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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밀 유출 사건이 벌어진 A사가 개발하는 차기 기관단총
지난 3월 30일 SBS 보도로 특전사용 차기 기관단총 기밀 유출 사건이 처음 공개된 이래 5개월이 지났습니다. 기밀 빼돌린 예비역 장교와 불법으로 기밀 취득한 방산업체 임원들 여럿이 그동안 구속 기소됐습니다. 재판도 몇 번 열렸습니다. 업체로 흘러간 기밀들은 차기 기관단총 관련 정보만이 아닙니다. 다종, 다량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업체는 차기 기관단총 개발 사업뿐 아니라 신형 소총 K2C1 양산 사업까지 따놓은 터라,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들이 총기 관련 기밀 유출에 연루된 이번 사건의 파장은 간단치 않습니다. 해당 사업들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 방산업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장담 못하게 됐습니다. 유출 기밀들이 많을뿐더러 안보를 흔드는 대단히 민감한 것들도 있어서 방사청도 매의 눈으로 재판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5년 전에 총기 관련 방위산업체로 지정돼 업력(業歷)이 길지 않지만, 특색 있는 소총들을 내놔 단단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업계의 풍운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건의 추이에 사람들 관심도 많습니다. 하여 SBS 취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건의 막전막후를 소개하겠습니다.
2019년 봄, 국회 세미나에서 생긴 일
2019년 3월 국회에서 특전사 차기 기관단총 관련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특전사와 인연이 깊은 예비역 장성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단체가 주최한 행사입니다. 코로나19 창궐 이전이라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직접 세미나를 찾았는데, 특전사 간부 등 현역 군인들도 더러 참가했습니다.
그 예비역 장성은 토론을 주관하면서 "워리어 플랫폼 사업 중 핵심으로 불리는 총기와 광학장비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면서 대안을 찾는 자리"라고 세미나를 소개했습니다. 이어 "특히 총기의 경우 특전사 장병들은 외국산 HK416 수준을 원하고 있으나, 국내 A사가 OEM(주문자상표부착)으로 생산하는 ○○○○○○○도 부품조달이나 가격 면에서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특전사와 밀접한 예비역 장성이 현역 군인들 모아놓고 특전사용 차기 기관단총으로 특정 업체의 특정 모델을 공개 지지한 것입니다.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예비역 장성이 칭찬한 A사는 특전사용 차기 기관단총 기밀 유출 사건을 일으킨 바로 그 회사입니다. 안보지원사령부는 이때부터 A사를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사청 몇몇 관계자들은 사건이 불거진 뒤에야 2019년 세미나에서 벌어진 일을 들었고, 하나같이 혀를 찼습니다.
국회 세미나가 주목한 업체의 수주, 그리고 압수수색
특전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개발 45년 된 K1A 기관단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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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특전사용 기관단총 K1A를 대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K1A는 개발된 지 45년 된 노후 모델이어서 해외 최신형에 비해 전반적으로 정확도와 내구도가 떨어집니다. 조준경, 라이트 등도 부착할 수 없습니다. 군은 새로운 기관단총을 개발해 2024년부터 1만 6천 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2019년 3월 국회 세미나에서 공개 칭찬을 받은 A사가 작년 6월 특전사용 차기 기관단총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돼 안보지원사령부가 A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대표이사 등 임원들 PC에서 각종 군사기밀들이 쏟아졌습니다. 기밀들은 영업 담당 임원 송 모 씨가 현역 장교 시절 A사에 건넨 것입니다.
군 검찰은 우선 송 씨를 구속 기소했고, 첫 공판은 지난달 13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렸습니다. 군 검찰이 제기한 공소에 따르면 송 씨는 현역 장교 시절이던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합동참모회의 등에서 논의된 5.56mm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5.56mm 차기 경기관총(K-15), 신형 7.62mm 기관총(K-12), 12.7mm 저격소총 사업 등과 관련된 군사기밀들을 자신의 숙소 등에서 A사 관계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또 방사청이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총기 개발 사업을 A사가 따낼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고, 대가로 A사 대표 김 모 씨 등으로부터 6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송 씨는 기밀 유출 혐의는 인정하면서, 금품과 취업의 대가성은 부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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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밀 유출 사건"
송 씨 외에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A사 임원은 대표이사 김 씨 등 임원 4명입니다. 이들은 육군 특전사가 도입할 차기 기관단총, 기관총, 저격용 총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6차례에 걸쳐 불법 수집하고, 이를 도운 군 내부자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첫 공판은 지난 10일 전주지법에서 열렸습니다. 이들도 군사재판을 받고 있는 송 씨와 마찬가지로 기밀을 빼낸 혐의는 인정했습니다. 다만 "송 씨에게 취업을 대가로 군사기밀 정보로 받은 적은 없다"며 대가성은 부인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총기류 기밀 외에, 대테러부대 및 특수전부대의 전술·전략 정보가 담긴 문건도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쉽게 말해 특전사의 작전 매뉴얼과 전략 발전 청사진입니다. 적대 세력의 손으로 넘어가면 특전사는 상당 수준 무력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검찰은 재판에서 "외부로 유출되면 군의 전술적 의도와 중장기 전략이 노출돼 국가안보에도 상당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군사법원과 전주지법의 재판은 몇 개월 더 이어질 테지만 지금까지 나온 혐의들만 봐도 역대급 기밀유출 사건입니다. 돈벌이용 기밀을 넘어 안보를 흔들 수 있는 극비까지 유출된 것입니다.
일단 A사가 수주한 특전사용 차기 기관단총 개발 사업과 K2C1 소총 양산 사업은 SBS 보도 이후 5개월째 잠정 중단 상태입니다. A사가 무탈하게 두 사업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심각한 문제는 두 사업을 어떻게 할지 의사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신형 기관단총과 K2C1 소총의 전력화가 기약 없이 늦춰진다는 것입니다.
임원들에 대한 판결은 차치하고, A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가 군과 방사청, 업계의 관심입니다. 방위사업법에 의거해 A사의 방위산업체 지정 취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동법 제48조는 대표 및 임원의 청렴서약서 위반을 방위산업체 지정 취소 사유로 규정했습니다. A사는 차기 기관단총과 K2C1 사업에서 청렴하게 사업하겠다는 대표 명의의 서약서를 제출했을 테니 48조 위반 소지가 큽니다.
방사청은 "재판 결과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총기류 주요 소요군인 육군의 고위 관계자는 "이런 정도의 기밀 유출 업체라면 방사청과 군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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