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감 떨어지는 인물이 과도정부 총리 맡아
최고지도자 아쿤드자다가 상징적 지위 이어갈 듯
8월 23일 수도 카불에서 열린 탈레반의 로야 지르가 모습. [SNS 캡처=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7일(현지시간) 과도정부 구성을 발표하면서 향후 탈레반이 구축할 정치 체제 형태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주요 외신은 이슬람 강경 수니파 조직인 탈레반이 이란식 '신정일치'와 유사한 체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왔다.
이란은 이슬람공화국 체제지만 최고지도자 자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정치, 사회, 종교를 두루 총괄하며 신의 대리인으로서 가장 큰 권위를 갖는다.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입법부 의원과 행정부 수반(대통령)이 국가 실무를 담당한다.
탈레반도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정치, 종교, 군사 분야의 중요 결정을 내려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아쿤드자다가 주재한 3일간 회의에서 새 정부 형태로 이란과 비슷한 정치 체제가 제안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과도정부 발표 때는 아쿤드자다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다만 과도정부 구성과 발표 상황을 살펴보면 아쿤드자다가 향후에도 '지존'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과도정부의 총리 대행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는 조직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 등에 비해 무게감이 크게 떨어지는 인물이다. 아쿤드자다를 제치고 탈레반 전체 조직을 이끌만한 인물은 아닌 셈이다.
과도정부 발표 후 아쿤드자다가 탈레반을 대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는 점에서도 그의 위상을 점쳐볼 수 있다.
아쿤드자다는 이 성명에서 "앞으로 아프간의 모든 삶의 문제와 통치 행위는 신성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탈레반 정부의 통치 방향을 제시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AFP=연합뉴스] |
다만, 일부 언론은 아쿤드자다는 상징적인 최고 지도자로 종교 부문만 책임질 뿐 정부 체제는 사실상 정치와 종교로 이원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실제로 아쿤드자다는 탈레반이 결성된 남부 칸다하르 등에 머물고 있고 다른 정치 지도자는 카불에 모여있는 상태다.
이런 배경 속에 탈레반이 원로들이 참여하는 최고 회의 등을 통해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탈레반 내에도 연계 조직 하카니 네트워크, 카타르 도하 정치사무소 정파, 칸다하르 정파, 동부 반독립 조직 등 여러 파벌이 세력 다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프간은 탈레반의 세력 기반인 파슈툰족(42%) 외에 타지크(27%), 하자라(9%), 우즈베크(9%) 등 여러 민족으로 이뤄진 나라라는 점에서 중앙 집권적 통치보다는 연방제에 가까운 체제가 구축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실제로 탈레반은 슈라(최고위원회)를 열어 최고지도자 선임 등 주요 결정을 해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 등은 탈레반 지도부가 이른바 '12인 위원회'를 통해 정부를 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 23일에는 탈레반이 카불에서 '로야 지르가'(Loya Jirga)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르가는 아프간 전통 부족 원로회의를 뜻하며 로야 지르가는 지도자 선출, 새 통치 규범 도입, 전쟁 이슈 등 국가 중대사를 다룰 때 소집된다.
탈레반은 조만간 항구적인 지도부 형태와 명단에 대해서도 공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탈레반, 새 정부 윤곽 공개(종합) |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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