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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연합시론] 불법사찰에 경종 울린 대법원의 우병우 유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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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6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유죄가 확정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국가정보원을 통해 불법사찰을 한 혐의가 최종심에서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은 우 전 수석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과 공모해 추 전 국장의 직권을 남용, 국정원 직원들에게 청와대 특별감찰관과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정보를 수집·보고하도록 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 판단을 통해 우 전 수석의 이른바 국정농단 묵인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지만 청와대 고위직에 있으면서 국가정보기관을 통해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는 유죄로 확정됐다. 다만 우 전 수석은 재판 과정에서 이미 1년 넘게 구금됐던 만큼 재구속되지는 않았다. 정보기관의 불법 사찰이라는 트라우마를 가진 우리 역사에 비춰 이번 판결은 불법적인 사찰행위가 이 땅에서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과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우 전 수석에 대한 소송 쟁점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을 묵인했는지 여부, 그리고 국정원을 통해 불법사찰을 했는지 여부로 나뉜다. 우 전 수석은 1심에서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농단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이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사찰지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총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태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직무를 유기했다는 혐의와 이 전 특별감찰관 직무수행 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안종범·최서원·미르K스포츠재단 등 비위행위에 대한 감찰은 민정수석이었던 피고인의 직무에 속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비행·비위를 인식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날 대법원 판단과 마찬가지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과 공모해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 전 특별감찰관과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비위 정보 등을 수집·보고하도록 한 혐의는 유죄로 봤다. 비록 국정농단 묵인 혐의는 무죄가 됐으나 국가정보기관을 통해 불법적인 사찰을 지시한 혐의가 인정된 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이날 판결을 통해 우 전 수석의 변호사 개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5월 변호사 휴업 상태였던 우 전 수석의 재개업 신고를 수리했지만 현재 변호사 등록 취소 안건도 회부돼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변호사법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난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대한변협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우 전 수석은 "관행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정권이 바뀐 뒤 범죄로 돌변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는 2심 최후진술에서 "일부 정치 검사들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죄를 칼로 삼아 최후의 심판자 노릇을 하지 못하도록 법치주의를 지켜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뇌리에는 2016년 11월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그가 수사 검사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다. 우 전 수석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만큼 국민에게 사죄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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