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최근 이라크서 "미 선택 관계없이 병력 주둔 계속"
리투아니아에 배치된 나토 소속 독일군을 방문한 안네그레트 크람프-크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왼쪽에서 두번째). 2021.6.2 [EPA=연합뉴스] |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계기로 유럽 자립론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중동 지역 정상·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이슬람국가(IS)의 테러에 잔뜩 경계하며 막바지 철수 작업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를 만나 "IS는 여전한 위협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면서 프랑스는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이라크에 계속 병력을 주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그동안 자신이 주장해온 유럽의 '전략적 자치'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굴욕을 겪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우려스럽게 지켜보는 이라크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런 발언을 한 곳이 이라크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라크는 아프간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침공한 뒤 새로운 체제가 들어선 국가다. IS와의 전쟁 등도 상당 부분 미국의 지원에 의존했다.
이어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2일(현지시간) 회원국 국방장관들과의 회의에서 아프간 철수에 대해 "우리의 전략적 자치의 결여의 대가를 치른 것"이라며 "앞으로 군을 통합하고 의지뿐만 아니라 행동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정치학자이자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인 셀리아 벨린은 같은날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지하드와 싸우는 게 프랑스의 최우선 과제"라며 "프랑스와 유럽은 (중동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언급"이라고 말했다.
리투아니아에서 훈련 중인 나토 소속 독일군 [EPA=연합뉴스] |
이미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독자군 창설을 주장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11월 "우리는 중국, 러시아, 심지어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진정한 유럽의 군대를 갖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한 유럽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당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모욕적"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그러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며칠 후 "언젠가 실질적이고 진정한 유럽군을 창설하기 위해 비전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을 두둔했다.
이같은 신경전은 세계 최대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놓고 미국과 유럽 주요국 간에 각을 세우던 상황에서 나왔다.
이후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동맹 강화를 강조하며 나토를 다시 단단히 다지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유럽 독자군 창설의 목소리가 여전한 셈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도 지난 1월 역사학자 그레고어 쇨겐과 최근 공동 발간한 '마지막 기회-왜 우리는 지금 새로운 세계질서가 필요한가'라는 저서에서 나토를 해체하고 유럽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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