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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새 정부 수반 “전직 관료들 귀국하라… 안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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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쿤드 총리 대행 "경멸의 시대 끝…모두 참여하길"
새 내각에선 여성·非탈레반 제외… 국제사회 우려
한국일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7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기자회견 하며 새 정부 구성원을 발표하고 있다. 카불=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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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설립한 아프가니스탄 새 과도 정부 수반이 국외로 탈출한 전 정부 관료들에게 귀국을 촉구하고 나섰다. 신변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후 아슈라프 가니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 정부 고위 관료 다수가 국민을 내팽개친 채 국외로 탈출한 상태다.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아프간 총리 대행은 8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전 정부 관료들의 안전과 무사함을 보장하겠다”고 새 정부 입장을 전했다. 또 “외국 대사관과 외교관, 국제구호기관의 안전도 약속할 것”이라며 “주변국 및 다른 지역 국가들과 긍정적이고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기를 바란다”고 국제사회를 향해 유화 메시지도 내놨다.

아쿤드 총리 대행은 탈레반 지도부가 국정 운영과 내전 수습 등 산적한 과제 앞에서 큰 시험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프간의 이 역사적인 순간을 위해 돈과 인명에 큰 손실을 입었다”며 “아프간에서 유혈 참사와 학살, 경멸의 시기는 끝났다. 우리는 큰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1년 아프간전쟁 발발 이후 미국 또는 아프간 정부에서 일했던 모든 사람들을 사면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누구도 이전의 행동 때문에 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며 “이 축복받은 프로젝트를 위해 모두가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하루 전 발표한 내각 인사에서 여성과 비(非)탈레반을 모두 제외했다. 정부 수반부터 부총리 대행, 국방장관, 내무장관, 외무장관, 이민장관 등 정부 요직은 모두 탈레반으로 채워졌다. 여성과 전 부족을 아우르는 ‘포용 정부’를 구성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쿤드 총리 대행의 이날 발언은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 정부에 부족한 행정력과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 정부 관료의 경험이 필요한 현실적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은 서방 국가·기관 조력자들의 국외 탈출로 경제·사회를 재건할 숙련된 인력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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