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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n번방 1년…여전히 "형님, 야동 좀 주세요 낄낄"

SBS 김성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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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n번방 1년…여전히 "형님, 야동 좀 주세요 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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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피자나 디저트의 토핑 수준으로 보더라"

'n번방 사건' 1년.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긴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익명의 취재팀 '추적단 불꽃'과 시민단체 '리셋(ReSET)' 관계자가 전한 말입니다.

이들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디지털 성범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그 방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며 현재진행형인 디지털 성범죄 실태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n번방 사건 1년', 디지털 성범죄는 더 은밀하게 진화 중



법무부는 1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그후 1년'을 주제로 온라인 화상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n번방 사건 공론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추적단 불꽃과 리셋 관계자들이 강사로 나섰고, 지난 1년간 본인들이 직접 채증한 디지털 성범죄 실태를 설명했습니다.

#1 "모니터링을 하다 n번방과 똑같은 형태를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무료방과 1번방은 홍보방, 2번방은 입장료 2만 원, 3번방은 입장료 10만 원인 식이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조건만남을 시키고 의뢰인이 원하는 성착취를 할 경우 그 수준에 따라 돈을 받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2 "성착취 대화방에 17살 피해자 개인정보를 모두 올려놓고 이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해 올리는 대화방이 있다. 이 영상들이 대화방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공개되는 온라인 공간으로까지 '레전드 영상'이라는 이름으로 유포됐다"

#3 "(구글에서) 한국어로 '길거리'를 검색한 것과 영어로 'street'를 검색했을 때 정말 다른 내용이 뜨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여성들은 스키니,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언제, 어디서든 불법촬영을 당할 수 있고 그 사진·영상이 누구나 볼 수 있게 전시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본 누군가가 '나 저 사람 누군지 안다'며 개인정보를 유포하고 그게 온라인 성폭력, 스토킹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4 "'장실 교환 갠텔 주세요', '중고등어 구해요' 등의 은어가 나돈다. 전자는 화장실(장실) 불법촬영 영상을 텔레그램으로 공유하자는 이야기고 중고등어는 중학생·고등학생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 안에 내용을 전달해야 하니 축약한 내용이 많다. 강의를 10시간 하라면 10시간도 할 수 있을만큼 자료를 갖고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한 실태를 전했습니다.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유포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 '박사방' 관련자들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유포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 '박사방' 관련자들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가해자들, 언론에 본인 닉네임 공개되면 뿌듯해하더라"



가해자의 특성도 함께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온라인 상에서 '~했노' 'X꿀이노~' 같은 '노'체의 말투를 주로 쓰는데, 리셋 관계자는 "이 말투는 사실상 사투리여서 이 말투를 쓴다고 해서 가해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해자들이 많이 쓰는 말투 중 하나라 유형 안에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성범죄 착취물을 많이 올리는 경우 그들 사이에서 '형님'으로 통하는데, '형님, 형님'하며 성범죄 영상을 달라며 굽실거리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성범죄물을 즐기는 가해자들에게서 죄책감 따위는 찾아 볼 수 없는 민낯도 공개했습니다.
#1 "가해자들은 여성을 피자나 디저트의 토핑 같은 수준으로 본다. 범죄를 모의하며 방법을 추천하고 행동에 죄책감을 갖지 말라며 서로 위로하는 모습도 보인다"

#2 "언론에 본인들 대화방이나 닉네임이 공개되면 가해자들은 오히려 뿌듯하게 생각한다. 잡히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3 "공권력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흔적 질질 흘리는데 경찰은 못잡는다'라고 말하거나 본인이 형사라고 글을 올리며 '야동 주실 분'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페미와 경찰 수사에 맞서 여러분의 ○○○ 권력을 누리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추적단 불꽃 관계자는 "n번방 사건 공론화 이후 가해자들이 조금은 움츠러드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더 심각해진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그 후 1년' 세미나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 법무부 제공)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그 후 1년' 세미나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 법무부 제공)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우리가 규정을 개정하고 자문단을 만들어 대책을 세우는 것 이상으로 디지털성범죄라는 게 '별 것 아니다'라는 은연중에 이뤄지는, 익숙한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피해자 인권의 관점에서 부족한 게 무엇인지 돌아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김성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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