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3세대 이어 글로벌 활약…선두주자 경쟁 가열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 |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오보람 기자 =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엑소 등 세계 시장을 평정한 3세대 K팝 그룹들을 이을 이른바 '4세대' 주도권을 둘러싸고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4세대 아이돌을 자처하는 그룹은 많았지만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4세대 시대가 열렸는지 논란이 있었다. 월드 스타로 자리매김한 3세대 그룹들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세대교체를 이끌 4세대의 명실상부 '톱 아이돌'도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차세대 그룹들이 저마다 폭발적 성장세와 함께 가시적 성과를 내면서 4세대의 선두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 구도가 한층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음반 판매량 '점프'·음원시장 강타…가시화하는 4세대 성과
가요계에서는 흔히 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H.O.T.와 젝스키스 등을 1세대, 2000년대 중후반부터 활약하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한류를 견인한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등을 2세대 아이돌로 부른다.
2013년 데뷔한 BTS를 필두로 블랙핑크, 엑소, 트와이스 등 3세대 그룹들은 북미를 포함한 전 세계로 팬덤을 넓혔다.
4세대 그룹들은 데뷔 3∼4년 차부터 갓 데뷔한 신예들을 아우른다.
보이그룹 중에서는 올해 엠넷 경연 프로그램 '킹덤 : 레전더리 워'(이하 '킹덤')에서 활약한 이른바 '즈즈즈'(스트레이 키즈·더보이즈·에이티즈)가 대표적 주자다. 이들은 최근 괄목할 팬덤 성장을 보여주며 K팝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킹덤' 우승자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해 정규 1집과 리패키지 앨범에서 셀프 프로듀싱을 통해 개성적인 '마라맛' 음악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이어 이달 23일 발표한 정규 2집 '노이지'(NOEASY)는 전작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93만 장의 선주문량을 기록하며 밀리언셀러까지 내다보고 있다. 타이틀곡 '소리꾼'은 해외 52개 지역 아이튠즈 송 차트 정상에 올랐다.
그룹 더보이즈 |
'킹덤' 전초전 격인 '로드 투 킹덤'에서 우승한 뒤 '킹덤' 준우승에 오른 더보이즈 역시 상승곡선이 가파르다.
'로드 투 킹덤' 출연 후 발매한 미니 5집 '체이스' 첫 주 판매량이 전작보다 4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이달 선보인 미니 6집 '스릴링'(THRILL-ING)은 또다시 2.5배 가까이 뛰어 약 52만 장을 기록했다.
4세대 걸그룹들은 음원 시장에서 잇따라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에스파는 '넥스트 레벨'이 지난달 가온차트 전체 2위를 차지하는 등 범대중적 히트곡으로 떠오르며 주가를 높였다.
있지(ITZY)는 데뷔곡 '달라달라'부터 'ICY', '워너비', 최근작 '마.피.아. 인 더 모닝'까지 음원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 시작부터 '글로벌 아이돌'…온라인 공간으로 소통
4세대로 분류되는 아이돌이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3세대가 판을 다진 K팝의 세계화를 통해 글로벌로 활동 무대를 확대했다는 점이다.
데뷔 초, 빠르면 데뷔 전부터 해외에서 반응이 오고 활동 범위도 초기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둔다. 이미 3세대 그룹들에 필적하는 빌보드 성적을 내는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데뷔 2개월 만에 미국 6개 도시에서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4세대 그룹들은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특히 미주, 유럽에서 큰 관심을 받고 활동을 시작한다"며 "시작점부터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그룹"이라고 말했다.
'넥스트 레벨' 히트시킨 에스파 |
이들이 해외 팬들과 소통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공간이다. 4세대 아이돌은 온라인을 무대 삼아 전 세계 팬들에게 '시차 없이' 콘텐츠를 선보인다. 사실상 국경이 허물어진 셈이다.
팬덤 데이터 서비스 'K팝 레이더'가 트위터와 함께 팔로워 30만 명 이상 K팝 아티스트 69팀의 트위터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4세대 아이돌은 하루 평균 7건의 게시물을 올렸다.
2세대(1.2건)와 3세대(3.5건)에 비해 각각 약 6배, 2배 많은 수치다.
또 4세대 아이돌은 평균적으로 데뷔하기 116일 전 트위터 계정에 첫 게시글을 올렸다.
평균 데뷔 132일이 지나서야 첫 글을 쓴 3세대 아이돌과 비교하면 발 빠르게 소셜미디어 활용에 나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해외 진출속도 빨라진 4세대 아이돌 |
온라인 공간은 팬데믹으로 성장기에 월드투어나 팬 미팅 등을 못하고 있는 4세대 아이돌이 팬들과 '연결고리'를 유지하게도 해준다.
가요계 관계자는 "4세대 아이돌은 변변한 오프라인 행사를 못 하는 상황에서 '본의 아니게' 영민하게 비대면 환경을 파고들며 소통 기술을 습득했다"고 말했다.
연령대론 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중반 출생인 4세대 아이돌은 이른바 Z세대로 분류할 수 있다. 모바일과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이곳에서 자기 생각을 솔직히 표현하는 세대가 콘텐츠 생산자로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이런 특징은 4세대 아이돌이 만드는 음악에도 나타난다. 이규탁 교수는 "4세대 그룹 음악은 과거보다 가수들의 목소리와 성향, 자기 이야기를 분명하게 반영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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