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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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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떼 쓰면 준다' 고무줄 재난지원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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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지원 범위 80%→88%→90% 논란

1년 반 넘도록 선별기준 제대로 마련 못한 당정

기재부·野 책임 돌리는 與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후 벌써 네 번째 명절이다. 하지만 최근 재난지원금 관련 논란을 보면 정부와 여당은 아직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설계도조차 제대로 그리지 못한 듯하다. 당정은 당초 이번 재난금지원금 정책을 설계하면서 소득 하위 80%에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한 여당 내부에서 전 국민 지원 주장이 터져 나오자, 결국 이 기준을 88%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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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지원금 이의신청하는 주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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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본격적인 재난지원금이 시작된 후 “기준 선정이 불합리하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다시 이 기준은 늘어났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의신청을 받아들이면 약 90%까지 될 것 같고, 당정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당정의 재난지원금 발표 이후 단 두 달 만에 기준이 두 차례나 바뀌었다. 이번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이 11조원에 달하지만, 치밀한 설계는 찾아볼 수 없고 원칙 없는 고무줄 설계만이 남은 것이다. 지금은 90%라고 했지만, 또 그 경계선에 있는 이들이 불만을 표출하면 지급 대상이 다시 확대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논란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첫 지급 때부터 선별·보편지급에 대한 논의가 컸다. 다만 ‘선별해 지급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논리가 득세하며 전 국민에게 지급한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넘게 이어진 코로나 위기 상황에도 명확한 선별 지급의 기준은 결국 찾지 못했고, 재난지원금은 아직도 혼란스럽다. 재정당국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재난지원금 논란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런 문제 때문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논의의 핵심 주체인 여당은 쏙 빼놓은 채 재정당국과 야당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낸 이유 중 하나는 감염병 사태에 대한 속도감 있는 대응이었다. 정부와 국회의 불협화음으로 생길 수 있는 방역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기대였다. 적어도 지금의 상황은 그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국민들의 기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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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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