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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국회의장과 한국정치

판사 출신 국회의원, 국회의장에 'GSGG' 발언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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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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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국회의원이 자기가 힘을 보탠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이 안 됐다고 같은 당 소속 국회의장에게 쌍욕으로 보이는 비난을 하고 조롱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그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논란의 장본인은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경기 수원갑)이다. 그는 2000년대 후반 판사 법복을 벗은 뒤 변호사로 경기지방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다 문재인정부 초기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하고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됐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 의원은 언론자유 침해 독소조항이 많아 국내외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앞장섰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의 반대가 강하고, 민주당 일각과 청와대 내부에서도 속도조절론이 나온 언론중재법은 지난달 30일 끝내 국회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본회의가 무산되자 김 의원은 31일 오전 1시49분쯤 개인 페이스북에 ‘GSGG’라는 글과 함께 박 의장을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열망을 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눈물이 흐르고 입 안이 헐었습니다”라며 “도대체 뭘 더 양보해야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을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는지. 모든 직을 걸고 꼭 제대로 더 세게 통과시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병석∼∼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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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31일자 페이스북. 김 의원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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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GSGG’가 ‘개XX’란 욕의 초성 ‘ㄱ ㅅ ㄲ’을 알파벳으로 표현해 박 의장을 비하하며 욕한 것 아니냐는 반응과 논란이 이어졌다. 그러자 김 의원은 7시간쯤 지나 문제의 대목을 삭제한 뒤 “박병석 의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라며 “그렇지만 governor는 국민의 일반의지에 충실히 봉사할 의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고 고쳐 썼다. ‘의장님’이라는 국회의장 호칭을 넣으면서 GSGG가 governor라는 뜻임을 설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governor는 주지사 또는 도지사, 총재를 지칭하는 용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국민의 일반의지에 봉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쓴 표현인데 비속어라는 지적이 나와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박 의장을 거론한 것을 두고는 “의장님이 (법을) 안 올려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상황이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 “부적절 언행” 비판받자 박 의장 찾아가 사과

박 의장도 발끈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김 의원의 페이스북 글 후폭풍은 상당했다. 아무리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의 수장이자 같은 당의 정치 경력이 오랜 ‘대선배’를 대놓고 비하한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탈당했던 금태섭 전 의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논란이 많은 법안이 원하는 대로 통과되지 않았다고 국회의장을 이름만으로 부르고 ‘개XX’의 약어를 써서 공개적으로 욕을 한 의원은 반드시 국회에서 징계해야 한다”며 “모욕을 당한 것은 박병석 의장 개인이 아니라 그가 대표하는 국민 전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 마디 사과나 반성 없이 변명이라고 내놓은 말도 천박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며 ”제너럴G라니, 제너럴G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런 사람이 우리를 대표한다니 나까지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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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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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논란이 확산되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김 의원에게 한마디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 의원은 31일 오후 의장실을 찾아가 박 의장에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의장실 방문 후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제가 먼저 찾아뵙고, 어르신이기 때문에 사죄의 말씀을 드렸다”며 “(의장님이) 실망하셨다는 질책도 하시고, 더 잘하라는 격려도 해주셨다. 한 나라의 어르신인데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의장님께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또 ‘GSGG’에 대해 “정치권은 국민의 일반 의지에 복종해야 한다는 의미로 ‘Government serve general G’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지막 알파벳 ‘G’의 의미에 대해선 “‘General good’, 공동선을 위해 봉사하자는 중의적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새 국회 부의장 “GSGG가 편의점 이름인 줄 알았다. 국회가 핫바지냐” 김승원 징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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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하반기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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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부의장을 맡게 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회가 핫바지냐”면서 “저는 처음에 GSGG가 편의점 이름인 줄 알았다. 나중에 진짜 뜻을 듣고 깜짝 놀랐다. 금태섭 전 의원이 김 의원의 징계를 주장했는데 저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이런 문제를 그냥 방치하고 넘어가면 국회가 우습게 된다”며 “국회 윤리위를 열어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병석 의장이 당사자라 이 문제를 다루지 못하면 저라도 나서서 징계절차를 밟아야 되겠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김승원, 사실과 다르게 ‘윤희숙 의원직 사퇴 쇼’ 지적했다가 윤희숙에게 호된 비판 당하기도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도 전날 개인 SNS에 “여당 의원이나 TBS나 아예 마음먹고 조직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김 의원을 직격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윤 의원의 사퇴 선언을 ‘진정성 없는 쇼’라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TBS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서 (윤 의원 사퇴를) 본회의 안건으로 올려달라는 청을 안 했고, 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 없다”며 “쇼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진정성이 없다는 것. 사퇴서도 안 내고…”라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지난 25일 국회의장을 수신인으로 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돼 있다. 윤 의원은 SNS에 해당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안건 조회 화면을 직접 갈무리해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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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의석이 비어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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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김 의원과 TBS를 겨냥, “제가 의원직 사퇴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는 허위사실을 말하고 사퇴 쇼라며 비웃은 후 헤드라인으로까지 뽑아놨다”며 “의안정보시스템은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중재법 강행을 추진한 김 의원과 민주당을 향해 “정작 본인들이 언론 환경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으면서 ‘언론재갈법’의 홍위병 노릇을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악의적 허위보도의 피해자가 언론재갈법을 오히려 반대하고, 가해 세력들은 언론 재갈이 필요하다고 떠들고 있으니, 세상이 온통 블랙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김 의원은 “난 (윤 의원이) 사직서를 냈다는 얘기를 못 들어서 안 낸 줄 알았다”며 “이것도 그분(윤 의원)께 전화를 드리던가 해서 잘못 알고 있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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