과 통합성이 붕괴되고 절차와 내용 면에서도 진보 가치와 이념조차 완전히 실종됐다"고 말했다. 진보·보수를 떠나 시민사회와 의회, 사법부(헌법재판소)의 의사가 일치해 탄핵을 이뤘지만 정작 새 정권은 공공선을 추구하기보다 자기 진영의 입장만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송 교수는 "아직도 민주화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며 "국민들은 다시 민주주의의 초원으로 나오기를 바라는데 어떻게 나올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직선제 이후 7개 정부(노태우~문재인 정권)가 모두 분절돼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비극도 지적됐다. 내 손으로 뽑는 대통령을 쟁취했지만 시민권의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5년 주기의 대립과 반목을 거듭한다는 의미다.

송 교수는 "선진 민주국가는 연속과 단절이 있는데 우리는 전부 다 단절"이라며 "진보와 보수가 가장 대화와 타협이 안 되는 방향으로 고착됐기 때문인데 그 중심에 대북과 분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 위치에서 대못을 박아놓고 그 경직된 신념을 홍보하면서 표를 긁어모았다"며 "구조적 신념, 고착화된 말뚝을 정체성으로 여기고 타협하면 배신이라고 한다. 우리 민주정치의 특성인 이 말뚝을 뽑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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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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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정치' 안돼…"다음 세대에 절망밖에 줄게 없다"

대리기사 비유도 들었다. 송 교수는 "대권의 시대에서는 대리기사(대통령)한테 다 맡겨버렸다. 음주운전을 하든 엉뚱한 길로 가든 한번 선택하면 목숨까지 넘겨야 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이 비유에 적극 공감한 김성식 전 의원은 "책임과 권리가 동반 상승하는 사회 전체의 민주화가 이뤄지지 못해서 더 심각한 각자도생, 무한경쟁의 시대가 민주화의 동전에 양면처럼 됐다"며 "한번 대리기사를 뽑아놓고 열중쉬어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대의정치를 개선하는 것이 시민권의 시대로 가는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 민주정치가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미래세대는 암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청년 문제가 화두로 나오자 송 교수와 박 교수 등 참석자들은 목소리가 떨릴 정도로 감정이 격해졌다.

송 교수는 "제일 부끄럽고 화가 나는 건 젊은 세대한테 할 말이 없다는 것"이라며 "베이비 부머들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돼 있고 연금도 받지만 MZ세대는 연금, 일자리, 집, 결혼은 생각을 못한다. 청년들에게 어마어마한 짐을 씌워놓고 기회의 문도 못 열게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세계 최저 출산율과 세계 최고 자살률을 언급하면서 "출산 거부는 세대 연장 거부고 자살은 자기 연장의 중단"이라며 "5년마다 정책을 갈아 끼우듯 바꾸는 식으로는 다음 세대에게 절망밖에 줄 게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연일 보도되는 존속살해, 비속살해, 노인 자살률 1등, 정말 뉴스 보기가 두렵다.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라 동방살해지국이 돼버렸다"며 "민주공화국은 공동체가 같이 산다는 건데 1987년 이후 문명이 극단적으로 발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체가 중단될 정도로 문명화가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득권 세력에게 강하게 책임을 물었다. 박 교수는 "86세대는 민주화의 업적보다 반(反) 생명화, 반 공화화의 죄과가 훨씬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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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전 국회의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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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이란 말 버려야"…이익동맹의 시민단체 아닌 공론의 시민정치로

시급한 과제로는 승자독식의 권력 독점 구조 해체를 꼽았다. 박 교수는 "대선에서 가장 절망적인 것은 여야 어느 후보건 우리 사회 갈등의 근본 원인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에 있다는 점을 말하지 않는 것"이라며 "그 권력을 장악하면 전부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니 정당도 의회도 보이지 않고 후보와 캠프만 보인다. 모든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일부의 지지로 100%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사회가 복잡화 다양화 선진화됐는데 1인 통치체제가 맞느냐. 투표로 나타난 의사가 의회에 비례적으로 반영되고 사회적 자원배분도 비례적으로 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수결을 가장한 다수의 폭력도 비판했다. 박 교수는 "다수결, 다수결 하는데 그 자체가 문제"라며 "(여당이 강행한) 5.18 특별법, 대북전단법, 선거법, 언론중재법 등은 절차적으로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아예 '대권'이라는 단어를 버려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송 교수는 "대권이라는 말 자체가 권위주의의 유산인데 여전히 쓰고 있다. 국가주의고 20세기적 발상"이라며 "국가주의로 끌고 나가는 원심력이 문재인 정권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사회적 연대력으로 국가주의를 다시 민주회랑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주의를 탈피하고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정권과 이익동맹이 돼버린 시민단체 동원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송 교수는 "시민운동은 민주주의의 근간인데 시민운동 자체가 동원의 대상이 되어 특정이익을 추구하는 이익단체 내지 주창단체로 변질됐다"며 "모든 시민운동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년간 동맹단체, 이익단체로 전환한 모습은 한국 민주주의의 맹점이다.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노동,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 것도 그런 힘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결국 시민권의 시대로 나아가려면 시민정치가 건강해야 한다. 송 교수는 "시민정치는 권리, 책무, 참여, 이 세 가지가 핵심인데 대체로 이념적 친화성을 기준으로 한 선별적 동원정치였고 혜택 나누기에 급급했다. 권리를 강조했을 뿐 책임은 묻지 않았다"며 "참여 형태는 '시위' 하나뿐이었다. 권리 확보에 보답하는 '무엇을 할 것이냐'(책무)가 빠졌다. 보편이익보다 특수이익을 과도 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정치는 토론모임이 기본이다"며 "집에서 광화문으로 바로 뛰쳐나오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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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킵스) 공동대표(전 국회의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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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혐오의 장으로 만들지말라"…대선후보에 거는 최소한의 기대

부제 : [the300][대한민국4.0 Ⅳ: 어젠다 K-2022]<9>종합좌담회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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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쌓아올린 민주주의 제도를 제발 당신들에 의해 망가트리지는 말라."-송호근 포스텍(포항공대) 석좌교수

차기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있는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우리는 어떤 기대와 희망을 걸 수 있을까.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을 수밖에 없는 불행한 선거가 반복돼 왔지만 '새로운 정치'에 대한 한 가닥 목마름까지 말라버린 채 역대 최악의 대선을 치르게 될 지도 모른다.

머니투데이는 이달 6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공공정책전략연구소(킵스·KIPPS)와 함께 '어젠다K-2022' 종합좌담회를 열고 대선을 앞둔 현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송 교수는 이 같은 우려와 위기 의식을 좌담회 내내 쏟아냈다. 송 교수는 "정치를 혐오의 난장으로 만들지 말라. 최소한의 기대라도 져버리지는 말라"는 말로 여야 대선후보들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 역시 "이승만이냐 김구냐, 김영삼이냐 김대중이냐, 인물에 대한 과도한 지지와 비판에 몰입하는 것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며 최근 대선 상황에 대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 교수는 이번 대선이야말로 양극단의 정치를 종식시킬 개헌을 공론화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해 온 진보학자다. 그러나 여야 모두 대선후보 간 극단적인 인물 대결, 그마저도 저질 네거티브 공세에 치우쳐가면서 개헌은 커녕 정책 대결이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후보와 정치권에 대한 기대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는 최악의 대선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김성식 전 국회의원은 "지금 '박(朴)주주의'의 유령과 '문(文)주주의'의 유령 속에서 대선이 치러지고 있지 않느냐"면서 "맹목성을 극복한 시민들이 제대로 된 성찰과 대안의 공론장을 열고 민주주의 2.0으로 가기 위한 여러가지 시민적 압력을 정치권에 전달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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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일 머니투데이 -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 참석한 박명림 연세대 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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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독식 구조에선 어떤 정책·공약도 소용없어…최소한의 개헌 약속해야"

박명림 교수는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은 단연코 '공정과 통합'이라고 꼽았다. 이를 위한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권력 분산과 균형이라는 소신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박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던 촛불시위를 사실상 제2의 '1987년 6월 항쟁'이 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항쟁'에 이어 대한민국 공동체가 준수해야 할 가치가 지켜지지 않을 때 시민사회가 저항한 것"이라며 "그동안 민주화 과제 속에 매몰됐다면 민주화 이후 모두가 함께 산다는 '공화'의 가치를 보다 실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우리는 민주화를 이뤘지만 계층을 넘고 진영을 넘는 의제에는 실패했다"며 "누구에게는 5년은 지지하고 다른 누구에게는 5년은 증오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공화국은 유지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권력 독점을 극대화하는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지적해 온 박 교수는 "계층이나 산업, 지역 등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모든 양극화 문제보다 이념 양극화 문제가 훨씬 심각한데 결국 정치 권력의 분산과 균형의 필요성은 도외시한 채 다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근본적으로 해결이 안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들에게도 1987년 이후 유지돼왔던 대통령 책임제의 권력 독점 형태에서 권력 분산을 꾀하는 개헌을 약속할 것을 제언했다.

박 교수는 "정책이나 공약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승자 독식의 권력 구조에서는 어떤 정책이나 공약도 성공할 수가 없고 대한민국의 불균형과 후퇴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과 청와대의 권력 독점을 막는 최소한의 개헌이라도 약속해야 한다"며 "국무회의가 원래 의결기구인데 심의기구 기능에 그치고 있고 장관 임명도 국회의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임명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걸 넘어서 최소한의 권력 균형을 노력할 때 정책을 통한 불평등·불균등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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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일 머니투데이 -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 참석한 송호근 포스텍 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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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쟁의 정신으로 돌아가 시민사회 공존·동행 회복해야"

송호근 교수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출발점이 어디냐"는 질문을 던지며 오늘날 시민사회가 상실한 공존과 동행을 회복하는 것을 우리의 시대정신으로 봤다.

송 교수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토크빌이 제시했던 도덕적 리더십을 자치를 내세웠다. 그것은 시민정신이다. 우리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느냐"며 "결국 1987년 민주항쟁이다. 권위주의 체제에 대해서 저항한 시민항쟁의 정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함께 사는 시민(Mitburger)', 공존과 동행 개념을 시민사회가 금과옥조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를 국정으로 어떻게 뒷받침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민주화에서 자제와 양보라는 시민정신이 권리와 이익추구의 투쟁의식에 의해 밀려났다.

복지와 노동정책이 시민사회의 공존과 동행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차기 정부가 제도적 정비에 나서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우리는 복지 제도는 시작한 지 오래됐지만 균형이 없는 비대해진 형태로 발전했다"며 "사회보험을 사회보장으로 바꿔야 한다. 사회보험은 20세기 산업화 시대 논리다. 돈 모자라면 다 파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21세기 논리에 따라 사회보장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세금 제도 역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경제력이 GDP 1만달러 돌파할 때 복지문제를 시작했어야 했는데 10년, 20년 늦어졌다"며 "경제력에 비해 복지와 노동문제가 가장 지체돼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민들의 공론장이 훼손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20세기 해방이후 한국을 끌어왔던 것은 대학과 언론, 종교였지만 지난 20년 간 이 세 곳이 모두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대학은 담론 생산 역할을 못하게 된 지 오래고 언론은 가짜뉴스 생산지로 지목됐다. 종교는 화해와 관용의 심적 자원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광화문 집회' 사건 등등 시민들의 구제 영역을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비어있는 신뢰의 공간에 결국 남은 것은 공론장 뿐"이라면서 다만 "시민들이 훈련을 거치지 않은 채 공론장에 들어오게 되는데 공론장에 정치가 주도하면 지금처럼 암담한 결과가 될 수 있다. 정치 영역을 혐오의 장으로 만들지 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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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일 머니투데이 -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 참석한 김성식 전 국회의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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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지지자 위주 캠페인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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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전 의원은 여야 대선후보들을 포함해 기성 정치인들이 솔직하게 답변을 해야 하는 대선이라고 일침했다. 청년 세대들에게 나라는 선진국 문턱에 있다는데 내 삶은 왜 더 힘들어지는지, 극단적인 괴리에 우리 사회가 또다른 민주주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 전 의원은 "지금 여야 후보들이 이기기 위해서라도 열혈 지지자 중심의 캠페인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양쪽의 열혈 지지자보다 훨씬 더 많은 다수의 국민들이 상식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이분들이 그냥 가만히 당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 캠프는 무조건 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당 후보는 현정권에 대한 반성부터 이야기해야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 야당 후보는 왜 탄핵에 이르렀는지 다시 돌아보고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점에 답하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더 내몰릴 뿐 아니라 정권 역시 온전하게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 이미 한 정당으로서 동지 의식이 없다. 오로지 사람 중심의 테두리만 남아있다"고 개탄했다.

김관영 전 국회의원은 의회 정치의 온전한 복권을 주문했다. 그는 "다양한 이해 가치가 반영할 수 있는 의회 구성부터 돼야 한다"며 "선거법이 반드시 개정이 되고 각각의 국회의원들이 헌법기관이라는 생각을 갖고 토론을 활성화해 양심에 따라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 의회가 청와대와 정부의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 행정부의 여러 일들을 견제하는 의회 고유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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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일 머니투데이 -공공정책전략연구소 공동 좌담회에 참석한 김관영 전 국회의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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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선되면 세금으로 5000억 주자" 파격제안, 왜?

부제 : [the300][대한민국4.0 Ⅳ: 어젠다 K-2022]<9>종합좌담회②망국의 캠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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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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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5000억원을 만들어서 대통령 당선 캠프에 주자"

우리나라 대표적 사회학자가 파격적 제안을 소개했다. 대한민국을 망쳐온 제왕적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패거리 정치, 캠프 정치를 끝내기 위해서 극약처방도 불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미래 어젠다는커녕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의 수렁에서 구시대 사고에 발목 잡힌 정치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머니투데이는 이달 6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공공정책전략연구소(킵스·KIPPS)와 함께 '어젠다K-2022' 종합좌담회를 열고 대선을 앞둔 현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점검했다. 이날 좌담회는 김관영 킵스 공동대표(제19·20대 국회의원)의 진행으로 송호근 포스텍(포항공대) 석좌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김성식 전 국회의원(제18·20대)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송 교수는 '캠프 펀드'를 소개했다. 염재호 고려대 전 총장의 아이디어인데 세금으로 조성한 5000억원을 대통령 당선인 캠프에 주되 집권 기간 동안 캠프 인사들의 정치 참여를 금지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당선인은 그 기금으로 캠프에서 수고한 많은 사람들에게 논공행상하고 대신 인사권을 제한받는 셈이다.

송 교수는 "'캠프 없이는 대선을 못 한다면 이렇게라도 하자'는 것이 염 전 총장의 주장"이라며 "여기에 덧붙인다면 대통령은 딱 50명 정도만 낙하산으로 동원할 수 있고 나머지 캠프 관련자들은 일체 공직 등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육지책은 대통령제의 고질적 병폐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왔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니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내각이니 하는 문제가 결국 나라의 의견 수렴 시스템을 망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해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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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공공정책전략연구소(킵스)의 '어젠다K-2022' 종합좌담회. 사진 오른쪽 앞부터 시계 방향으로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김관영 킵스 공동대표(전 의원), 김성식 전 국회의원.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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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캠프가 결국 당선 후 청와대 등으로 그대로 옮겨가고 이런 끼리끼리 정치문화가 5년간 나라를 무너뜨리는 것에 비하면 아예 5000억원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는 논리다.

송 교수는 "문재인 정권만 해도 캠프 출신 인사들이 집값부터 해서 경제 정책을 모조리 다 망쳐놓고 손을 놔버렸다"고 했다.

궁극적 지향은 대통령 권한의 분산이다. 송 교수는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권을 제한하면서 청와대 비서실을 없애고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실질적 권한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제20대 국회 최고의 정책통으로 불렸던 김성식 전 의원도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김 전 의원은 "지금 정치권은 열렬 지지자 중심의 진영 정치에 갇혀 있으면서 피폐해진 국민의 감수성을 아예 잃어버렸다"며 "저 사람이 우리 편이냐 아니냐 이거에 따라서 국정 운영하는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합 정치를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권력 독점이 아니라 자기 당내에서부터 혹은 당밖까지 포함해서 어떻게 연합 정치를 이뤄나가느냐가 관건"이라며 "특히 우리에게 닥쳐오는 AI(인공지능) 시대, 기후변화, 팬데믹, 미중 경쟁 문제 등 융합의 대전환 과제에서는 연합 정치 외에 돌파구가 없다"고 밝혔다.

정치학계 대표 석학인 박명림 교수는 "5년마다 국가 전체 정책이 뒤바뀐다"며 "캠프 중심, 후보 중심 구도가 그대로 청와대 권력을 장악하고 5년에 한 번씩 모든 판을 갈아엎는 그런 체제가 됐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대선후보는 5년간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까를 말하지 말고, 5년간 어떻게 대통령 권한을 국회 및 내각과 나누고 문제를 해결할지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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