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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혈액암 이어 "최근 기억 저장 안되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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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 중인 전두환(90) 씨가 현재 재판을 받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3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전 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전 씨가 7년 전부터 기억력 감퇴를 보였다고 진술했다.

전 씨는 이날 항소심에 불출석했다. 앞서 법원은 변호인의 방어권이 보장된다며 선고기일 전까지 불출석을 허가했다.

이날 법정에서 민 씨는 2014년 봄 전 씨의 구술을 토대로 회고록을 편집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씨 변호인이 “2014년 무렵 전 씨가 이미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이고 있었는가”라고 묻자, “자꾸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나이 탓일 거라고 생각했다. 깜빡깜빡했지만 중국에도 두 번 가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고 답했다.

민 전 비서관은 또 전 씨가 최근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예를 들면 몇십 년 전 배운 바둑 실력은 그대로인데 5분 전 나와 바둑둔 것은 기억하지 못 한다”며 “같은 장소에서 바둑 두며 차도 마셨는데 저더러 ‘혹시 바둑 둘 줄 아니?’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형사 재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에 갈 때도 차 안에서 수십 번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고.

민 전 비서관은 “불과 몇 분 전 말씀 드렸을 때 다 알아들었는데 또 ‘광주 가느냐. 이 재판이 뭐냐’고 묻는다. 오래전 기억도 사라지고 있지만 최근 기억은 저장 자체가 안 되는 상태”라고 했다.

이데일리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하며 목격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후 광주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전씨는 이번 재판 도중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하며 잠시 퇴청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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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 전 비서관은 2017년 4월 회고록 출판 당시 전 씨의 기억력 등이 온전하지 않아 회고록 내용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에 대해선 “2005년부터 전 씨 가족과 비서관들이 조금씩 구술 녹취록을 만들어 2014년께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반면 5·18 단체들은 재판을 앞두고 “민정기가 본인이 원고를 완성했고 전두환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 씨 책임을 희석하는 것”이라며 전두환은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비판했다.

전 씨는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 씨는 지난 5월 항소심 시작 후 줄곧 출석하지 않다가 재판부가 불이익을 경고하자 법정에 출석했고, 지난 9일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퇴정한 이후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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