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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만화와 웹툰

[팬덤 넘는 K팝] 웹툰, 영화, 팝업스토어까지…영역 넓히는 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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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ㆍ영화ㆍ팝업스토어로 영토 확장

특정 타깃 넘어 불특정 다수에게로…

대중문화 넘어 생활문화로

팬덤 넘어 대중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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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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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 아이돌을 꿈 꾸는 소녀 현주. 춤추고 노래하는 것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고, 아무리 힘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언제 올지 모르지만, 무대에 서는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몸이 부서져라 연습한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가족의 불행. 현주는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 때, ‘신비한 인형’인 용감한 언니들, 민영 유정 은지 유나의 도움으로 꿈을 향한 도전을 이어간다. 브레이브걸스를 모델로 한 웹툰 ‘용감한 언니가 도와줄게’다.

#2.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 1층 한가운데 446㎡(약 135평) 규모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원형의 둥근 매장은 캠핑장 콘셉트로 꾸며졌다. 푸릇푸릇한 힐링 공간이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매장 안에선 새소리, 모닥불 소리가 흐르고, 커다란 캐릭터 ‘수피’가 중앙에 자리해 포토존이 만들어졌다. 의류, 생활용품, 식음료 100여종이 즐비한 이곳은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이 출연하는 하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인더숲’의 팝업 스토어. 모든 상품은 프로그램에서 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이 입고 먹고 쓰던 것이지만, 어떤 디자인에도 가수들의 얼굴이나 흔적은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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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이 출연하는 하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인더숲’을 토대로 선보인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 ‘인더숲’은 446㎡(약 135평) 규모, 도심 속 힐링공간이라는 콘셉트로 열려 MZ세대를 불러오고 있다. [하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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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의 문화’로 여겨졌던 K팝이 외연을 넓히고 있다. 웹툰, 영화 등 다른 장르와 협업하고, 캐릭터나 팝업스토어를 선보여 주요 타깃층을 넘어 불특정 다수에게로 확산하고 있다.

장르 간의 협업 사례는 다양하다. 웹툰은 물론 캐릭터 제작에도 한창이다. 최근엔 K팝과 영화의 만남도 주목받았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쌍천만’ 흥행 기록을 세운 윤제균 감독은 ‘인터스텔라’를 제작한 할리우드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가 손을 잡고 K팝 영화를 만든다. CJ ENM의 글로벌 프로젝트 ‘K팝:로스트 인 아메리카(K-Pop: Lost in America)’다. CJ ENM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 석권 이후 더욱 높아진 한국 창작자들에 대한 관심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을 매칭해, 유능한 한국 창작자의 해외 진출을 돕고 K팝을 비롯한 K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선 4세대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을 영화화하자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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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세븐틴이 출연하는 하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인더숲’을 토대로 선보인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 ‘인더숲’은 446㎡(약 135평) 규모, 도심 속 힐링공간이라는 콘셉트로 열려 MZ세대를 불러오고 있다. [하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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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성공 사례는 ‘K팝 팝업스토어’다. 국내 최초로 백화점에 선보인 K팝 콘텐츠의 팝업스토어 ‘인더숲’은 K팝을 대중문화 영역을 넘어 생활문화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지금 이 곳은 MZ 세대가 주목한 ‘힙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더현대서울 구찌 매장 앞에 자리한 ‘인더숲’ 팝업스토어는 오픈 당일(9월 3일) 입장에만 1시간이 넘게 걸릴 만큼 성황을 이뤘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약 1000명. 흥미로운 점은 ‘인더숲’ 팝업스토어엔 1020 세대의 팬들은 물론 백화점의 일반 고객까지 방문한다는 것이다.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 K팝과는 무관해보이는 40세대, 지나가다 들린 20대 남성들까지 보인다.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김모씨(24)는 “더현대서울이 요즘 워낙 핫해서 쇼핑하러 나왔다가 들어와 봤는데 방탄소년단 ‘버터’ 쿠키가 있고, 세븐틴 영상이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쇼핑 힐링’ 콘셉트의 더현대서울과 ‘인더숲’ 팝업스토어의 콘셉트가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룬다는 점도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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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출연, 오는 10월 방송 예정인 하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인더숲’ [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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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용감한 언니가 보여줄게’도 의미있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 웹툰은 지난해 여름 제작에 돌입했다. 당시는 브레이브 걸스가 3년 5개월 만에 ‘운전만 해’라는 곡으로 컴백한 시점이다. 다만, 4년 전 히트곡 ‘롤린’이 재조명돼 ‘역주행 열풍’이 일진 않았던 때다.

웹툰을 제작한 김순영 툰토리 대표는 “당시 브레이브걸스는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가능성을 가진 그룹이라 생각했다. 웹툰을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판단했다”며 “웹툰을 제작하며 자료를 찾아보니 상당한 실력을 가진 친구들이고 군부대 활동과 군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운전만해’가 생각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고 활동이 중단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아쉽기도 했다”고 말했다.

웹툰의 서사는 브레이브걸스의 성공 스토리와도 닮았다. 김 대표는 “웹툰에서처럼 브레이브걸스도 오랜 무명기간 동안 도전을 멈추지 않고 결국 꿈을 이뤘다는 점에서 너무나 뿌듯하고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웹툰이 세상에 나오고, 브레이브걸스가 역주행 신화를 쓰자 ‘용감한 언니가 도와줄게’를 향한 반응도 수직상승했다. 현재 카카오페이지와 봄툰에서 서비스 중인 이 웹툰은 베트남, 싱가포르, 북미, 유럽으로 수출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수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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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밴드 원위의 캐릭터 인형 [락킨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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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언니가 도와줄게’는 ‘2020 한류연계 협업 콘텐츠 기획개발’ 캐스트(CAST) 사업의 일환으로 탄생한 웹툰이다. 8개 웹툰 제작사가 각각의 아이돌과 연계해 선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K-푸드를 소재로 웹툰을 제작하고, 아이돌 밴드 원위 등 K팝 12개 팀과 캐릭터를 개발하고 있다. 오는 10월이면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툰토리는 떡볶이와 가수 KCM을 소재로 한 웹툰을 제작 중이다. 사업의 주축이 된 이화신 락킨코리아 대표는 “두 문화 콘텐츠의 만남에선 시너지가 나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양쪽의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K팝과 다른 장르간의 협업은 양측 모두에게 긍정적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K팝의 전 세계적 파급력이 다른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한 2021년 글로벌 한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문화콘텐츠의 자국(조사대상국) 내 인기도 조사결과에서 타 콘텐츠 대비 K팝의 대중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은 “K팝의 높은 인기와 대중성은 다른 한국 콘텐츠(장르) 이용이나 소비재 구매 유발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K팝 역시 다른 분야와의 협업으로 얻는 이점이 많다. 다양한 연령대를 소화하는 웹툰, 영화와의 만남으로 K팝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다. 대형 쇼핑몰에 자리한 팝업스토어는 K팝을 즐기지 않는 대중에게도 접근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K팝을 필두로 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 협업은 결국 “강력한 팬덤 기반의 대중성 확장 전략”을 기반으로, ‘지속가능성’에 방향성을 둔다. 정 원장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대중이 K팝을 비롯한 한류 콘텐츠의 다양성에 주목할 수 있다. 한류가 가진 가능성을 타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고, 한류 콘텐츠는 더 넓은 타깃을 만날 수 있는 윈윈(win-win)의 결과다”라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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