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코로나 이후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 55만명 증발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영업자들, 코로나 사태 직격탄 맞아

매출 절벽 장기화

갈수록 빚은 늘어

한계 상황으로 내몰려

세계일보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경영난에 빠진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지면서 이들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아 매출 절벽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갈수록 빚은 늘어나고, 급속히 진전되는 소비의 비(非)대면화는 자영업자들을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경제가 정상화해도 이들의 괴로움은 지속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과잉 경쟁이 일상화한데다 낮은 생산성과 저임금 등의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고용동향을 보면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 수는 548만5천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7월보다 9%(54만9천명)나 줄었다.

같은 기간 제조업이 포함된 광공업에서만 취업자가 5만명 감소했을 뿐, 건설업(6만9천명), 농림어업(4만8천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22만2천명),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52만7천명)에서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취업자 현황만 놓고 보면 도소매·음식·숙박업만 코로나 타격이 지속하고 있을 뿐 다른 업종 대부분은 경기 회복과 정부의 재정형 일자리 등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취업 상황이 개선됐다고 할 수 있다.

7월 현재 전체 취업자 수는 2천764만8천명으로 2019년 7월(2천738만3천명)보다 26만5천명 증가했다.

이처럼 자영업 업종에 해당하는 취업자 수가 급감한 것은 극심한 매출 절벽으로 자영업자들이 생존 위기에 몰리자 종업원을 내보내거나 영업을 아예 접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7월 현재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127만4천명으로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7월(152만명)보다 24만6천명 감소했다.

코로나로 인해 급격하게 전개된 영업의 비대면화는 자영업자들에게 설상가상의 타격이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인터넷·홈쇼핑 등의 비대면 무점포 소매액은 올해 들어 7월까지 63조5천74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45조1천880억원보다 40.6%(18조3천860억원) 증가했다.

작년엔 한 해 동안은 무점포 소매액이 98조8천74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79조5천820억원보다 24.2%(19조2천920억원) 증가했다.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37조5천억원 증가한 것이다.

반면 거리 상점인 전문소매점 판매액은 올해 1∼7월 72조1천180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의 78조7천410억원보다 9.1%(6조6천230억원) 감소했다.

작년엔 전문소매점 판매액이 121조9천600억원으로 전년(135조4천100억원)대비 10%(13조4천500억원) 감소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전문소매점의 판매 감소액은 20조원이 넘었다.

작년부터 가속도가 붙은 온라인 쇼핑은 소비의 비대면화가 얼마나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동향에 의하면 가전, 도서, 패션, 농축수산물, 음식 등 소비 전반의 온라인 거래액은 2018년 113조3천300억원, 2019년 136조6천억원, 2020년 159조4천3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3월 말 현재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31조8천억원이다. 이는 1년 전보다 18.8%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9.5%)보다 훨씬 높다.

자영업자들은 개인사업자 대출로 541조원, 가계대출로 290조8천억원을 안고 있었다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16조9천억원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8월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50억원을 껑충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말 현재 빚을 지고 있는 자영업자는 245만6천명이었다. 1인당 평균 3억3천800만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이들 가운데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는 126만명, 이들의 부채는 약 50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큰 폭의 대출 증가는 코로나 타격이 심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여가업 등에서 일어났다. 이들 업종의 대출 증가율은 18∼31%였다.

자영업자 가운데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이 낮거나 저신용자인 취약 차주 비중은 차주 수 기준으로 11%, 부채 금액 기준으론 9.2%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시장조사 업체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39.4%가 현재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폐업을 생각 중인 이유로는 매출액 감소(45.0%)가 가장 많았고,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26.2%), 대출 상환 부담과 자금 사정 악화(22.0%) 등을 꼽았다.

코로나에서 해방되면 자영업자들에게 볕이 들까.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막다른 골목에서는 벗어날 수 있으나 구조적 어려움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의 포퓰리즘 정책에 매몰되지 말고 자영업자들을 선택적,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 원장은 "결과적으로 코로나 국면에서 국가의 보건·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자영업자들이 총대를 메고 희생한 셈인데 전국민 지원금이 말이 되느냐"면서 "자영업 중심으로 재난지원금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서비스업의 비대면화와 플랫폼화, 구조적인 과잉 경쟁과 낮은 생산성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추세를 바꾸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비임금근로자) 비중은 지난 7월 현재 24%로 10% 안팎인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자영업 비중이 너무 높은 상황에서 한정된 소비 파이를 나눠 먹다 보니 생산성, 수익성이 개선되기 어렵다"면서 "코로나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결국 자영업의 과잉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자영업 신규 진입자를 줄여야 하며 이는 괜찮은 일자리를 늘려야 가능하다. 최선의 자영업자 대책은 일자리 대책인 셈이다.

권순우 원장은 "자영업의 과잉 경쟁은 업종 내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임금근로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적은 경제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면서 "이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정부는 노동 개혁에 나서고 기업은 고용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추광호 실장도 "자영업을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들보다는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하면서 어쩔 수 없이 뛰어드는 사례가 많다"면서 "정부가 기업 규제 완화 등 정책적 노력으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한편 고용시장을 유연하게 바꿔 한번 직장을 잃어도 다시 취업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