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목적으로 만든 제천비행장은 1975년 이후 항공기 이착륙이 없다. [사진 제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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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민, 비행장 반환 10만 서명운동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진 충북 제천의 군용 비행장을 놓고 지역에서 반환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제천시 등에 따르면 ‘제천비행장 찾기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제천비행장 용도 폐지”를 촉구하는 10만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 소유의 비행장 부지를 주민들에게 돌려달라는 취지다. 현재까지 온·오프라인으로 5만여 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범시민추진위는 추석 연휴 기간 출향인을 상대로 서명을 받는 등 10만 명을 채워 10월께 국방부와 국민권익위원회, 국회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제천시 모산동과 고암동에 걸쳐 있는 제천비행장은 BTS의 ‘에필로그 영 포에버’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유명하다. 멤버들이 광활하게 펼쳐진 활주로를 달리던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BTS 팬들 사이에서는 성지순례 장소로 불린다.
방탄소년단의 '에필로그 영 포에버'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제천비행장. |유튜브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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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이후 훈련용 항공기 이착륙 전무
이 비행장은 1950년대 비행훈련장으로 건설됐으나, 75년 콘크리트 바닥을 설치하는 등 재정비 이후 훈련 목적의 항공기(전투기) 이착륙은 이뤄지지 않았다. 응급환자의 병원 이송을 돕기 위해 산불 진화 헬기나 닥터헬기 등으로 활주로 일부가 사용된 적은 있다. 2004년 시와 국방부가 협약한 뒤 활주로가 개방돼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46년째 항공기가 뜨지도 내리지도 않는 비행장을 놓고 주민들은 불만이다. 비행장 부지가 16만여㎡로 넓은 데다 길이 1180m, 폭 24m 활주로가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기 때문이다. 주민 박모(46)씨는 “비행장 활주로 중간을 끊고 만든 도로가 좁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교통사고 우려가 높다”며 “활주로 콘크리트는 군데군데 균열이 생겨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범시민추진위는 비행장으로 인한 도심 확장 저해, 초등학교와 고층 아파트단지 입주로 비행장 기능 상실, 30여㎞ 거리에 원주·충주에 공군비행장이 군사작전 수행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비행장 용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제천비행장 활주로를 따라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활주로 바닥이 노후하면서 균열이 생겼다. [사진 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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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 가로질러 불편” 용도 폐기 촉구
제천시 역시 범추위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 김주상 제천시 기획팀 주무관은 “국방부는 제천비행장을 헬기예비작전 기지로 지정해놨지만, 활주로 균열이나 환경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타 지역의 헬기 기지가 1만~5만㎡인 것을 고려하면 도심 내에 너무 큰 면적을 비행장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비행장 용도가 폐기되면 부지 교환, 매입 등 소유권 이전을 거쳐 시민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천시의회는 비행장 소유권 무상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 6일 “국방부는 제천비행장을 항구적으로 용도 폐기하고, 소유권을 제천시로 무상 이전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제천비행장은 도심에 있어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주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반경 1.5㎞ 안에 20개가 넘는 아파트단지와 대형병원, 학교가 있어 군사시설 기능이 사실상 상실됐다”며 용도 폐기를 요구했다.
범추위 간사를 맡은 백민석 세명대 교수는 “사용하지 않는 비행장으로 인해 도심이 남북으로 단절되고, 가까운 거리를 멀리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된 비행장은 용도를 폐기하고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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