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개강했지만…'개강특수'는 없었다
신촌 인근 대학가 한산…줄줄이 '폐업' 중
"학생 덕분에 버텼는데 예전 모습 그리워"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에서 13년째 양식당을 운영하는 황윤숙(62·여)씨는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지만, 졸업생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걱정해주는 덕분에 지금껏 버텼다며 울컥했다. 올해 2학기에는 대면 수업을 할 줄 알았다는 황씨는 “개강만 기다렸는데 이제 가게를 접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괜찮아지겠지’라고 한 게 어느새 벌써 2년”이라고 2일 답답한 감정을 토해냈다.
9월 2일 오후 12시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상권이 한산하다. (사진=김대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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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벌써 4번째 개강을 맞이한 대학가는 2년째 방학인 듯 한산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교정은 물론 대학가 인근 상권 분위기마저 썰렁했고 지나다니는 학생들도 없어 개강특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잇따라 2000명에 육박하고 ‘4차 대유행’ 확산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학생들이 주 손님인 대학가 인근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화여대 인근 대현동에서 18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미숙(56·여)씨는 “식당에서 맛있게 밥 먹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립다”며 “코로나19 이후 학생들 오는 게 하루에 손꼽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점심을 먹으러 온 손님들로 가득해야 하는 가게 안에는 빈 테이블뿐이었고 배달 주문도 1개만 들어온 상황이었다. 멍하니 주방에 앉아 있던 김씨는 “배달비도 점점 올라서 주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 ‘없어지지 말고 오래 해주세요’ 하는 말이 힘이 돼서 버티기는 하지만 힘든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단골 학생들 덕에 버텼지만 올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까지 내몰렸다는 반응이다. 숙명여대 인근 용산구 청파동에 있는 분식집 사장 서모(64·여)씨는 “8년째 운영하다 보니 졸업하고 결혼한 학생들이 가끔 찾아오는데 그럴 때 너무 반갑다”며 “개강해도 비대면이라 학생들이 없지만 백신 접종이 하루빨리 완료돼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말했다.
청파동에서 6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올해 초부터 백신을 맞기 시작했는데 왜 아직도 정상화가 안 되는 거냐”면서 “학교 앞 상권은 죽어나가라는 의미”라고 정부의 방역 조처에 대한 실망감이 역력했다.
9월 2일 오후 1시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터리 앞에 인적이 드물다. (사진=김대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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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점심시간에 학생들로 붐벼야 할 대학가 골목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휑한 분위기였다. 주로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신촌로터리도 곳곳에 ‘임대’라고 붙여놓은 건물이 수두룩했고 영업을 중단한 텅 빈 가게가 도로에 줄을 이었다. 개강을 했는데도 문을 닫은 가게가 적지 않아 애써 찾아온 손님들은 휴무 안내문을 보고 당황하면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맛집이 가득하고 활력이 넘치는 대학가 상권을 그리워하는 것은 자영업자뿐이 아니었다. 이화여대 3학년생 김모(25·여)씨는 “아무래도 코로나19라 가게들이 문을 많이 닫아 갈 데가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연세대 4학년 A씨도 “학교를 오래 다녔지만 학생들이 많이 없다 보니 개강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신입생 때부터 찾았던 가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고장수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고령층이 백신을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20~40대 확진 비율이 높은 만큼 젊은 층 위주로 맞아야 한다”며 “대학교 상권은 아무래도 올해 말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대표는 “학교 근처 상권은 학생이 없으면 일반 자영업자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영업자가 좀 더 마음에 편하게 장사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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