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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사태로 몸값 띄운 카타르…美 국무·국방 "고맙다"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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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카타르로 향하는 미 공군 C-17 수송기에 몰린 피난민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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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걸프 지역의 원유 부국 카타르가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맞아 서방과 탈레반을 잇는 키 플레이어(key player)로 떠올랐다. 아프간에서 탈출한 미국인 및 아프간인들의 대피처로 활약한 데 이어 탈레반의 카불 공항 정상화를 돕는 등 톡톡히 역할하고 있다. 한때 주변 아랍국들로부터 집단 단교를 당하던 ‘왕따’ 신세에서 괄목할 만한 변신이다.

5일(현지시간)엔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카타르를 공식 방문한다. 카타르 정부의 아프간 탈출 작전 협력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미국과 탈레반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카타르의 존재감이 커졌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뒤 카타르의 도움을 받아 아프간에서 자국민 및 현지 아프간인 협력자들을 대피시켰다.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미군 공군기지는 미국 철수의 구심점이 됐고 걸프만은 수만 명의 아프간 난민을 대피시키는 집결지 역할을 했다.

특히 4만3000명 이상의 아프간 난민을 대피시킨 과정은 이번 탈출 작전에서 카타르의 역할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프간 주재 카타르 대사는 탈레반과 협상을 통해 도움이 절실한 수천 명의 난민을 구했고, 탈레반 검문소에서 직접 난민을 인솔해 나왔다.

킹스 컬리지 런던의 데이비드 로버츠 부교수는 FT와 인터뷰에서 "아프간 위기는 카타르에 완벽한 기회"라며 "카타르는 오래전부터 탈레반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직감했고.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이번에 정점에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걸프 지역에 위치한 카타르는 여느 아랍국가들과 달리 탈레반, 무슬림형제단, 이란 등과 적대적 관계가 아니다. 이 때문에 2017년 “친이란 정책과 테러리즘 지원”을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으로부터 단교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테러공포를 끝내는 일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카타르에 대한 단교 지지를 표명했다. 단교 사태는 지난 1월 제41차 걸프협력위원회(GCC)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로소 종식됐다. 3년 7개월만이었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등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지난 2월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카타르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는 6751명에 달한다. 지난달 국제 앰네스티는 카타르 당국이 노동자의 사망과 안전하지 않은 근로 환경 사이의 연관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카타르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이번 아프간 사태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 전문가인 미국 라이스대의 크리스티안 울리히센 교수는 FT에 "대피 작전에서 카타르의 인도주의적 대응은 2017년 단교의 부정적인 부분을 상쇄하고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적인 호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 스왈웰 민주당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아프간 사태에서 카타르의 역할을 언급하면서 "트럼프는 2017년 사우디의 단교사태 당시 (카타르와) 관계를 거의 망칠 뻔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현명하게 (카타르를)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은 카타르를 시작으로 이번 주 중동과 유럽의 주요 동맹국을 순방할 예정이다. 이들의 방문은 미국의 아프간 탈출 작전 지원에 대한 감사 표명과 함께 아프간 철군 사태로 불거진 동맹국의 의구심을 지우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타르 방문 후 블링컨 국무장관은 독일의 람슈타인 미군기지로 이동할 예정이며, 오스틴 국방장관은 쿠웨이트,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를 방문한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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