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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22세 펑린의 시진핑 '충성 맹세'…홍색 정풍운동이 휩쓰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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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부유' 내걸고 황제적 장기집권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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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의 이름은 펑린. 22세의 중국 여대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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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린 (22) 중국 대학생 아나운서, 사진출처: 펑린 웨이보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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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급 여배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 여대생의 영상이 최근 중국 SNS에서 조회수 1억3천만 건을 넘겨 화제가 됐다. 펑린은 2018년 베이징 소재 중국 촨메이 대학에 입학했다. 이 대학은 중국 당국이 관영매체의 일꾼을 키워내는 곳이다. 펑린은 아나운서-앵커 지망생이다. 몇 년 뒤 중국 관영방송 뉴스 앵커로 TV화면에 나오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펑린은 지난 12일 이 대학의 이번 학년도 개학식에 재학생 대표연설자로 나섰다. 영상은 바로 그 연설을 담고 있는데,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총서기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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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연설을 천안문 광장 근거리에서 들었다는 건, 지난 7월1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 청년학생 대표로 나와 공산당에 대한 충성맹세를 했던 때를 말한다. 중국에선 이미 유명인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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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시진핑 1인 지배가 점점 더 강화되어 가고 있다. 별다른 반발도 외부 관찰자들에게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애국주의에 물든 청년들 사이에선 공산당의 영도를 따라 중국몽을 실현하자는 열기가 높다. 펑린 충성맹세 영상의 인기는 그런 흐름을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시 황제' 소리를 듣는 시진핑은 중국을 어디로, 어디까지 끌고 가려는 것일까?

'시진핑 사상' 교육 강화…홍색 정풍운동이 휩쓰는 2021년 중국



올들어 중국에는 홍색 정풍운동이라 할 만한 사회주의 기풍 강화 움직임이 강력하게 일고 있다. 정풍운동(整風運動)이란 1940년대 마오쩌둥이 공산당 안의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겠다며 일으켰던 내부단속과 권력 강화활동이다. 자아비판 강요, 적색테러와 반동 숙청, 문화예술 통제 등을 수반했다.

중국 국가교재위원회는 지난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 중앙의 요구에 따라"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교과서에 실어 초등학교에서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가르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시진핑 사상을 심도 있게 학습하는 것은 전 당원과 전 국민의 첫 번째 정치 임무"라며, 중국식 사회주의 발전을 위해 "시진핑 사상을 활용해 학생들의 두뇌를 무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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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상을 가르치기 위한 중국의 초·중등학교 교과서. 홍콩 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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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중국에선 많은 연예인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단속의 철퇴를 맞았다. 탈세나 성범죄 등 불법 부도덕 행위로 물의를 빚었다거나, 서구 국가의 국적을 갖고 있다거나, 출연료나 광고료로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았다거나, 또는 그 외의 알 수 없는 이유로 여러 스타 연예인들이 사라지거나, 퇴출 경고를 받고 몸조심 모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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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방송규제기관인 광전총국은 앞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스러운 남자 아이돌,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는 남자 연예인과 '저속한' 인플루언서들의 활동도 금하기로 했다. 사회주의적, 애국적 기풍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더욱 남성적인 이미지'를 독려하겠다는 방침이다.

'당과 국가와 한마음 한 뜻 아닌 사람' 출연 금지



중국 당국은 '정치적 입장이 정확하지 않고, 당과 국가와 한마음 한뜻이 아닌 사람'도 방송에 출연시킬 수 없도록 했다. 광전총국이 9월2일 발표한 통지문은 방송업계 종사자들에게 "정치적 소질 배양을 강화하고 마르크스주의 언론관·문예관 교육을 심화 전개하고, 시종 인민의 입장과 정서를 견지할 것"을 지시했다. 대중문화는 현실의 모순을 반영하고 권력층을 풍자하거나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기능을 갖게 마련인데, 그런 콘텐츠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산당은 팬클럽 활동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중앙인터넷 안전정보화위원회 판공실이 8월27일 '무질서한 팬덤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미성년자가 연예인을 응원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 연예인 팬클럽끼리 온라인에서 욕을 하는 것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가수 음반도 1인당 1장씩만 살 수 있도록 했다. 하필이면 최근 신보를 발매한 블랙핑크 리사가 K-pop 아티스트 가운데 첫 적용대상이 되게 됐다.

지난 6일 중국의 트위터에 해당하는 SNS 웨이보는 BTS, 엑소, 아이유, 블랙핑크 등의 팬클럽 계정을 30일간 정지했다. BTS 멤버 지민의 팬클럽 계정은 60일 정지를 당했다. 팬들이 돈을 모아 지민의 얼굴과 생일 축하 메시지로 제주항공 비행기를 뒤덮은 사진이 계기가 됐다. 팬들은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더타임스에도 축하 광고를 실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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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팬들이 BTS 지민의 생일축하 광고로 도배한 제주항공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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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성년자들의 가치를 왜곡하고 사회적 거버넌스를 위험하게 하는 아이돌 팬덤 문화를 정화해야 한다"면서 "외국 세력에 이용되고 중국의 정치적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거버넌스'와 '정치적 안정'이라는 문구는 팬클럽 규제에 나선 중국 공산당의 진짜 속내를 보여준다. K팝 팬클럽들은 그 나라 주류 정서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들끼리 강한 유대를 갖고 활동을 벌이는 데에 능하다. 교과서까지 만들어가며 시진핑 사상을 학생들 머리에 주입하겠다는 중국 공산당이, 반발의 싹이 될 수 있는 그런 민간조직을 활개치도록 놔둘 리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트럼프와 바이든이 맞붙었던 지난 대선에서, K팝 팬클럽들이 조직적으로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방해한 사례도 있다. 트럼프의 유세장에 참석 예약을 했다가 막판에 한꺼번에 '노쇼'함으로써 행사장이 텅 비게 만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현상들을 유심히 지켜보아 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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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미국 대선 당시, K-POP 팬클럽이 트럼프 유세장에 단체로 노쇼(No show)해 행사장이 텅 빈 광경.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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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색 정풍운동…'공동부유'의 사회-정치적 환경 조성



홍색 정풍운동은 시진핑 주석이 올해 국정 키워드로 밀고 있는 '공동부유 (共同富裕)'의 사회적, 정치적 환경 조성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진핑은 지난 8월 17일 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동부유(共同富裕)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며,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질 높은 발전 속에서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


중앙재경회의는 시진핑 주석이 7월30일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후 18일만에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다. 중국에서는 그 사이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다이허는 수도 베이징 동쪽의 해변 휴양지로, 매년 여름 중국 공산당의 최고위층 인사들이 이곳에 모여 비공개로 국정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이곳에서 수영하기를 즐겨서 생긴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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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중국 권력층의 재편이나 국정 방향 수정과 같은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지만, 일정과 내용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 수뇌부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밖에서 알기가 오죽 어려웠으면 '죽(竹)의 장막'이라는 말이 생겨 났을까. 이번에는 내년 가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잡음 없이 성사시키기 위해 대내외적으로 어떻게 준비할지를 논의했을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 비밀 회의를 마치고 복귀한 시 주석이 전면에 내세운 화두가 바로 '공동부유'다. 공산당 지도부는 총서기 시진핑의 뜻을 이렇게 구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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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의 소득이 '너무 높은' 것인지 등 모호한 구석은 앞으로 당의 결정에 의해 구체화될 테지만, 당의 '격려'를 받은 기업들은 앞다퉈 '기부'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는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 발언을 한 바로 다음날인 8월18일 500억 위안(9조 290억원)을 '추가'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것이 '추가'인 이유는, 텐센트는 지난 4월에도 '지속가능한 사회가치 혁신'이라는 명목으로 같은 액수를 기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이 알리바바-엔트그룹의 마윈 회장을 사라지게 만든 것이 지난해 10월 말이므로,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올 상반기부터 이미 바짝 얼어있는 상태였다. 홍콩 명보는 지난 1년간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틱톡), 핀둬둬, 메이퇀, 샤오미 등 6대 빅테크 기업이 총 2천억 홍콩달러(약 30조원)를 기부한 것으로 집계했다.

'함께(共)'냐 '먼저(先)'냐…'공동부유'를 향한 노선투쟁의 역사



'공동부유'라는 말 자체는 함께 잘 살자는 것이니 아름다운 목표이고, 어느 나라나 이상으로 삼을 만한 화두다. 문제는 어떤 노선과 정책으로, 누가 주도해서 공동부유를 달성할 것이냐다.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발성을 살리고 국가는 게임의 룰이 공정하게 적용되는지 심판을 잘 보는 것이 공동부유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의 방식이다.

반면 공산혁명을 통해 건국된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다같이 잘 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공산당이 이끈다. 공산당은 우리가 대한민국이나 미국이나 일본에서 보는 그런 정당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의 모든 단위를 '지도'하는 엘리트 조직이다. 중국 헌법은 "중국공산당의 영도는 중국식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고 규정한다.

공산당을 조직하고 농민혁명으로 사회주의공화국을 세운 마오쩌둥의 노선은 분배 우선의 '공부론(共富論)'이었다. 미국 영국 소련을 능가하는 생산대국을 만들어 인민을 고르게 잘 살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극좌파적 방식을 밀어붙인 게 비극이었다. 마오의 치하에서 수천만 명이 굶어 죽었고, 중국 경제는 20년 이상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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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약진운동 당시의 중국(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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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부론'과 개혁개방으로 경제 살려낸 덩샤오핑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시대를 살아남아 1978년 중국의 통치자가 된 덩샤오핑은 성장 우선으로 노선을 바꾼다. 경제의 파이부터 키워야 나눠먹을 게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의 노선을 선부론(先富論)이라고 한다. "능력 있는 자부터 먼저 부자가 되어라. 그리고 낙오된 사람을 도와라." 덩샤오핑은 자본주의 세계를 향해 중국의 문을 열고, 중국 내부에도 민간의 자발성과 시장의 활력이 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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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시찰에 나선 덩샤오핑. 1993.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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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 부자가 될 수단을 지닌 사람들이 앞다퉈 회사를 일으켜 돈 벌기 경쟁에 뛰어들었고, 중국 경제는 세계사적으로 유례없는 급속 성장을 이뤘다. 1978년 이후 중국 경제는 42년간 연평균 9.2% 성장했다. 특히 세계시장 접근성이 좋은 연안지역 대도시들이 폭발적 성장을 구가했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중국 경제의 힘은 덩샤오핑 '선부론'의 결과이다.

부자는 늘었지만 빈부격차 커진 중국



선부론 개혁개방 40년은 성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남겼다. 규모에 있어서 미국과 맞먹는 경제대국이 되면서 중국의 국격은 크게 올라갔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리커창 총리가 '14억 인구 가운데 6억 명이 월수입 1,000위안(우리 돈 약 18만 원) 수준'이라고 공개했을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각하다.

소득불평등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라는 지표가 있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의 수치로 표현되는데, 값이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보통 지니계수가 0.4 이상이면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0.5 이상이면 폭동과 같은 극단적 사회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2002년부터 10년간 지니계수를 별다른 이유 없이 발표하지 않았다. 2017년 이후에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아서 중국 관찰자들이 애를 먹는다. 개혁개방 초기였던 1984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0.227이었다. 2019년 지니계수는 0.495로 알려졌다. 35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 수치마저 축소됐다고 믿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통계방식에 따른 논란이 있지만 OECD 평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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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집권 초부터 '소득분배 개선' 언급



덩샤오핑 이후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거쳐 통치자가 된 시진핑은 개혁개방 40년이 남긴 공과를 고민했다. 먼저 부자가 된 사람이 과연 낙오된 사람을 도왔는가. 시진핑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공동부유'는 시진핑이 처음 쓴 말이 아니라 덩샤오핑 치하에서 나온 개념이다. 1992년 중국공산당 14차 당 대회에서 통과된 당장(당의 헌법) 수정안에 처음 등장했다. 1992년이면 덩샤오핑이 '남순강화'를 하며 개혁개방을 지휘하던 시절이니 당연히 그의 승인을 받았을 것이다. 2012년 11월 시진핑이 당 총서기에 취임할 때, 자리를 물려주던 후진타오가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를 점진적으로 실현하고, 부강·민주·문명·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시진핑은 집권 초기부터 소득분배 개선을 정책 목표에 포함시켰다.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은 2013년 3월에는 국가 주석직에 오르는데, 그 한달 전에 발표한 소득분배 개혁방안에서 2020년까지 가계 실질소득을 2010년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분배 구조를 '피라미드형'에서 '올리브 형(타원형)'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올리브 형' 소득분배구조는 올해에도 공산당이 언급한 바 있다.

시진핑은 2015년부터는 공개 발언에서도 부의 재분배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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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이런 언급은 지난해부터 횟수가 부쩍 늘었다. 무역협회 한국무역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1년에 5번 정도 이야기하던 공동부유를 지난해는 30여차례, 금년에는 60차례 이상 이미 말했다' 고 한다.

마오 계승하는 시진핑…덩샤오핑 지우려는 행보?



구 공산권이 자본주의식 개혁개방에 물살에 휩쓸리고 나면 빈부격차가 커지게 마련이다.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가난해진 사람들 가운데선 차라리 다 같이 못 살았던 개혁개방 이전이 그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 소련과 동구권에서도 그랬다. 시진핑이 권좌에 오르던 2012년 말에서 2013년 초 당시 중국 서민층에선 마오쩌둥 시대에 대한 향수가 커지고 있었다. 시진핑은 덩샤오핑 집권기에 비판 받았던 마오쩌둥에 대한 숭배를 되살리고, 자신의 이미지도 마오와 비슷하게 만들어 권력 강화에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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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집권기를 연상시키는 시진핑의 통치를 다룬 타임 매거진 표지.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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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진핑은 덩샤오핑 시대의 성과도 부정하지 않는 입장으로 보인다.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2013년 1월5일,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당 간부들을 모아놓고 시진핑은 자신의 철학을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개혁개방 이후의 역사적 시기로 개혁개방 이전의 역사적 시기를 부정할 수 없고, 개혁개방 이전의 역사적 시기로 개혁개방 이후 역사적 시기를 부정할 수 없다."


사회주의 중국의 발전을 위해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둘 다 당시로서는 필요한 일을 했다고 본 것이다.

변증법적 역사관에 따르면 역사는 정(正, 어떤 것이 기존에 유지되어 온 상태)- 반(反, 앞선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 합(合, 정과 반 모두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여 극복하고 초월함)을 거치며 나아간다. 시진핑의 행보를 보면, 마오쩌둥을 정(正), 덩샤오핑을 반(反)으로 보고, 자신이 두 지도자의 합(合)으로서 새로운 100년의 번영을 공고히 하는 지도자가 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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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고위간부도, 공동부유를 내건 일련의 기업 규제가 마오 시절을 연상시키는 부자 떄려잡기로 오해받지 않도록 선을 긋고 나섰다. 한원슈(韓文秀) 중앙 재경판공실 부주임(장관급)은 8월26일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사명과 행동가치'라는 제목의 문건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공동부유론에 대한 구체적 해설을 제공했다. 시진핑이 공동부유를 새 국정철학으로 공개천명한지 열흘이 채 안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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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슈 부주임에 따르면 공동부유는 "획일적이고 평균주의적인 '똑같이 잘살기'가 아니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공동부유는) 먼저 부를 쌓은 사람이 나중에 부를 쌓는 사람을 이끌고, 도와야 한다"는 것이지만 "의롭지 못한 부자를 죽여 가난을 구제하는 '살부제빈(殺富濟貧)'은 아니다." 다만, 중국 당국이 부자 증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지난달 중순 관영 언론들은 부동산 보유세와 상속-증여세, 자본이득세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 기고를 잇따라 실었다. (중국은 아직 상속세가 없으며 부동산 보유세도 일부 도시에서만 시범적으로 시행 중이다.)

일부 업종만 대상으로 하는 규제?…문제는 방식



기업들에게 가해진 규제조치들을 봐도, 중국공산당이 기업 일반을 모두 때리는 것은 아니다. 도시 서민과 중산층이 집 사고 아이 낳아 기르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니, 우선은 그와 관계된 업종의 지배적 플랫폼들을 손보는 중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사교육 규제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24일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입시 사교육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115조원)로 평가받는다. 전격적인 규제로 관련기업들은 주가가 반토막나고 증시 전체가 출렁였으며 교육관련 기업의 직원과 강사들이 무더기로 해고됐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5월 사교육 산업 규제를 지시하긴 했지만 사교육 산업 자체를 사실상 금지하는 고강도 규제 폭탄이 떨어질 것을 예견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계층에선 화끈한 조치에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입 과열경쟁을 부르는 구조는 바뀐 것이 없다.

공산당도 단순히 서민층만 보고 이런 조치를 취한 건 아니다. 공산당은 교육산업이 지나치게 커져 당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 중국 교육시장에 들어온 블랙 록 등 외국 자본이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미리 차단하려 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중국 당국의 규제 철퇴를 맞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도 대부분 이런 이유에 해당된다. 고객관련 데이터를 너무 많이 쥐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경우, 해외증시에 상장된 경우다. 중국판 우버라 할 수 있는 차량호출 앱 디디추싱이 대표적이다. 반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제조업 베이스의 성장산업은 여전히 적극 육성하고 있으므로 중국 경제 전체로는 큰 부담이 안된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규제가 민간 경제의 활력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 8월 30일에는 게임 업계가 폭탄을 맞았다. 청소년은 월∼목요일에는 게임을 해서는 안 되며, 금∼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8∼9시 1시간씩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전격 발표됐고, 게임 관련 업계와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런 식으로 어느날 무슨 규제 폭탄이 터질지 모르니, 기업들은 당의 눈치를 보고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 미중 대결로 외부로부터의 혁신 요소 유입이 갈수록 차단되는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 기업의 활력이 떨어진다면 중국 경제의 성장에도 좋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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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소비 경기를 보여주는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의 산발적 재확산, 미국의 견제 등으로 인해 계속 떨어지는 중인데, 소비여력이 충분한 계층이 '공산당에 찍히면 안된다'는 두려움 속에 지갑을 닫는 것도 중국경제의 제약 요인이다.

'공동부유' 강력한 드라이브…왜 지금?



그런데 시진핑은 왜 올해 유난히 강하게 전방위적인 공동부유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것일까?
우선은, 이 문제에 정치력을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집권 초기에는 당내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권력을 집중시키는 작업에 주력해야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뒤에는 미국의 전방위적 공세를 맞받아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는 코로나19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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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가을 당 대회를 계기로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하려는 시진핑으로서는 집안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설 시기가 됐다. 제도적 걸림돌은 이미 정리됐다. 2018년에 헌법개정을 통해 3연임 제한을 폐지해 두었기 때문이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3연임 정지작업의 중간점검 쇼케이스가 될 것이다.

공동부유를 위해서는 나를 따르라…황제식 장기집권 나서는 시진핑



이제 시진핑은 밖으로는 미국 등 서구의 견제를 뚫고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성공시킬 지도자, 안으로는 빈부격차를 해소해 공동부유를 실현할 유일한 지도자로서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중국 공산당의 사회 각 분야 기강 잡기와 서구 각국에 대한 공격적인 대결 외교(이른바 '전랑'외교)는 그렇게 연결된다.

전환기에 서 있는 거대한 국가를 효율적으로 통치하려면 한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고대 로마에서도 있었으며, 동서고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2천년 전 로마에서는 바로 그런 논란 속에 카이사르가 공화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됐고,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가 초대 황제가 되어 제정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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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카무치니 1806년작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죽음'. 브루투스를 노려보는 카이사르, 그의 시선을 피하는 브루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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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서구의 역사는 근대시민혁명을 거쳐 1인의 권력을 제한하고 권력 분점의 공화정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마오쩌둥 통치의 폐해를 경험한 덩샤오핑 이후의 중국 지도부는 1인 지도자의 황제식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시진핑은 공동부유 달성을 명분으로 내걸고 그런 장치들을 하나하나 무력화했다. 그리고는 세계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인다.

'중국식 모델이 더 유능하다. 실패를 거듭하며 약해지는 미국과 달리 중국이 일군 성과가 그것을 증명한다. 서구의 모델을 우리에게 강요 말라. 중국의 핵심이익을 저해하는 그 누구라도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차기 정권은 그런 시진핑 3기 정권을 상대해야 한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김휘란 에디터 / 디자이너 : 명하은, 박정하)
이현식 기자(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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