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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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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간 '비행기 없는 비행장'···BTS 성지순례 장소서 무슨 일?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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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민들 “40년 넘게 비행기 못 봤다”
“제천비행장 시민 품으로”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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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모산동 제천비행장에서 지난달 31일 오전 시민들이 활짝 핀 해바라기 꽃 옆을 산책하고 있다. |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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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뜨고 내린 적이 거의 없어요. 이제는 시민 품으로 돌려줘야 하지 않겠어요?”

지난달 31일 오전 충북 제천비행장. 비행장 인근 벤치에 앉아있던 A씨(72)가 말했다. A씨의 집은 비행장에서 직선거리로 200m 가량 떨어져 있다고 했다. 그는 “10~20년도 아니고 40년 넘게 비행기를 볼 수 없는 비행장은 무용지물이 된 것 아니냐”고 했다.

제천시 모산동과 고암동 사이에 자리잡은 제천비행장은 원래 군사훈련 목적으로 1950년대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1975년 이후 46년 동안 훈련 목적의 항공기 이착륙은 전무하다. 군사적 목적으로 조성됐지만, 지금은 시민들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2004년 제천시와 해당 군 부대가 협의해 활주로 부분 중 일부인 4만1000㎡ 규모를 개방한 덕분이다.

글로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뮤직비디오 <에필로그 영 포에버>에서 광활하게 펼쳐진 활주로를 달리던 장면도 이 곳에서 촬영했다. BTS 팬들 사이에서는 성지순례 장소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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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모산동 제천비행장에서 지난달 31일 오전 아이들이 해바라기 꽃이 핀 활주로를 달리고 있다. |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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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천비행장에는 가을 분위기를 만끽하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길이 1180m, 폭 24m 활주로 양 옆으로 해바라기 꽃이 빼곡하게 피었는데,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시민들도 많았다. 인근 유치원에서 나들이 나온 아이들은 해바라기 정원으로 변한 비행장을 연신 뛰어다녔다.

최근 제천 시민들은 18만여㎡ 규모의 제천비행장 부지를 모두 시민 품으로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군부대 비행장 시설’이라는 경고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비행장 여러 곳에 ‘제천비행장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달라’는 펼침막도 시민들의 이러한 바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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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모산동 제천비행장에 군부대가 세운 경고문과 시민들이 제천비행장을 돌려달라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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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비행장을 시민 품으로 돌리기 위한 시민 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9일 꾸려진 ‘제천비행장 찾기 범시민추진위원회’(범시민추진위)는 제천비행장의 군사시설로의 기능 폐쇄(용도 폐지) 등에 대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서명운동에는 1일 현재 2만5000명이 서명했다.

범시민추진위는 이달 말까지 10만여명에게 서명을 받아 국방부와 국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송만배 범시민추진위원장은 “사실상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비행장이 제천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젠 시민들을 생각해 비행장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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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에필로그 영 포에버>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제천 모산비행장.|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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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도 이제는 제천비행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주상 제천시 주무관은 “비행장 폐지가 결정되면 국방부와 본격적으로 매입을 논의하겠다”며 “비행장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면 BTS 촬영장소로 유명해졌고,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비행장 시설을 정비해 공원 또는 시민들의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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