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자기 전에 스마트폰 자주 보세요?” 건강에 무슨 문제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123RF]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 컴퓨터, 텔레비전, 태블릿 PC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 또 너무 오랜 시간 이런 디지털 기기를 보지 말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블루라이트 때문이다. 청색광이 수면을 방해하고 눈을 피로하게 하거나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는 필터가 기본 기능으로 달려 있다.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는 디스플레이의 청색광을 차단해 화면을 노란빛으로 바꾼다. 그런데 이런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 정말 효과 있을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금 부정적이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기 전에 블루라이트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블루라이트란 가시광선 파장 내에서 380~500nm(나노미터) 사이에 있는 청색광이다. 블루라이트가 우리 눈 건강에 정말 유해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모른다’이다. 인터넷에는 블루라이트가 실명을 일으킨다, 황반변성을 일으킨다는 우려가 떠돌지만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근거는 아직 없다.

201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케임브리지대학 안과학 심포지엄 논문에 따르면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청색광에 노출되는 것을 비교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디스플레이 청색광이 눈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논문의 저자들은 인간은 태양에서 오는 자연광 아래에서 살아왔고 이 자연광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 수준에 비하면 디스플레이의 청색광은 매우 약하므로 눈에 별다른 이상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헤럴드경제

[123RF]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블루라이트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합의된 사안이다. 우리가 잠을 잘 때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수면을 유도한다. 그런데 우리가 강한 빛을 받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된다. 당연히 블루라이트 같은 강한 빛은 멜라토닌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게 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는 빛과 우리의 일주기 리듬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면 잘 때는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하면 괜찮을까? 안타깝게도 최근 연구에 따르면 블루라이트를 차단해보았자 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블루라이트가 신체 리듬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블루라이트 차단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었고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차단 기능이 달려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블루라이트와 블루라이트를 차단한 노란빛이 쥐의 일주기 리듬에 차이를 만드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노란빛도 블루라이트만큼이나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일주기 리듬을 교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파장 차이에 따른 빛의 색이 아니었다. 빛의 색이 노란색이든 파란색이든 밝은 빛은 신체 리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헤럴드경제

블루라이트가 눈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수면의 질을 낮추는 것은 사실이다.[KISTI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이나 스마트폰의 ‘나이트 모드’가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않을 거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니기에 한계점이 있지만 그래도 빛이 생물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일주기 리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인간에게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거라고 예측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블루라이트가 눈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 다만 수면의 질에는 안 좋을 수 있다. 그렇다고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꼭 도움이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건강을 위해 밤에는 전자기기를 멀리하고 책을 읽으면 어떨까.

글 : 이형석 과학칼럼니스트

nbgkoo@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