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9시 35분쯤 당산2동 주민센터에서 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김도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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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이 되니까 답답해 죽겠어."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첫날인 13일 오전 9시 40분 반포4동 주민센터. 김모씨(84)는 지원금 신청을 위해 센터를 찾았다. 김씨는 "인터넷도 핸드폰도 못하고 카드도 없어 직접 왔다"면서도 "지원금 받으면 쓸 데가 많다. 집에 마늘, 감자, 멸치, 미역 등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장을 볼 것"이라고 했다.
주민센터 곳곳에 큰 글씨로 국민지원금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대기석에 노인 10여명 앉아있었다.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큰 소리로 응대를 하고 업무를 처리했다. 그 가운데 김씨는 39년생이라 오늘 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아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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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1일차, 대부분 고령층…"컴퓨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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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필동 주민센터 남모씨(77)가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을 위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 = 하수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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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취재진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강남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중구에 위치한 주민센터를 찾았다. 이날 주민센터를 방문한 이들은 대부분 고령층이었다. 지난 7일부터 국민지원금 온라인 신청이 시작됐지만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직접 신청을 하러 온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신모씨(80)는 "우린 컴맹이라 온라인 신청을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41년생이라 오늘 신청하는 순서인데 전화해보니 부부가 같이 오라고 해서 직접 왔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A씨(80)도 "컴퓨터를 못하고 도와줄 자녀도 같이 살지 않아서 주민센터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B씨(75)는 "컴퓨터를 사용하긴 하지만 숫자를 잘못 누르면 엉뚱한 계좌로 갈 수 있으니 직접 신청하러 왔다"고 했다. 서울 중구에서 오프라인 신청서를 작성하다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남모씨(77)는 "지금 쓰는 문서도 잘 안 보이고 너무 어렵다"며 "노인들은 저번처럼 한 사람이 지원금을 전부 받는 게 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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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제, 대리 수령제, 외국인 대상자 혼동…그냥 돌아가는 주민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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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를 방문한 사람들 가운데 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요일제 신청을 알지 못한 고령층부터 지원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외국인들도 있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첫 날에 대상이 아닌 사람까지 몰리면서 더욱 바빠졌다고 했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모씨(73)는 "텔레비전으로 보고 지원금을 준다는 걸 알았는데 연도별로 신청 날짜를 나누는 건 몰랐다"며 "미리 알았다면 오늘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C씨(78)는 "내가 대상자인지 아닌지만 알아보러 왔는데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21년 전에 한국으로 이주했다는 정모씨(71)는 직원에게 "규정을 읽어보면 (국민지원금) 요건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정씨는 "외국인도 된다길래 와보니 딸과 사위가 다른 집에 살아서 안 된다고 한다. 안내문이 복잡해 나이든 사람 입장에서 어려웠다"며 "건강보험료도 다달이 내는데 아쉽다"고 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오늘이 첫날이다 보니까 신청일이 아닌데도 오신 분들이 많았다. 방문한 주민의 10명 가운데 6명 정도는 그냥 돌아갔다"고 했다. 다른 주민센터 관계자는 "오늘 10~15% 정도는 요일제나 대리수령 제도를 잘못 알아 돌아갔다"며 "그래도 오늘은 상황이 낫다. 지난주에는 온라인만 가능한데 무작정 와서 달라는 사람들이 많아 더 정신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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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은 자식들이 갚을 빚"VS"서민들에게는 도움 되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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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9시 40분쯤 신모씨(80)가 이날 발급받은 국민지원금 선불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하수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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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에서 국민지원금을 받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았다. 추석을 앞두고 지원금을 사용해 장을 볼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만 세금이 낭비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함께 지원 대상을 더욱 선별적으로 지정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씨는 "지원금은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직접 꽂아줄 돈을 민심 잡으려고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냐"면서 "그래도 우리같은 서민들에게는 도움이 되니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아내 김모씨(81)는 "돈을 받으면 생활비로 쓸 것"이라며 "오늘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처음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남씨는 "곧 추석이니까 추석용품 사는 데에 (지원금을) 쓸 것"이라며 "요즘 가게에 재난지원금 환영이라고 다 붙어있으니까 편하게 쓸 수 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나라가 걱정된다. 이렇게 주면 (재정이) 휘청거리는 게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B씨는 "추석도 오는데 돈을 주면 좋다"면서도 "아파트 42평 가진 사람도 벌이가 안 좋다면 재난 지원금을 타간다. 이건 자식들이 갚을 빚인데 가불해서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D씨(80)는 "지원금을 안 줘도 되니까 세금이나 덜 내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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