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새벽에 택배 일이라도"…생계 막막한 자영업자, 결국 '투잡' 나선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철거비용 부담에 폐업도 쉽지 않은 자영업자

"왜 우리만 책임 감수?"…뿔난 자영업자 전국 차량시위 예고

아시아경제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폐업하는 가게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서울 마포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30대 김모씨는 밤 10시 매장 문을 닫고 나면 오토바이를 끌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닌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가게 매출이 계속 감소하자 결국 지난 3월부터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다. 김 씨는 "생계유지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라 결국 투잡을 선택했다"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른바 '투잡'을 뛰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수입이 줄어들자 낮에는 식당, 새벽엔 택배기사 등의 일을 하며 임대료를 감당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부업을 하면서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형편에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4차 대유행마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자 자영업자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자영업자들은 결국 차량 시위를 비롯한 단체 행동을 통해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 등에 불만을 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투잡을 고민하는 자영업자의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통해 "동네에서 한식 메뉴를 팔며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가족 3명이 함께 운영하는데 매출이 반토막도 넘게 줄었다"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남편과 심야로 택배 일을 하고 있다. 언제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버티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 역시 "저도 저녁에 배달해야 하나 고민이다. 팍팍한 현실", "투잡 안 하면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버텨서 상황이 좋아지면 다행인데, 상황이 더 악화하기만 하니 답이 없다" 등의 글을 올리며 생계유지 어려움에 대해 하소연했다.

자영업자들의 힘겨운 상황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배달 알바 등 투잡을 뛰는 1인 자영업자는 1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7월 기준 최대치다.

아시아경제

지난 7월15일 새벽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비상등을 켠 채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는 1인 차량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매출 하락에도 폐업을 쉽사리 결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부진으로 폐업을 택한다 해도 폐업에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소상공인연합회가 폐업 소상공인 300명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사업현황 실태조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55.3%)은 폐업에 1000만원 정도를 지불했다고 답했다.

이어 Δ1000만원~1500만원(15.3%) Δ1500만원~2000만원 미만(8.3%) Δ2000만원~2500만원(5%) Δ2500만원~3000만원(7%) Δ3000만원 이상(9%) 등의 순이었다. 즉 폐업을 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분노하는 자영업자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10월3일까지 연장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방역 지침에 대한 불만 표출을 하고 있다.

자신을 자영업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만만한 게 자영업자다. 정부의 희망고문에도 지쳤다. 사람이 훨씬 많이 모이는 백화점 등에는 제재가 없고, 식당이나 카페에만 제재하는 게 말이 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만 믿었다가 폐업하게 생겼다. 몇 년을 운영해도 이렇게 큰 타격은 입지 않았는데 너무 힘들고 허무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부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에 항의하는 대규모 차량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비대위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8일 전국 심야 차량시위를 계획 중이다. 비대위 측은 전국 9개 지역에서 동시에 3000여대 차량이 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대위 측은 입장문을 통해 "방역당국은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해놓고 업종별 요구사항 및 환경 개선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일방적 연장 통보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해이한 대처로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왜 자영업자들에게만 감수하게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