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친밀하니까 더 반복되는 두려움”…데이트폭력에 위태로운 여성들 [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0년 데이트폭력 검거 건수, 2013년 비해 24% 증가

“친밀한 관계서 서로 인지하지 못하고 반복되는 폭력”

전문가들 “데이트폭력 극심하면 자살까지 유발할수 있어”

“가정에서 배운 폭력, 문제…용어에 대한 개선도 필요”



헤럴드경제

데이트 폭력 관련 이미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故) 황예진(25) 씨를 죽인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유족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국민청원 글은 14일 오전 기준 약 4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황씨는 주변에 자신과 ‘연인관계’임을 밝혔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인 30대 A씨에게 폭행을 당한 뒤 꽃다운 나이에 숨을 거뒀다.

유족은 사건과 관련된 폐쇄회로(CC)TV와 피해자인 딸의 얼굴까지 공개해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청원에 동의하는 목소리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시민들은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하면 무조건 무기징역 이상을 때려야 한다”, “‘데이트폭력’이 아니라 그냥 폭력이다. 데이트라는 단어 붙여서 남녀 사이 가벼운 문제인 듯 착각하게 하지 말라”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해마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데이트폭력’이 지속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데이트폭력 건수는 8982건으로, 2013년(7237건)에 비해 24%(1745건) 증가했다. 데이트폭력 검거 건수는 2017년 1만303건을 기록하며 정점에 달했으나 이후 ▷2018년 1만245건 ▷2019년 9858건 ▷2020년 8982건으로 다소 감소 추세다. 데이트폭력 중 약 70%는 폭행과 상해가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인관계를 바탕으로 한 폭력이 다른 폭력에 비해 위험성이 더 크다고 진단한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인관계처럼 성적·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에서 갈등과 폭력 발생 가능성이 큰데, 관계 속성상 이를 서로 인지하기 쉽지 않다”며 “연인 간 폭력은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이러한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사회적 공론화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데이트폭력 현황. [경찰청 자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은 피해자에게 극심한 공포를 일으켜 자살까지도 생각하게 하는 범죄다.

박은아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교수가 올해 2월 말 내놓은 ‘데이트폭력 피해 경험과 자살생각의 관계’ 논문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은 피해자에게 공포·불안·절망·자기비하 등을 안겨 자살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교수는 “데이트폭력 피해 경험 수준이 높을수록 자살에 대한 생각 또한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가족의 관심과 피해자에 대한 지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트폭력 가해자들이 가정폭력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수 있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한다. 이창배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등은 올해 2월 ‘가정폭력 노출이 데이트폭력 가해에 미치는 영향: 폭력허용도의 매개효과와 자아존중감의 조절효과’라는 논문을 통해 “어린 시절 언어적·신체적 가정폭력에 노출된 경우 데이트폭력 가해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폭력적 환경에서 자란 경우 폭력을 용인하는 태도를 학습해 이를 갈등 해결 수단으로 쓰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미정 위원은 “‘데이트폭력’이나 ‘부부폭력’이라는 용어의 경우 ‘데이트’, ‘부부’ 등 표현이 폭력의 심각성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raw@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