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 탈레반 정부와 탈레반을 지원한 파키스탄을 비판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과거 1990년대 중반 탈레반에게 붕괴되기 전 아프간 정부가 사용했던 국기를 흔들면서 미국 정부는 탈레반 정부를 승인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림피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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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의 새 정부를 아직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발표한 새 정부 구성안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엔 부족해 보이고. 정통성 인정 여부는 향후 그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에서는 대통령이나 외교안보팀의 누구도 탈레반이 국제 사회에서 존경받고 가치 있는 구성원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획득하지 못했고, 우리는 그렇게 평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발표한 새 정부 내각 명단에 연방수사국(FBI)이 지정한 테러리스트가 다수 포함돼 있음에도 탈레반과 대화를 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 성격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사키 대변인은 “이 과도정부는 수감됐던 4명의 탈레반 전사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것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서둘러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은 이것에 앞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 20년 동안 싸웠던 탈레반이 세운 정권을 한 순간에 정상국가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마냥 부정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당장 아프간에 남아 있는 100여명의 미국 시민과 미국에 협력했던 다수의 아프간 협력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서는 탈레반의 협조가 절실하다. 특히 아프간 북부 마자리샤리프에서 미국인과 아프간인을 실어나르려던 전세기 여러 대가 탈레반 측의 불허로 이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키 대변인은 “그들이 현재 아프간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 시민과 합법적 체류자 그리고 특별이민비자(SIV) 신청자들이 아프간 바깥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그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탈레반이 발표한 새 정부 내각 명단이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기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독일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탈레반은 국제적으로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지원을 얻으려 하지만 정당성과 지원은 행동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라면서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금까지 과도정부 구성을 봤을 때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한 필수적인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을 비롯해 아프간 대피 작전에서 협력한 20개 우방국 외무장관과 아프간 사태 후속 대응을 위한 화상화의를 개최했다.
탈레반이 추진 중인 새 정부 구성 게획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견해는 당분간 미국과 우방국들이 탈레반 정부에 대해 공동으로 취할 기본 입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 등은 탈레반에 대해 외국인 및 아프간인의 자유로운 해외 이동, 여성과 아동을 비롯한 인권 준수, 카불 국제공항 운영 재개 등을 선행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블링컨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에서 출국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하고, 테러를 저지하고,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기본 인권을 존중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을 포괄하는 정부 구성”을 탈레반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전날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함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 등 과도 정부 구성안을 발표했다. 내각 전원이 탈레반에서 요직을 맡았던 남성들로 구성됐고, 테러 혐의 등으로 미국이나 유엔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도 내각에 포함되면서 탈레반이 약속했던 포용적 정부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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