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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연재] OSEN '오!쎈 테마'

코로나에 막힌 감독자 회의… ‘불문율’ 소통 원하는 외국 사령탑 [오!쎈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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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지형준 기자]7회말을 마치고 KIA 윌리엄스 감독과 LG 김재걸 코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jpnews@osen.co.kr


[OSEN=부산, 조형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야구판을 달라지게 했다. 잠시 사라진 문화도 있다. 바로 10개 구단 감독들이 모이는 감독자 회의도 그 중 하나다.

코로나19 시국이 지속되면서 다수의 인원들이 모이기 힘들어지고 부담스러워진 상황에서 감독자 회의는 자취를 감췄다. 10개 구단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벤트에서 감독자 회의도 함께 열리곤 했다. 통상 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미디어데이, 시즌 중 올스타전에서 감독자 회의가 열려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안들을 논의하고 때로는 이를 KBO에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감독자 회의에서 주요 안건 중 하나는 ‘불문율’이었다. 예의와 존중, 배려를 중요시하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이 ‘불문율’로 나타났다. 주로 상대를 자극할 수 있고 존중하지 않는 플레이들이 불문율로 규정되곤 한다. 명문화된 규정이 아니기에 때로는 사전에 구두로 합의한 불문율이 자의적으로 해석되어 오해를 낳기도 한다.

특히 이 불문율은 나라마다, 리그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또 시대와 리그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곤 한다. 그러나 기본은 존중과 배려다.

그런데 KBO리그에서 지난해부터 불문율로 인한 사소한 오해들이 나타나곤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감독 경력을 쌓은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이 부임했다. 외국인 감독이 왔다고 해서 불문율 논란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소통의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 지난해 코로나19 시국이 시작되며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윌리엄스 감독이 불문율에 대한 국내 지도자들의 의견과 문화를 미리 들을 기회 자체가 없었다. 미디어데이와 올스타전 모두 ‘언택트’로 이뤄졌다.

그나마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해 10월, LG와의 경기에서 경기 후반 상대의 주루플레이에 대한 불문율 해석과 관련해서 당시 감독 가운데 최연장자였던 류중일 전 LG 감독과 대화를 나눴고 오해를 해소할 수 있었다. KBO리그의 불문율에 대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윌리엄스 감독 외에도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롯데 래리 서튼 감독까지, 외국인 지도자가 늘어났다. 올해 역시 감독자 회의 개최는 요원했다. 올스타전까지 무산되면서 시즌 중에도 한 자리에 모이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윌리엄스 감독이 경험한 불문율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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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척,박준형 기자]7회말 실점 위기를 막은 한화 선발투수 카펜터가 수베로 감독의 독려를 받고 있다. 2021.08.27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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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베로 감독은 지난 4월 NC와의 경기에서 의아한 상황을 경험했다. 4월 16일 NC전에서 8점 차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도루 사인을 냈는데 NC 포수 양의지에게 어필을 받았다. 승부가 크게 기운 상황에서 가급적 도루를 지양하는 불문율을 깼다. 수베로 감독은 이 지점에서 한국 야구의 불문율을 몰랐다.

그런데 이튿날 경기에서 상황이 발생했다. 4-14, 10점 차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마운드에 투수가 아닌 야수(정진호)를 올렸는데 NC 나성범이 3볼 상황에서 타격을 하면서 수베로 감독이 격분했다. 이동욱 감독도 의아한 제스처를 취했다. 미국은 큰 점수 차에서 3볼 타격에 대한 불문율이 있지만 한국 야구에서는 이와 관련된 불문율은 없다는 것을 수베로 감독이 몰랐기에 발생한 오해였다. 다만, 수베로 감독은 지고 있는 팀이 해서는 안되는데 이기고 있는 팀은 해도 된다는 지점에서 한국의 불문율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이후 이동욱 감독과 수베로 감독은 당시의 오해를 풀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불문율 논란은 지난달 31일 사직 LG-롯데전에서 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롯데 서튼 감독이 다소 격분했다. 지난달 31일 경기에서 롯데는 3-9, 6점 차이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8회를 맞이했다. 전준우, 마차도, 안중열 등 주전급 선수들을 교체하면서 승부가 이미 기울었다는 시그널을 보냈다.

그런데 8회초 1사 후 2루타를 치고 나간 이상호가 3루 도루를 시도했고 이후 타석의 타자는 사구를 맞으면서 상황이 다소 묘해졌다. LG의 도루 시도가 무산됐지만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었다.

이튿날인 1일, 서튼 감독은 당시 도루 상황에 대해 “모두가 그 상황에서 도루를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포수 손성빈이 준비를 잘 하고 있었다”라면서 “6점을 앞서고 있는 팀이 8회에 2루에서 3루 도루를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아닌 것 같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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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부산, 김성락 기자] 20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8회말 1사 1루 롯데 서튼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1.08.20 /ksl0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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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LG 류지현 감독은 “나도 그 도루를 보고 놀랐다. 도루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어야 했다. 선수가 착각을 한 것 같다. 그래서 바로 롯데 측에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고 이후 1군 매니저를 통해서 서튼 감독에게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미안하다는 의사를 전했다. 서튼 감독도 경기 중에 착각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라면서 “롯데나 서튼 감독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해의 소지 없이 미안하다는 표현을 했다”라고 전했다.

다만, 서튼 감독이 류지현 감독의 사과의 메시지를 인터뷰 과정에서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오해가 생겼다. 서튼 감독은 구단 홍보팀을 통해 “류지현 감독의 사과를 받았고 사과 내용은 류 감독이 직접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해서 언급하지 않았다”라고 하면서 상황은 일단락이 됐다. 오해의 소지는 이제 사라졌다.

그래도 서튼 감독은 사전에 타구단 감독들과 이러한 부분들이 공유할 수 없는 환경의 제약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선수의 착각이라고 할 지라도 다른 불문율과 관련해서도 의문점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 시즌 중 부임한 서튼 감독은 “다른 감독님들과 다 가이 얘기하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모일 수가 없기 때문에 다른 감독님들과 1대1로 얘기를 나누기를 원하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라면서 언제든지 소통의 문을 열어놓고 있고 기회가 닿기를 바라고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같은 야구라고 할지라도 문화의 차이가 약간씩은 있다. 약간의 차이가 큰 차이로 이어지고 오해가 쌓이고 앙금이 남으며 결국 충돌로 이어진다. 외국인 감독들이 늘어난 현재 KBO리그 상황의 경우 이러한 위험성은 크게 내재되어 있다. 그렇기에 외국인 감독들은 더더욱 소통의 기회를 원하고 있다. 소통의 부재가 야기한 불문율 논란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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