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교육재난지원금 지급으로 화제
3년 전 취임 때 지지도 13위.. 올핸 2위 올라
교육복지·청렴에 승부 걸어 .. 학교숲 도심공원화
노옥희 울산교육감이 교육철학을 말하고 있다. /홍정환 기자 siggeg13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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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홍정환 기자] 3년 전 취임할 때 그는 13등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 성적이 2년여가 지나 올해는 2등이 됐다.
국민이 매겨준 점수다. 국내 공신력 있는 리서치기관이 주기적으로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의 공직 수행 지지 평가를 국민에게 물어서 공개하는 순위였다.
노옥희 울산교육감은 ‘행복은 성적 순’을 단호하게 내치는 이른바 ‘진보교육감’이다. 학생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게 싫어 학생인권운동에 뛰어든 그가 선출된 교육 공직자로서 받아든 좋은 ‘성적’에는 무척 기뻐했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울산은 교육복지 분야에서 전국 ‘으뜸’을 내리 차지하고 있다. ‘학교 숲’이나 ‘문해교육’, ‘교육복지 이음단’, ‘회복적 생활교육’ 등 추진하는 정책들도 그렇고 교육재난지원금 추진에서도 줄곧 ‘최초’ ‘최초’라는 수식어를 울산교육 앞머리에 달고 있다.
정치인도 지자체장도 아닌 교육 수장이 혁신과 과감한 돌파로 정책과 사업에서 결실을 보여주니 그의 ‘성적’을 국민이 높여주지 않을 수 없다.
노 교육감은 취임하자마자 고교 무상급식과 교복구입비·준비물비·수학여행비 지원 등 교육복지 정책을 줄줄이 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전국 최초로 ‘교육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번에 3차 지원금도 전국 처음이다.
노 교육감의 논리는 그랬다. 원격 수업이 많아지고 학교는 닫았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정으로 간다. 학교급식이 중단되니 집에서 식비 부담이 늘어났다. 당연히 급식비를 집으로 돌려줘야 하지 않는가.
교육재난지원금을 3차까지 지급하는 데 이르자 내부 논쟁도 컸다. 울산 학생 수는 15만여명. 매회 10만원씩 지급한 것을 모으면 각 차수 당 150억원이다. 번듯하게 드러내는 교육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큰 돈이다.
노 교육감은 “10만원은 어찌 보면 푼돈일 수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학부모를 격려하고 위로해야 한다”며 전국 최초로 1·2차 교육재난지원금을 집행했고, 최근에는 또 최초이자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3차 집행을 했다. 그는 150억원을 10만원으로 쪼개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노 교육감이 추진하는 ‘학교 숲’ 정책도 기발했다. ‘기후 위기’를 돌파하고 감수성을 키우는 생태교육 현장이 딱 학교에 어울린다고 봤다.
그의 숲은 “저기 푸른 나무가 있구나”하는 관상용 숲이 아니다. 계절마다 어떤 다른 옷을 입는지, 어떤 열매를 맺는지 ‘도심공원’ 곳곳에 펼쳐지는 숲을 상상해보라는 것이다.
학교가 이른바 도심 공원이 된다. 노 교육감은 “코로나 때문에 당장 개방은 어렵지만, 그동안 잘 가꿔 학교가 곧 도심공원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노 교육감은 ‘진보교육’을 ‘전체의 성장’이라고 줄여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노옥희 울산교육감이 울산교육방향을 얘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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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 교육’을 슬로건으로 3년 간 달려왔다. 그동안의 활동을 스스로 평가하면?
교육 복지와 청렴도 두 영역에서 뚜렷한 성과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울산은 전국에서 교육 복지가 가장 열악했으며 청렴도 또한 최하위권이었다.
취임 후 무상급식을 고등학교까지 전면 확대했고, 신입생 교복비 지원 등 다양한 교육 복지 정책을 시행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1·2차 교육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3차 재난지원금도 전국 최초이다.
청렴도도 꾸준히 개선했다. 지난 1월 국민권익위가 주관하는 ‘2020년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전국 교육청 가운데 유일하게 3년 연속 최우수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제9회 국민권익의 날’ 기념식에서 264개 공공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기초학력 부진, 특히 저학년 아동의 학습 부적응이 매우 심각한 수준일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등교·원격수업이 병행되면서 등교일수가 평년(190일)의 50% 내외로 줄어들어 학습 결손 우려가 크다. 지난 3월 실시한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 우리 교육청에서도 전년도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소폭 증가했다.
먼저 저학년 학생의 한글 책임지도를 위해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한글책임지도제로 수준에 맞는 한글 지도를 하고 있다. 난독 의심학생과 느린학습자를 위해 개별화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또 학습결손 뿐만 아니라 심리, 정서, 돌봄 등을 다중으로 지원하기 위해 ‘두드림학교’를 모든 학교에 실시하고 있다. ‘두드림학교’는 학교 단위의 다중지원팀을 구성해 복합적 요인으로 학습이 어려운 학생에게 학습지도 뿐만 아니라 정서행동 상담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 기초학력의 핵심에는 문해력이 있다. 문해력 향상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2019년에 청주교대 문해력지원센터와 맺은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초기 문해력 증진에 끊임없는 지원과 관심을 기울여 왔다.
무엇보다 교사의 초기 문해력 지도 역량 강화에 집중했는데, 2019년부터 다양한 연수 과정을 개설했으며, 청주교대 문해력지원센터에 교사 2명을 파견했다. 파견된 교사들은 내년에 돌아와 ‘읽기 따라잡기 리더’로 활약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배움의 기회를 놓친 분들을 위해 평생교육 차원에서 학력 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4개 공공도서관과 울산시민학교, 울산푸른학교에 19개반을 개설해 성인 537명이 배움의 기회를 얻었다.
- ‘다듣영어’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어떤 교육인가?
다듣영어는 ‘많이(多) 들으면 다(ALL) 들린다’는 의미를 가진 영어교육 프로그램이다. 과도한 영어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면서 학생들이 즐겁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영어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무료 컨텐츠를 모바일 홈페이지에 올려뒀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해 생활영어를 공부하고, 영어 원어민과 화상수업도 가능하다.
지난해 교육부 시도평가 공공 영어교육 분야에서 ‘우수’로 선정됐으며, 작년 영어 사교육비를 2억8000만원 감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 교육부의 울산 중등교사 배정 인원 감축 철회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교사 수를 감축하는 것은 심각한 교육 여건 악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울산의 중등학교 학급 당 학생 수는 올해 4월 1일 기준으로 중학교 25.3명, 고등학교 22.7명이다. 지금도 방역과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쾌적한 교육 환경과 미래 교육을 대비하는 안정적인 학사 운영 뿐 아니라 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서도 교원 정원 감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 교육 자치 시대, 교육부와 교육청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면서 ‘가장 민주적인 학교가 위기에도 강하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교육청과 교육부가 긴밀하게 협의하고 방역의 큰 방향도 세우고 매뉴얼이나 지원 대책을 만드는 일을 한다. 그러나 수많은 학교의 다양한 상황을 중앙집중적으로 총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로 이때 힘을 발휘한 것이 학교 공동체의 민주적 소통과 자율적 결정이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교사가 있다. 미래 교육을 위해 교사의 역할과 역량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교사의 역량이 교육 자치의 동력이 된다. 그러나 교육과정·교과서 제작·교원임용·예산 등 학교 운영의 핵심 권한을 중앙정부가 독점한 상황에서 교육 자치는 멀리 보일 수 밖에 없다.
교육 자치와 학교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육청과 교육부의 수평적 교육 협치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유초중등 교육에 한해서는 시도교육청과 학교의 자치적 권한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코로나19로 힘든 가운데도 시간은 흘러 어느덧 추석입니다. … 마냥 즐거워야 할 추석에도 보고 싶은 가족을 마음껏 만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 우리 교육청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명절이 끝나도 전면등교가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울산교육청에서 있었다. 추석 연휴 시작을 앞두고 노옥희 교육감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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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영남취재본부 홍정환 기자 siggeg139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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