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학들 '남녀 분리 수업 비용' 감당 여부 의문시
아프간 매체 "여성의 스포츠 경기 참여 금지 최종 결정안돼"
남녀 분리수업 하는 아프가니스탄 학생들 |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최근 새롭게 출범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과도정부가 여성의 대학 교육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남녀 분리 수업 등을 조건으로 걸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압둘 바키 하카니 아프간 고등교육부 장관은 기자 회견에서 여성의 고등 교육 방침을 제시했는데 여성들이 대학 교육을 계속 받는 것은 허용하지만 히잡을 쓰는 것은 의무적으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카니 장관은 성별 분리가 아프간 모든 대학에서 시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남녀가 별도의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카니 장관은 "남녀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공동 교육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학생들은 여성들만 가르칠 수 있으며 대학 이수 과목 또한 새롭게 검토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5일 카불이 탈레반에 점령되기 전까지 모든 아프간 대학은 남녀 공학이었고 여성들에 대한 별도 복장 규정도 없었다. 이에 따라 여대생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헤라트대학 등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많을 정도였다.
'탈레반 공포' 속 히잡 쓰고 등교한 아프간 여학생들 |
하지만 탈레반 집권 후 많은 아프간 여대생들이 불확실성과 두려움 때문에 집에 머물고 있으며 시위를 벌인 여성들은 폭력과 총격을 당하기도 하는 등 과거와는 매우 달라진 상황이다.
하카니 장관이 내놓은 지침 또한 제대로 시행될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프간 대학들이 과연 남녀 학생 분리 수업에 대한 비용과 여학생들만을 위한 수업과 공간 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재정 상황이 열악한 대학들이 일부러 이런 시설을 확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여대생을 위한 특정 강의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등 이미 대학 시설과 여성 강사 부족 문제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은 탈레반이 아프간 여성들에게 성별이 나뉜 교실에서만 공부할 수 있고 이슬람 복장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새로운 정권 아래에 성별 차별 정책이 행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헤더 바 여성 인권 담당 공동 책임자는 "탈레반의 이런 접근 방식은 이론적으로 여성이 일상적 생활을 일부 지속할 수 있도록 했지만 기본적으로 남성과 거의 완전히 분리된 상황에서 활동하게 하는 제약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아프간 톨로뉴스는 새로 임명된 아프간 크리켓연맹 회장인 아지줄라 파즐리를 인용해 탈레반이 아직 여성의 스포츠 경기 참여 금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하는 등 탈레반 정책 또한 아직 불투명한 면이 많다.
president2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