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주박물관 특별전 개막…"한 세대 안에는 또 못 볼 것"
금꾸미개·금동 장식·유리구슬 등 연구 과제도 제시
무령왕릉 특별전, 국보 '왕의 금귀걸이' |
(공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971년 여름에 조사된 백제 벽돌무덤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충남 공주 무령왕릉의 발굴 5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출토 유물 전체가 공개됐다.
국보 12건 17점을 비롯해 수준 높은 백제 문화의 정수라고 할 만한 귀중한 문화재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드문 기회다. 무령왕릉은 무덤 주인과 조성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유일한 고대 왕릉이어서 역사학과 고고학 연구의 기준점이 되는 자료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 출토품 124건 5천232점을 비롯해 자료 136건 5천283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무령왕릉 발굴 50년,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며'를 14일 개막한다.
백제 제25대 임금인 무령왕(재위 501∼523)과 왕비가 함께 묻힌 무령왕릉은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옛 송산리 고분군)에서 1971년 7월 우연히 발견됐고, 백제와 동아시아 역사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획기적 유물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당시 출토품은 4천600여 점으로 집계됐으나, 재조사 과정에서 약 600점 많은 5천232점으로 확인됐다.
무령왕릉 왕비의 지석 |
이어 "지금까지의 무령왕릉 전시가 독주회나 협주곡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교향곡"이라며 "무령왕릉의 모든 유물이 나오는 날이 최소 한 세대 내에는 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령왕릉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향후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상설전시실인 웅진백제실과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웅진백제실은 무령왕과 왕비가 착용한 유물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윤지연 국립공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전체적 도상이 백제 금동대향로, 부여 외리 출토 무늬벽돌과 유사하다"며 "6세기 전반 중국에서 온 물품을 백제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령왕릉 특별전, 왕과 왕비의 목관 |
왕과 왕비 관꾸미개, 목관, 금귀걸이, 청동거울 등 다채로운 유물도 볼 수 있다. 빛을 덜 반사하는 유리를 설치하고, 조명과 받침대를 교체해 예전보다 전시 환경이 좋아졌다.
발걸음을 기획전시실로 옮기면 무령왕릉 최초 보고 문서·발굴조사 실측 도면·탁본을 살피고, 발견 당시 보도를 통해 학계와 지역사회의 흥분된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무덤 내부를 지키고 있던 짐승 조각인 '진묘수'(鎭墓獸), 무덤 주인이 무령왕임을 알려준 핵심 유물이자 묘지로 쓸 땅을 사들인다는 내용을 새긴 돌인 지석(誌石), 역사서 '삼국유사', 백제가 중국과 교류했음을 입증하는 중국 청자와 동전 '오수전', 동제 그릇 등으로 무령왕릉 발굴 이후 이뤄진 학술 연구 성과를 조명한다.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 '진묘수' |
크기·구조·장식품 등을 탐구해 제작한 왕과 왕비 목관 재현품, 왕과 왕비 금동신발, 무덤에서 출토한 직물을 조사해 만든 재현품을 선보인다.
심연옥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무령왕릉에서 나온 고리자루큰칼, 금동신발, 관꾸미개, 은잔 등에 있는 무늬에서 추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직물을 제작했고, 박물관은 새롭게 만든 직물을 도록 표지로 활용했다.
전시 마지막 공간에서는 아직도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무령왕과 왕비 장례 과정, 일부 유물의 용도 등 앞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단추 같은 자그마한 금꾸미개와 금동 장식, 유리구슬 등이 연구를 기다리는 자료들이다.
무령왕릉 특별전, 국보 '왕비의 베개' |
유물 중 나무 재질인 왕과 왕비의 베개, 발받침은 오는 26일까지만 진품을 공개하고, 이후에는 복제품을 일부 활용한다.
전시장 곳곳에는 나태주 시인이 무령왕릉을 주제로 쓴 시가 붙었다. 그는 "옜다, 이거 받아라/ 한꺼번에 주시는 5천 개의 선물/ 네, 네, 받지요, 받겠습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받기에는/ 두 손이 너무 모자라"라고 노래했다.
전시는 내년 3월 6일까지. 국립박물관 특별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기간이 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조처다. 어린이 동반 가족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전시 연계 행사도 진행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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