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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외고 자사고 2곳 중 1곳 '미달' 됐다…줄어드는 학생수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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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고·자사고 학생 급구 ◆

수도권의 A외국어고등학교.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3개월여 앞두고 코로나19 상황에도 한두 달에 한 차례 정기적으로 예비 학부모들과 직접 만나는 등 학교설명회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유는 A외고의 신입생 경쟁률이 갈수록 떨어져 지난해에는 사회통합전형뿐만 아니라 일반전형에서조차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 선발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 아래 학교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12월 신입생 모집에 나서는 외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벌써부터 '미달' 우려에 휩싸였다. 올해 고교 입학생이 41만명대로 역대 최저 수준인 데다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을 앞두고 외고와 자사고는 '시한부 학교'라는 꼬리표까지 달렸다. 이 때문에 이제 '선발'이 아닌 '정원 모집'에 의미를 둬야 할 처지에 놓였다.

29일 본지가 전국 외고·자사고 68개 학교(자사고는 일반고 전환 예정 3곳 포함)의 정원 대비 지원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미달을 기록한 학교는 총 35곳(정원 내 일반·사회통합전형 등 합계 기준)으로 51.5%에 달했다. 학교 유형별로는 공립·사립 외고 30곳 가운데 14곳(46.7%)이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었다. 광역단위 자사고는 28곳 중 18곳(64.3%)이 미충원됐다. 특히 서울지역 자사고는 20곳 중 14곳(70%)이 미달돼 충격이 가장 컸다.

정원 내 기준 신입생 모집 경쟁률 측면에서는 외고가 평균 1.04대1, 광역단위 자사고는 0.95대1, 전국단위 자사고는 1.48대1을 기록했다. 과학고가 평균 3.18대1을 나타낸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고민서 기자]

고교 진학자 5년간 18만명 줄어…외고·자사고도 '적자생존'

학종줄고 고교 블라인드 도입
"일반高와 차이 없다" 외면
정시에 강한 일부만 명맥유지

자사고 폐지 소송전 부담크고
학생부 내신 불이익 우려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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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하나고는 학령인구 감소 여파와 입시 변화에도 주요 대학 입학 실적이 우수한 영향 등으로 정원 미달이 없는 몇 안 되는 자율형사립고 중 한 곳이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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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 자녀를 보낸다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겁니다."

지난달 여름방학에 앞서 비수도권 소재 A외국어고등학교가 진행한 입학설명회장. 외고에 대한 학부모들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진학 담당 교사는 올해 주요 대학에 진학한 학생 사례를 소개하고, 주변 고교 중에서 가장 우수한 대입 실적을 보유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입 전형의 변화에 맞춰 학교가 어떤 방식으로 입시 대비를 해 나갈 것인지 계획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입학설명회에 참여했던 한 학부모는 "사설 학원처럼 대입 설명을 해준 점이 가장 눈길이 갔다"면서도 "외고와 일반고 중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어디가 유리할지 좀 더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9월 과학고등학교 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고교 입시 시즌의 막이 오른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고교 입시 생태계에 변화가 클 것으로 입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역 최상위권 학생들을 선점하던 외고와 자율형사립고등학교는 학부모 선호도에 맞춘 입시 커리큘럼과 교육 환경을 갖추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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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입시 업계과 고교 현장에 따르면 학교장 선발로 이뤄지는 외고와 자사고의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이 전년도보다 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서 고교 지원자도 줄어드는 게 결정적이다.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최근 5년 새 18만명 가까이 급감했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고교 입학생 수는 2016년 59만2116명에서 이듬해 52만2510명으로 약 7만명이 쪼그라든 데 이어 2018~2019년 45만~46만명대까지 줄었다. 현재는 41만명 선(41만4122명)으로 내려앉았다.

이에 덧붙여 2025년 자사고와 특수목적고등학교(외고·국제고) 폐지 정책과 관련해 학교와 교육당국 간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거론돼 학생 모집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고교 정보 블라인드 등 대입 정책의 변화도 이들 학교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내신 불이익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그동안 수시에 강하던 외고와 광역단위 자사고를 중심으로 정원 미달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창식 엠베스트 입시전략 수석연구원은 "외고는 거품이 빠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도 "학군지 명문고로 꼽히는 일반고와 비교해 차별화된 점이 없는 학교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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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일반전형 모집 기준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중에서는 동성고(경쟁률 0.55대1), 숭문고(0.59대1), 이대부고(남자·0.51대1), 장훈고(0.56대1) 등이 학생을 정원의 절반 정도만 채웠다. 사회통합전형은 아예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전체가 미달(평균 경쟁률 0.29대 1)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비중이 확대된다는 점 때문에 그동안 정시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자사고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대 사관학교로 불리는 전북 상산고(정원 내 기준 경쟁률 1.84대1)가 대표적이다. 또 국내외 대입 실적이 우수한 경기 외대부고(2.09대1), 강원 민족사관고(1.91대1)와 서울 하나고(1.90대1)도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메리트가 있는 학교로 꼽힌다.

현재 외고와 자사고 대부분은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3개월여 남겨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사립은 고교 연평균 1000만원 안팎의 학비를 내고서도 다닐 만한 학교인지 경쟁력을 보여줘야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길에 들어섰다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관계자는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서울 강북 지역 자사고 상당수는 일반전형 미달 사태를 맞았지만, 강남권 자사고는 큰 타격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민서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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