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탈락 인증 행렬…대부분 불만 표출
공정한 선별 없이는 선별지급 논란 반복 불가피
서울 성동구의 한 편의점에 '상생 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공식 사용처'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2021.9.6/뉴스1DB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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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국민 재난지원금 탈락' 인증 행렬이 소셜미디어(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 상위 12%임을 인증받았다며 우쭐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불만 표출이 대다수다.
이를테면 본인이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국민비서 '구삐' 글을 캡처해 올린 후 "10억원이 넘는 주식을 운용하는 사람은 지원금을 받는데, 무주택 전세 사는 나는 건강보험료 많이 내서 못 받는다"는 글이다.
신라시대의 골품제를 빗대 지원금 못받는 이들을 성골·진골·6두품으로, 지원받는 이들을 평민·노비로 분류한 풍자 글까지 등장했다. 스스로 중산층이나 그 이하로 생각했는데 '내가 상위 12%야?'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 더 많다.
재난지원금의 형평성 불만을 비유적으로 비판한 글도 있다. "계모임에 돈을 꼬박꼬박 냈는데 내 돈 탈 때쯤 되니 누가 돈이 급하다고, 급한 사람에게만 주자는 것"이라는 한 단락짜리 글이다.
"많은 소득만큼 세금도 많이 냈는데 왜 지원금 혜택은 세금 적게 내는 사람들만 보느냐"는 불만도 있다. 소득 상위 10% 근로자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73%를 납부하고, 소득 상위 0.1%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61%를 부담한다는 국세청 통계만 보더라도 이런 고소득자들의 불평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이런 여러 논란은 예견된 일이었다. '소득 하위 88%에 1인당 25만원을 주는 국민지원금' 지급 기준을 부동산, 주식, 예금 등이 아닌 건강보험료 납부액으로 가르다 보니 자산가들이 지원대상이 되고 내세울만한 재산 없는 이들이 탈락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소외계층을 더 돕자는 이 선별 정책의 취지가 명확한 기준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채 어설픈 선별 방식으로 지급되다보니 불공정 시비 등 또 다른 갈등까지 양산해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재난지원금 대상 탈락자들의 이의신청이 지난 6일 이후 나흘간 5만건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에 여당이 지급 대상을 종전 88%에서 90%까지 더 올린다고 밝혀 또다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전 국민 인구 5180만여명 중 소득 하위 88%에 25만원씩 지급하면 얼추 11조원이 필요하다. 똑같은 예산으로 1인당 22만원씩 지급하면 전 국민에게 모두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급 대상자 선정에 필요한 행·재정적 비용이나 사회적 갈등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주식·부동산 부자는 지원금을 받고, 무주택자는 탈락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세금 많이 낸 사람들이 오히려 역차별받는 '국민 갈라치기' 논쟁이 이렇게 계속될 바에는 차라리 3만원을 덜 주고 모두에게 혜택을 돌리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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