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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도쿄패럴림픽]정진완 회장이 하나씩 풀어야할 고르디우스의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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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대한장애인체육회 정진완 회장. 제공|K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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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매듭을 자르지 않고 풀어낼 방법은 나와 있다. 스포츠 과학화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이 패럴림픽 기간중에 잠을 설친 이유다.

정 회장은 2020 도쿄패럴림픽 폐회를 앞둔 지난 4일 코리아 하우스에서 가진 공동취재단과 간담회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토로했다. 정 회장은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장애인 체육 행정가다. 2012~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장으로 장애인 체육 정책을 이끌었고 도쿄패럴림픽을 앞두고 2017년부터 이천선수촌장으로 후배 국가대표 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도왔다. 그리고 지난 2월 26일 제5대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 당선됐다.

메달리스트 출신 첫 수장인 정 회장은 “한국에 돌아가서 무엇을 해야할지를 깊이 고민했다. 숙제가 더 많아졌다”며 “결론은 선택과 집중이다. 훈련 시스템, 신인 선발 시스템, 전임 지도자 문제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대한체육회, 비장애인 시스템을 막연하게 따라간 부분이 있다”고 돌아보며 장애인 체육 맞춤형 혁신과 국가대표 시스템의 쇄신을 예고했다.

이어 “패럴림픽에 출전한 외국 선수와 경기 현장을 둘러보면서 확신을 품었다. 어리고 가능성 있는 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지원해야 한다. 장애인체육의 연간 훈련비는 300억 원이다. 현재 일률적인 국가대표 훈련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며 “지난해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과 해외 선진 시스템을 연구하고 분석했다. 귀국 후 전문가와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우리나라 장애인체육에 최적화된 훈련 시스템을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이 취임 이후 가장 관심을 쏟아온 분야가 ‘스포츠 과학’이다. 정 회장은 “체계적인 스포츠 과학의 뒷받침 없이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메달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스포츠 과학 지원은 걸음마 단계다. 현재 이천선수촌의 현장 지원 인력도 계약직 연구원 2명 뿐이다”라며 “장애인체육엔 스포츠 등급이 있다. 그 등급에 맞춰 선수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과학적이고 세분화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장애인 체육 선진국인 영국의 경우 등급 분류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이뤄져 있다. 등급과 종목에 맞는 장비 연구 및 개발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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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실탄은 예산 확보다. 정 회장은 “스포츠 과학 예산이 절실하다. 종목별 맞춤형 장비 지원, 체력, 심리, 기술 동작 분석 등 분야별 전담 스포츠 과학 인력을 확보하고 종목지도자와 상시 협의하면서 훈련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절실하다. 일단 내년부터 체육회내 스포츠과학연구소에 정규직 연구원 3명을 받았다. 스포츠 과학 예산이 확보된다면 국가대표 훈련 예산과 사업 효과를 극대화해 파리대회, LA대회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선수층의 고령화, 노쇠화 역시 고질적 문제다. 특히 이번 대회 육상, 수영 등 기초종목에서 한국은 단 1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육상에선 단 2명의 레전드 선수, 만49세의 유병훈(휠체어육상)과 만44세의 전민재(육상 100-200m)가 나섰지만 발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육상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5년전 리우 대회에서 조기성이 깜짝 3관왕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킨 수영에서도 끝내 메달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정 회장은 “기초종목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장애인 전문체육에 참가하는 선수가 많이 부족하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도쿄패럴림픽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2018년부터 기초종목 육성 사업을 통해 발굴한 배드민턴 국가대표 유수영, 정겨울 등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휠체어육상에도 현재 유망주 10여 명이 훈련중이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탁구의 윤지유, 김현욱, 태권도의 주정훈, 휠체어테니스의 임호원 등 차세대 선수들의 발견도 긍정적이다. 이들을 적극 지원해 향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체육 발전의 핵심은 인식 개선과 저변 확대를 위해 생활체육, 학교체육 활성화다. 정 회장은 “평창동계패럴림픽 직후 정부차원의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이 추진됐다. 전국에 반다비체육관 150개를 짓고 2000명의 장애인체육지도자를 배치하고 스포츠 바우처를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중이지만 아직 현장의 성과는 미비하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정 회장은 장애인의 이동권, 접근성이 반영된 실질적 장애인 생활체육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이 263만 명이다. 이중 절반 이상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거주한다. 반다비체육관은 시군구 각 1곳씩 선정해 30억원을 지원하는데 서울 도심이나 수도권에 이 돈으로 체육시설을 짓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일수록 접근성이 제일 중요한데 앞뒤가 맞지 않다. 생활체육 지도자 2000명의 경우도 월급 192만원에 세금 떼면 겨우 154만원을 받는다. 최저 임금도 안되는 상황에서 지도자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이 부분도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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