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하며 목격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지난달 9일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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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전두환씨(90)와 노태우씨(89)를 상대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발포 명령 등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추진된다. 5·18과 관련해 이들에 대한 공식 조사가 추진되는 것은 1995년 검찰 수사이후 처음이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진상규명위)는 2일 “5·18 당시 신군부 중요 인물 5명에게 지난 1일 대면조사를 받으라는 서한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대면조사 대상은 당시 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장 서리였던 전씨와 수도경비사령관 노씨, 계엄사령관 이희성씨, 육군참모차장 황영시씨, 특전사령관 정호용씨 등이다. 5·18진상규명위는 이들의 연령과 건강 등을 고려해 시급히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방문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전씨는 최근 병원에서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건강 문제로 광주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에도 불출석 허가를 받고 나오지 않고 있다. 노씨 역시 소뇌위축증 등으로 거동을 못해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5·18진상규명위는 서한에는 2주 내에 조사에 응할지 여부 등을 통보하도록 했다. 이들이 조사에 불응할 경우에는 5·18 특별법에 따라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거나 검찰총장에게 고발 및 수사 요청, 특검 임명 요청 등을 할 수 있다. 5·18 학살 책임과 관련해 당시 신군부 중요 인사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는 1995년 검찰 수사 이후 없었다. 당시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 등의 혐로 구속 기소된 전씨는 1997년 4월17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노씨에게는 징역 17년이 선고됐다. 이희성·황영시·정호용 등은 징역 7∼8년 형이 선고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8개월 만인 1997년 12월22일 “국민대통합”을 명분으로 이들을 특별사면 했다. 하지만 이들은 법정 진술과 출판물 등에서 5·18과 관련한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전씨는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두 차례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조사는 헬기 사격 여부에 한정됐다.
진상규명위는 이들을 상대로 5·18 당시 광주 시민을 상대로한 학살과 인권유린이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와 실질적인 계엄군 지휘 책임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고령인 이들이 세상을 뜨기전 진상을 밝힐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인 만큼 기록을 남긴다는 의미도 있다.
진상규명위는 이들을 시작으로 5·18당시 계엄군 지휘관 등 35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5·18당시 광주에 출동한 계엄군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한 진상규명위는 당시 명령체계 등에 대한 의미있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선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장은 “1995년 검찰 조사에서는 헌정질서 파괴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졌지만 광주 시민을 살상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미완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중요 조사대상자에 대한 조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이들이 국민과 역사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여 용서와 화해로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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