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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쿄패럴림픽 취재를 마치며…메달보다 '진한 감동'이 계속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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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패럴림픽에 참가했던 우리 선수단 159명이 오늘(8일) 모두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귀국 전후에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는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습니다. 대회 기간 전 세계 선수와 언론인 등 300명 넘는 관계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악조건 속에서 우리 선수단은 '건강히 돌아온다'는 지상 과제를 달성했습니다.

모두의 '투혼'으로 빚은 성과입니다. 선수들은 가족과 주변인의 입국이 제한돼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철저히 방역수칙을 따랐습니다. 역학조사관과 전문의를 파견한 질병관리청을 비롯해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단 한순간도 긴장의 고삐를 놓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회조직위원회와 자원봉사자의 헌신이 더해졌습니다. '우리는 승리했고, 또 한 번 승리할 것'이라는 우리 선수단 슬로건처럼 건강을 지킨 값진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승리 자체가 진귀했던 대회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선수단은 도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로 종합 41위를 차지했습니다. 1968년 텔아비브 대회 이후 가장 낮습니다.

감동의 크기가 줄지 않은 건 다행이었습니다. 극심한 슬럼프를 딛고 평영에 도전해 결선 6위에 오른 조기성은 '자유형이나 열심히 하라'는 주변의 냉소에 멋진 한 방을 날렸습니다. '철의 여인' 이도연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준 마지막 선물인 자전거를 타고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44살 전민재는 100m 결승에서 꼴찌를 했지만 그가 보여준 '환한 미소'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습니다.

명언은 메달리스트보단 이들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전 이렇게 평영에서 제 최고 기록을 깼고 이 자리에 있습니다. 장애인이 주변의 의심 걱정하지 마시고 하고 싶은 거 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기성)

"본보기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장애인 아이를 두신 부모님께 부탁합니다. 홀로 설 수 있게, 도전할 수 있게 과감하게 내보내주십시오." (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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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조기성 선수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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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사이클 이도연 선수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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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울림이 컸고, 이 울림을 전할 수 있어서 보람이 컸습니다. 그런데 여기 역설이 있습니다. 이들이 메달을 따지 못했음에도 이들 이야기를 취재해 전할 수 있었던 건 '전(前) 메달리스트'였기 때문입니다. 5년 전 리우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3관왕을 차지한 조기성, 리우 대회 핸드사이클 은메달리스트이자 평창에선 노르딕스키에 도전해 동, 하계를 모두 뛴 첫 한국인 이도연, 런던과 리우 육상 단거리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전민재에겐 '도전의 연속성'이 있었습니다.

3년 뒤가 걱정입니다. 이번 대회 메달리스트로서 다음 대회에서 도전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줄 선수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금메달 수는 베이징(10개), 런던 (9개), 리우(7개)를 거쳐 계속 줄더니 이번엔 2개였습니다. 정식 종목으로 데뷔한 태권도에서 값진 동메달을 딴 주정훈 선수를 제외하면, 새로운 스타를 찾기 힘듭니다. 주정훈 선수는 이번 대회 우리나라의 유일한 태권도 선수였습니다. 현장에선 '종주국'이 장애인 태권도 선수 발굴과 육성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다른 종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대회 우리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40.5세입니다. 가장 많은 축에 속합니다.

패럴림픽에 대한 늘어난 관심을 현장에서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개폐회식 공통 주제(Moving Forward)처럼 우리가 전진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패럴림픽의 목적은 1)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고, 2)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있습니다. 좀 더 많은 메달이 나왔다면 그 효과가 더 컸을 거란 생각입니다. 메달만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엘리트 체육에서 메달만큼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우리가 메달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해서, 메달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선수 발굴, 육성 과정에 성찰과 반성이 필요합니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이정찬 기자(jayc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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