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정부 구성안 공개
시위 여성 ‘조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는 파키스탄 대사관 인근에서 7일 대부분 여성으로 이뤄진 시위대가 파키스탄의 아프간 개입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자 한 탈레반 대원이 시위 여성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고 있다. 카불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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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에 ‘1인자’ 측근 아쿤드
‘2인자’ 온건파 바라다르는
제1부총리 자리로 밀려나
소수민족 장관 33명 중 3명
서방 제재 인물도 다수 포진
정상국가 도약 쉽지 않을 듯
아프가니스탄을 무력 탈환한 탈레반이 무함마드 하산 아쿤드를 새 정부 총리 대행으로 한 내각 구성안을 발표했다. 내각 전원을 탈레반에서 요직을 맡았던 남성 지도자로 구성하고, 테러 혐의 등으로 미국이나 유엔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도 포함시켰다. 탈레반이 약속한 포용적 정부와는 거리가 먼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7일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과도정부 구성안을 공개했다. 탈레반은 새 정치체제의 구체적인 형태나 공식 명칭 등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자다의 역할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다만 외신들은 탈레반이 이란식 신정일치와 유사한 체제를 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고지도자가 신의 대리인으로서 가장 큰 권위를 갖고 입법부와 행정부가 실무를 담당하는 체제를 말한다.
정부 수반으로 지명된 아쿤드는 최고지도자인 아쿤자다의 측근이다. 당초 정부 수반으로 거론되던 조직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제1부총리 대행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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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구성을 보면 그간 공언해온 포용적 정부와는 거리가 멀다. 탈레반은 내각에 여성 장관을 한 명도 두지 않았다. 공동정부 구성 문제를 논의했던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등 아프간 전 정부 지도자들도 제외했다. 내각 인사 대다수는 탈레반의 주류 민족인 파슈툰족 출신이다. 소수민족 장관은 33명 중 3명밖에 되지 않는다. 몽골계 소수민족인 하자라족은 1998년 탈레반 집권 당시의 학살이 재현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내각의 일부 인사가 서방국가의 제재 대상이라는 점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 대행인 아쿤드부터 유엔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내무장관 대행인 시라주딘 하카니는 미 정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하카니 네트워크’ 설립자의 아들이다. 이번 인사는 내부 투쟁에서 강경파가 승리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탈레반 강경파들은 “외국 세력이 내각 구성에 관여하게 둘 수 없다”는 주장을 관철했다고 BBC가 전했다. 특히 탈레반 2인자이자 온건파인 바라다르가 부총리 대행으로 밀렸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번 내각이 ‘과도 내각’이라고 밝혔으나 탈레반이 민주적 선거를 치를지는 미지수다.
최고지도자인 아쿤자다는 내각 구성안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새 아프간 정부는 샤리아를 따라 국가를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는 불륜을 저지르면 돌로 쳐 죽이고 도둑질하면 손발을 자르는 등 가혹한 형벌을 적용한다. 탈레반이 여성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커졌다. 탈레반은 1990년대 집권 당시 극단적인 샤리아를 적용해 여성의 취업과 교육, 외출을 제한한 바 있다.
탈레반의 이번 정부 구성안을 볼 때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아 경제를 살리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내각 명단에 오로지 탈레반이나 제휴 조직원들만 이름을 올렸고 여성은 아무도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면서 “내각 인사 몇몇의 소속과 행적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기본 통치 원리로 내세운 샤리아도 아프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탈레반의 음악·영화·미용산업 제한 조처로 관련 일자리 수천개와 수백만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압둘 카디르 피트랏 전 아프간 중앙은행 총재는 현지 매체 에틸라아트로즈 기고에서 “아프간 경제 붕괴가 임박했다”면서 “탈레반은 전쟁과 파괴가 성공적인 경제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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