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간 체류, 적성국이 가장 원해"…북한도 거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계속 주둔하는 것은 경쟁국이나 적성국이 가장 원하는 일이라면서 철군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이 과정에 북한도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미군이 더 오래 주둔한다고 해서 아프간 군과 정부가 더 자립할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1년 혹은 10년 더 주둔하는 것이 무슨 차이를 만들겠냐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어 반대로 중국과 러시아 같은 전략적 경쟁자나 이란, 북한 같은 적성국은 미국이 20년 전쟁을 다시 시작해 아프간에서 또 다른 10년간 수렁에 빠지는 것보다 더 좋아했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는 2001년부터 20년간 진행된 아프간전을 끝내야 할 이유 중 하나로 미국의 외교·안보 역량을 중국과 경쟁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할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아프간전 종료 이후 중국 외에 러시아, 북한, 이란도 미국의 '포스트 아프간전' 국면에서 더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한 상태다. 러시아와는 인권, 랜섬웨어 공격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이란과는 핵합의 복원을 둘러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아프간전을 끝낼 시기가 왔다고 누차 호소하면서 철군 결정 과정에서 동맹군, 파트너들과 사전 협의를 거쳤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만장일치 찬성을 끌어냈다고 철군을 옹호했다.
또 군대 철수는 물론 민간인 대피를 위해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12만4천명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며 "역사상 최대의 공수작전 중 하나를 완수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중 아프간군의 능력을 평가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했지만 가장 비관적 평가조차 미군이 철수를 완료하기도 전에 아프간 군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아프간 상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음은 인정했다.
탈레반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되 아프간 정부가 아닌 독립적 기구를 통해 아프간인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아프간 철수 작전에 대한 책임이 철수 마감 시한을 정한 트럼프 행정부에 돌리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5월까지 철수 마감 시한을 물려줬다"며 "우리는 마감 시한을 물려받았지 계획을 물려받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이어 "탈레반이 트럼프 행정부와 철군 마감 기한으로 합의한 5월 1일까지 모든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기를 요구했다"며 "탈레반은 철군에 대한 보답으로 미국과 연합군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아프간 도시들에 대한 맹공격을 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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