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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재난지원금 지급

"보험료 기준 초과, 내가 왜?"…이번엔 90% 국민지원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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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국민 90%에 지원금 준다"…100만명+α 추가 지급

이의신청 하루 평균 1만3000건

지역가입자 이의신청 예측 어려워

전문가들 "정치적 필요에 따라 재난지원금 언급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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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문채석 기자]회사원 김모씨(41)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탈락했다는 얘기에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실업상태로 머물다가 5월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에 맞지 않다는 게 탈락 사유였다. 그는 "지난해부터 장기간 소득이 없었던 탓에 여전히 형편은 어렵다"면서 "해당 시점의 소득으로만 판단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00만명+α’ 추가 지급 검토= 더불어민주당이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사흘 만에 90%로 지급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경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4일간 5만건 이상 이의신청까지 쇄도하면서 ‘어디까지 지급할 것이냐’라는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0일 당정에 따르면 90%로 지급률을 높일 경우 국민 2%에 해당하는 46만가구가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가구당 평균 가구원을 2.2명으로 보면 약 100만명이 추가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당정은 우선 이의신청을 토대로 대상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혼인·출산·해외 체류 중인 가족 귀국 등의 사유로 가족 구성원 변화가 있거나 최근 소득이 줄어든 지역가입자에 한해 지원금을 추가 지급할 방침이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불만 요인들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소한 90% 정도 하면 경계점에 있는 분들이 억울함 없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사유가 인정된 경우에 한해서는 최대한 지급할 계획"이라며 "종합적인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최대 100만명은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신청자 4326만명 중 40만명가량이 가족 구성원 변경 등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의신청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어느 선까지 받아들일 것이냐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이의신청 건수는 총5만4000건으로, 하루 평균 1만3000건에 달한다. 가족 구성 변경이 2만2000건, 건강보험료 조정이 1만9000건이었다. 남은 63일 동안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고 하면 총 81만9000건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지역가입자 불만은 변수다. 정부 관계자는 "지역가입자의 이의신청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실제 종합소득세 신고분을 받고 업종별 감소 분석이 추가로 이뤄져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역가입자인 자영업자의 6월 건강보험료는 2019년 신고한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책정돼 있기 때문에 지난해 코로나19로 줄어든 매출과 이로 인한 소득 감소가 건보료에 반영돼 있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종합소득세 신고분을 토대로 한 업종별 매출 파악은 빠르면 11월쯤이나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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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끗 차이' 끝없는 경계 논란=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이의제기에 대해 최대한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의신청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국민 88%를 끊은 것도 근거가 없는 데다 기준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이에 따른 민원은 더욱 커질 것이란 것이다.

특히 처음부터 ‘80%’ ‘88%’ 식으로 지원 대상을 자의적으로 가른 만큼 불만은 끝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득 하위 88%까지 지원하면 88.1%, 90%까지 지급하면 90.1% 등 ‘한 끗 차이’ 경계선에 선 국민이 억울하다고 불만을 터뜨릴 게 뻔하기 때문에 90%로 지원 대상을 늘린다고 본질적인 문제가 가려지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의신청 10개 중 7개는 건강보험 조정과 혼인, 귀국 등에 따른 가족 구성 변경의 건인데, 구조적인 문제는 지급 규모를 키운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재정학회장)는 "처음부터 ‘전 국민’ ‘80%’ 식으로 지급한다고 밝힌 게 문제고,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90%까지 늘려도 억울해하는 국민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88%에서 90% 사이의 2%의 간극을 메우는 데 들어가는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툭하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지원금 지급 얘기가 나올 우려가 있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90%’로 지급 대상을 늘리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소득 1분위 등 저소득자만 지급했다면 논란이 크지 않았을 텐데 중산층 이상, 고소득자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저 사람은 받는데 왜 나는 못 받나’란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6일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지급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섰다. 지원금을 지급받은 인원도 550만명 늘어 누적 2000만명을 돌파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세종 =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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