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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허릿심, '리그 1위' KT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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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불펜진이 KT 위즈의 선두 수성을 이끌고 있다. [IS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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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진 양적 확보가 관건이다."

2021시즌을 개막 앞둔 1월, 이강철(55) KT 위즈 감독이 전한 오프시즌 화두였다. 이 감독은 부임 첫 시즌(2019)부터 불펜진 주요 보직 개편에 매진했고, 한층 탄탄한 전력을 구축해 KT 창단 최고 승률(0.500)을 이끌었다. 2020시즌은 '베테랑' 유원상, 전유수, 이보근과 중용하고 '새 얼굴' 조현우의 성장을 유도해 강한 불펜을 만들었다.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창단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불펜 투수가 2~3시즌 연속 좋은 기량을 유지할 가능성을 높이 보지 않았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MLB) 사례를 두루 검토해 내린 결론이다. 2020시즌까지 팀 공격을 이끌었던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일본 리그로 이적하며 생긴 공백 변수도 고려해야 했다.

그래서 외부 수혈과 내부 인원 성장에 집중했다. 한화에서 방출된 베테랑 불펜 투수 안영명을 영입했고, 유망주 투수 최건과 신인 지명권(3라운드)을 롯데에 내주고 '전천후' 우완 투수 박시영을 데려왔다. 이상동, 심재민 등 아직 잠재력을 발산하지 못한 내부 투수들도 주시했다. 대졸 우완 신인(2라운드) 한차현도 즉시 전력으로 삼았다.

이강철 감독의 선견지명은 탁월했다. 실제로 지난해 활약했던 베테랑 불펜 투수 일부가 개막 초반부터 고전했다. 2020시즌 홀드왕(31개) 주권의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시즌 전 영입한 투수들이 차례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주자는 안영명. 개막 초반에는 주로 추격조나 패전조로 나섰지만, 5월부터는 셋업맨 임무를 맡았다. 11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해내며 탄탄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이강철 감독도 "불펜 투수 소모가 커지고 있던 상황에서 안영명이 좋은 투구를 해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라고 했다.

안영명의 구위가 떨어진 6월 중순부터는 박시영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6월 19일 수원 두산전에서 이적 뒤 첫 홀드를 기록했고, 이후 후반기까지 필승조 한 축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강철 감독은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줬다. 스프링캠프에서 본 박시영의 투구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선수와 면담을 통해 팔 스윙 교정을 주문한 뒤 충분한 시간을 부여했다. 박시영은 그사이 주 무기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7월 4일 키움전에서는 4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만 21구 연속 구사해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괴력을 보여줬다.

후반기에는 2019시즌 마무리 투수를 맡았던 이대은이 가세했다. 그는 2020시즌 종료 뒤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그동안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2020시즌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다. 부상이 없는 그의 투구는 위력이 있었고, 어느새 필승조로 올라섰다. 후반기 등판한 15경기에서 홀드 6개, 세이브 1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47. 이강철 감독은 "이대은 멘털도 강한 선수"라며 포스트시즌에서 그에게 8회를 맡기겠다는 계획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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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마무리 투수 김재윤(오른쪽). [IS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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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릴리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좌완 심재민, 좌타자 상대 원 포인트 릴리프로 나서는 이창재도 KT가 강한 불펜 전력을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마무리 투수 김재윤은 세이브 부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개막 초반 주춤했던 주권은 14일 두산전에서 시즌 20홀드를 해내며, 역대 2번째로 '3년 연속 20홀드'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KT는 현재 리그 1위다. 2위에 5~5.5경기 차 앞서 있다. 6인 로테이션 체제를 운영할 만큼 선발진 전력이 좋고, 타선도 짜임새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강점은 '화수분' 불펜진이 만들고 있는 허릿심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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