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요약
살해설 지도자 바라다르, "나 죽지않았다" TV인터뷰
[카불=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탈레반 병사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시장을 순찰하고 있다. 미국과 나토가 아프간에서 철수하고 탈레반이 점령하면서 아프간은 경제 붕괴와 식량난으로 어려움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2021.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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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아프가니스탄)=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 지도부가 지난 주 강경노선의 내각을 조성한 이후로 최근 포용적인 정책을 약속했던 것과 상반되는 1990년대 철권통치의 강경노선을 채택하면서 실용주의파와 이념적인 강경파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내부 권력투쟁에 정통한 소식통이 말했다.
그런 싸움은 막후에서 벌어지는 것이긴하지만, 최근 두 진영이 대통령궁에서 폭력적으로 대치한 사건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지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실용주의파의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살해되었다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다.
살해설에 관한 루머가 하도 강력하게 퍼져서, 최근에는 바라다르가 직접 녹음한 녹음 파일과 손글씨로 쓴 성명서까지 돌리면서 자신이 살해되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바라다르는 15일 직접 국영 TV에 나와서 인터뷰까지 했다.
바라다르는 이 자리에서 "카불을 떠나 언론과 접촉이 끊긴 동안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미군의 아프간철수를 위해 미국과 텔레반과의 협상에 직접 협상대표로 참가했던 바라다르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지 2주일 만이 8월말까지 미군의 완전 철수를 이끌어냈다.
그는 카불 점령이후 탈레반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포용적이고 평등한 정부의 구성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그런 희망은 지난 주 남성 일색의 강경파 탈레반 정권이 조성된 후 실망으로 끝났다.
강경파가 앞으로도 득세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표는 대통령궁 앞에 아프간 국기 대신에 탈레반의 흰색 깃발이 게양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탈레반의 한 관리는 아직 지도부가 국기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리지 못했으며 대다수는 두개의 깃발을 나란히 게양하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 의논 문제를 언론에 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텔레반 권력투쟁에 대해 잘 아는 2명의 아프간인도 신변보호를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이번 내각 구성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내각의 장관 한 명은 탈레반 일색의 정부 구성과 아프간의 종교적 인종적 소수를 모두 배제한 인선에 분노해서 장관직을 사임할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카불=AP/뉴시스] 탈레반 과도정부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장관이 14일(현지시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무타키 장관은 “작년 미국과 맺은 합의에 따라 알카에다 등 무장세력과의 관계를 끊고 우리 영토를 이용해 다른 국가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인과 현지 협력자들을 아프간에서 대피하도록 도운 것에 대해 미국에 대가를 요구했다. 2021.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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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지도부 불화설을 일축했다. 탈레반의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장관도 14일 그런 보도들은 모두 "허위 선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라다르는 그 동안 주요 행사에서 눈에 띌 만큼 불참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이번 주에 카타르 부총리의 내방을 마중할 때에도 대통령궁에 나오지 않았다. 세이크 모하마드 빈 압둘 라만 알타니 카타르 부총리는 외무장관을 겸하고 있는 인물인데다 탈레반 집권 후 아프간을 방문한 첫 외국 고위공직자였다.
이 날 바라다르가 불참한 것은 카타르가 그를 수도 도하에서 탈레반 최고 수장으로 여러 해 동안 환대해 온 것을 볼 때 앞 뒤가 맞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바라다르는 15일의 TV 인터뷰에서, 자신이 그 만남에 가지 못한 것은 카타르 외무장관이 카불에 왔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직전에 카불을 떠났기 때문에 갑자기 돌아올 수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바라다르와 접촉이 잦은 아프간 관리들 몇 명은 AP통신에게 그가 남서부 칸다하르 주도에 가서 탈레반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자다와 회담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레반 내부 인물은 바라다르가 전쟁으로 20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을 만나러 갔다고도 말했다.
정치분석가들은 그러나 탈레반 내부의 갈등은 지금 당장은 정권에 위협이 될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윌슨 센터의 마이클 쿠겔만 아시아 담당 부소장은 " 우리는 여러 해 동안 탈레반 내부의 분쟁을 목격해왔지만, 탈레반은 대체로 유연한 조직이며 주요 의사결정이 내분으로 인해 지장을 받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오늘날의 분렬은 이 단체의 창시자인 고(故 )물라 오마르처럼 무조건의 충성을 요구하는 독재자가 없어서 오히려 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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