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표는 의원직 사퇴 배경에 대해 “며칠 동안 깊은 고민이 있었다”며 “저를 뽑아 주신 종로구민들께 한없이 죄송하지만 정권 재창출이란 더 큰 가치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던지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충청권에서 열린 첫 지역 순회 경선(4~5일)에서 1위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더블 스코어’ 차로 패배한 다음 날(6일) 대부분의 일정을 취소하고 의원회관에 머물렀다. 캠프 소속의 한 의원은 “이날 이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떤 방법이 있겠느냐’고 물어봤고, 그 과정에서 의원직 사퇴 얘기도 나왔다”며 “결국 호남권 경선(25~26일)에서 배수진을 치고 승부수를 띄우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시의회에서 호남권 지역 발전 공약을 발표하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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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전날 오후 대구에서 7차 TV토론회에 참석한 뒤 이날 아침 광주로 이동했다. ‘호남을 찾아 의원직 사퇴를 밝힌 이유가 있냐’는 물음에 그는 “호남 일정에 맞춰서 말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캠프 관계자는 “아직 강원·대구·경북 등 지역 순회경선이 남아 있지만, 굳이 광주를 찾아 발표한 것은 그만큼 호남 민심이 절박하단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연설 중 광주와의 인연을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저를 먹여주신 광주시 양동의 하숙집 할머니, 저를 자식처럼 돌봐 주신 선생님들, 저와 함께 자라고 저를 지금도 도와주는 친구들 모두 고맙다”고 말하면서 목이 메어 잠시 발언을 멈췄다. 그는 이어 “오늘 간절한 호소를 드리고자 광주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직 사퇴를 말하기 직전엔 “민주당 경선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려 했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잘 구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된 기막힌 현실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5·18 영령 앞에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가 욕설 논란 등에 휩싸여 있는 걸 상기시키는 발언이었다.
이날 의원직 사퇴 선언은 발표 직전까지 캠프 내부에서 찬반이 엇갈렸다. 발표가 예정된 오후 3시 현장에선 단상 위로 올라왔던 캠프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 내용을 조금 조율하겠다”며 취재진에 양해를 구하고 다시 회견장 밖으로 나가는 일도 있었다. 한 의원은 “대부분의 의원이 광주에 와서야 최종 결단을 들었다. 이 전 대표가 국민에게 말하기 전 재차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광온·최인호·이개호 의원 등 핵심 참모들이 들어와 무거운 표정으로 배석한 상태에서 이 전 대표가 미리 작성한 회견문을 읽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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