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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고집 부리는 아이, 어떤 심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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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윤정원]
베이비뉴스

고집은 타자성의 결여라고 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타협과 조율 없이 주장하는 것으로 감정이라기보다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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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아이들만 고집을 부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고집스런 사람과 함께 해 봤다면 한번쯤은 '도대체 왜 이리 고집이 세지’ 라고 궁금할 법 합니다. 자신도 불편하고 상대도 힘들게 하는 고집은 성격, 감정, 혹은 또 다른 무엇일까요. 대체로 사람들은 고집스러운 사람은 관계하기 어려운 유형이라고 생각하는데, 관계가 어렵다는 것은 소통이 안 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감정이라고 하기에도 감각이라고 하기에도 무언가 부족한 고집, 좀 더 근원적인 의미를 추측해 봅니다.

◇ 고집은 타자성이 부재한 상태입니다

고집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티거나 그렇게 버티는 성미를 의미하고 좀 더 주시해야 하는 또 다른 의미는 마음속에 남아 있는 최초의 심상이 재생되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대상과 관계를 맺으며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상호작용은 말 그대로 일방이 아닌 상호적으로 발생하는데 상대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상대를 인식하게 되면 타자성이 생기고, '함께’라는 개념이 형성됩니다. 고집은 타자성의 결여라고 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타협과 조율 없이 주장하는 것으로 감정이라기보다는 현상에 가깝습니다. 고집이 최초의 심상을 재생하는 것이라면 최초에 내적 대상이 형성되기 전의 상태로서 대상 없이 자신만이 존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집을 부릴 때, 그 순간에는 상대의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오직 자신만이 있을 뿐입니다. 타자성이 부재하고 자신만이 존재하면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은 어떻게 할까요 보통 그 상황을 이기적이다. 배려하지 않는다.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고 합니다. 이와 같은 표현의 공통점은 자신만 있고, 타자가 없다는 점입니다. 양방으로 통하지 않는 고집으로 인해 자신은 물론 상대도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데 고집은 즉, 고집으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감정을 유발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 고집도 일종의 의사소통입니다

고집스런 아이들은 생활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알릴까요? 아이들의 고집은 대체로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떼를 쓰는 아이의 의사소통은 언어가 아닌 몸, 신체 언어나 울음으로 표현하는데 답답한 부모는 울지 말고 말로 하라고 하거나 화를 내기 마련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말로 하기 힘든 상태일 것이고, 말로 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이 투정부리는 형태로 정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떼쓰는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소통을 요구하는 방식에 부모의 반응은 아이의 고집을 강화시키게 됩니다. 아이는 왜 떼를 쓰며 고집을 부릴까요? 내가 원하는 것을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표현 방식으로 불통이기는 하지만 의사소통의 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을 알아주어야 합니다. 원만한 소통은 답답함을 견딘 후에 가능해 집니다. 고집은 감정이라기보다는 올바른 의사소통을 위해 다루고 돌봐야하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 고집스런 아이와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부모입장에서 고집스런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집스런 아이와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우선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이 어떤지 알아주고, 평소 욕구 불만과 스트레스에 대해 관심 있게 살펴야 합니다. 아이가 떼를 쓰는 순간에 아이를 설득하거나 이해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면 부모가 이야기하기보다는 아이의 말을 먼저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상황에서는 상대라면 어떨 것 같은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라는 등의 설득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하고 싶은 교육적인 말은 아이가 안정되고 편안할 때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자신이 존중받고 허용된다고 느낄 때 고집스런 행동은 개선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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